경기꿈의학교 만꿈
우리는 장수미의 제안으로 ‘경기꿈의학교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 사업 공모에 도전하기로 했다. 기존에 해왔던 배리어 프리 여행 콘텐츠를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그러려면 앞에 나서 줘야 할 꿈짱(청소년)이 필요했다. 중학생인 근호가 적격이었다. 근호는 지체장애인 예은이의 오빠이다. 배리어 프리 여행에 동생 예은이의 보호자로 따라나섰던 마음 착한 오빠다. 그런데 근호는 수줍음을 타는 아이라고 했다. 이 사업은 어른인 우리의 의지보다 근호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혹시라도 근호가 우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해서 허락한 건 아닌지, 조금 걱정스러웠다.
우리는 ‘Can Go A.(anywhere) 무장애 여행단’이라는 이름을 만들고 사업계획을 세워 공모신청서를 접수했다. 1차 서류가 합격이 되면 2차 면접을 근호가 혼자 보아야 한다. 2차 면접날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내게 전화 한 통이 왔다. 근호가 면접을 보러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호가 주체자이기 때문에 공지 문자는 근호한테만 보내졌을 것이다. 면접날을 알지 못했던 장수미도 나도 일이 있어 근호를 면접관에게 당장 데려가지 못할 사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실상 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담당관에게 말을 한 상태였다. 근호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이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억지로 끌고 가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근호가 혼자 면접을 보러 갔으며 면접을 잘 보고 왔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심지어 면접관들이 면접을 보는 내내 근호가 기특하다면서 연신 칭찬을 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른들은 포기한 상태에서 근호가 혼자 가서 면접을 봤으니 기특해도 그렇게 기특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대상 꿈의 학교는 청소년인 당사자가 꿈을 펼쳐보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므로.
장수미도 나도 너무도 기뻤고 근호의 의지가 기특했다. 이번 일로 근호는 좋은 경험을 했을 테고 한층 더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만약 사업 선정에 실패한다 해도 근호의 의지에 힘입어 우리는 또 다른 꿈을 꾸면 된다. 그 가능성이 기뻤다. 근호의 적극적인 태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장수미와 나는 이제는 이 사업의 또 다른 이유가 된 근호의 성장을 위해 더 애를 써야겠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 근호는 당당히 이 사업의 주체자로서 우리와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고운 마음씨만 있으면 해야만 하는 일은 꼭 해내는 법이다.’ 이는 그림책 ‘모치모치 나무’가 주는 교훈이다. 산꼭대기에 할아버지와 단둘이서만 사는 굉장히 겁이 많은 다섯 살 마메타는 할아버지가 위통으로 고통스러워하자 밤길을 달려 내려가 의사 선생님을 모시고 온다. 이 감동적인 문장은 기운을 차린 할아버지가 마메타에게 해준 말이다. 글쓰기 수업 같은 반원인 김기섭 선생님께서 소개한 그림책으로서, 나는 이 문장이 주는 감동의 잔상이 오래 남아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런데 근호가 바로 모치모치 나무 그림책 속에 나오는 마메타처럼 용기를 내준 것이다. 수줍음 많은 근호는 이 일이 자기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