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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Sep 17. 2021

국방 헬프콜에 대한 오해와 진실

군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문제들과 직면한다. 

그것이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조직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병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국방 헬프콜이라는 제도가 있다. 

국방 헬프콜은 2014년 윤일병 사건 이후부터 생겼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생명의 전화', '성범죄 신고 전화', '군 범죄 신고 전화'로 그 목적성에 맞게 나누어져 있었으나 이를 통합하여 만들어진 게 국방 헬프콜이다. 


국방 헬프콜에 전화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사실 군필자들도 국방 헬프콜이라는 것은 알지만 전화하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정확히 알기 힘들다. 

나 역시 그 프로세스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지만 중대장으로 있으면서 겪거나 들은 일들을 토대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1. 국방 헬프콜에 전화하면 부대가 뒤집힌다?

항간에서는 '국방 버스터 콜'이라고 불리며 전화 하나로 부대가 초토화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물론 국방 헬프콜에 군대 내 부조리에 대한 고발을 할 경우 정말 버스터 콜처럼 초토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 상담만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자살 충돌을 느꼈다고 이야기하더라도 그 이유가 개인적인 이유일 경우 국방 헬프콜은 상담을 해주고 상담자의 상황을 지휘관에게 전달한다. 국방 헬프콜의 기본적인 기능은 보조 상담기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휘관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있어 비밀 유지가 안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국방 헬프콜 상담 목표는 '치료'가 아니라 '사고 예방'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대원들에 의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모든 책임이 지휘관에게 있고 조치를 취하는 것도 결국 지휘관이다. 지휘관이 해당 내용을 모르고 있으면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가 없다. 

물론 구체적인 상담 내용은 전달하지 않는다. 상담자의 현재 상황 정도만 전달한다. 중대장급 이상의 지휘관에게 내용을 전달하는데 경험상 어떤 지휘관에게 전달되는지는 상담 내용에 따라 다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부대 내 관심병사 중 한 명이 휴가 기간 중에 개인적인 문제로 국방 헬프콜에 전화한 적이 있었다. 상담원이 해당 병사와 상담을 해주고 나에게 전화로 그 내용을 전달해줬다. 상담사 말로는 부대 내의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한 크게 문제 일으킬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 더 밀착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 일러줬다. 이미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여 관리하던 친구지만 휴가 복귀와 부대 생활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썼다. 해당 내용을 대대에 보고했을 때 대대장님은 몰랐던 것으로 봐서 상급부대에까지 알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상담은 1회성에 그치지 않고 그 후에도 해당 병사와 통화를 했고 나에게 그 병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 전화를 하는 것으로 보아 내용을 기록하고 추적관리까지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사례를 봤을 때 상담 내용에 따라 상담사가 판단하고 조치도 다른 것으로 보인다. 


2. 국방 헬프콜에 전화하면 간부들의 진급에 영향이 생긴다?

국방 헬프콜이 말 못 할 고민을 상담해주는 유용한 제도가 맞지만 지휘관들 입장에서는 국방 헬프콜에 전화하는 것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진급 때문이 아니다. 

진급에 영향을 미치려면 적어도 간부들이 징계를 받는 결과까지 가야 하는데 국방 헬프콜에 전화해서 상급부대에서 점검이 나왔다고 무조건 징계를 받는 것은 아니다. 

간부들이 국방 헬프콜에 전화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다른 이유다.

군대에는 보고체계라는 것이 있다. 어떠한 사항을 본인의 지휘 계통을 지켜서 보고하는 체계이다.

만약 일반 병사라면 분대장에게 보고 하고 분대장이 소대장에게 보고, 소대장이 중대장에게 보고하는 식의 체계이다. 물론 사항에 따라 분대장, 소대장을 건너뛰고 바로 중대장에게 갈 수도 있다. 이러한 지휘 체계를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 소지 때문이다. 만약 중대에서 어떠한 일이 발생할 경우 문제에 대한 책임은 중대장에게 있고 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대장이다.


즉, 어떤 경로로 제보가 들어갔든 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은 지휘관인데 국방 헬프콜을 거칠 경우 쉽게 갈 문제도 어렵게 가기 때문에 꺼려한다. 만약 해당 문제로 인해 상급부대에서 점검이 나올 경우 점검도 점검이지만 점검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해당 부대 지휘관이 하고 상급부대에 보고를 해야 한다. 또한 상급부대에서 내려올 경우 과도한 이목이 집중되고 불필요한 행정적인 소요가 늘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여된다. 


예로 들어 군대 내 부조리가 발생했다고 가정할 경우 중대장에게 보고를 하면 처리 방식은 다음과 같다.


문제 식별 -> 최초 보고(대대장) -> 가해자 및 피해자 면담 -> 진술서 작성 -> 중간보고(대대장) -> 징계위원회 개최 -> 가해자 영창 및 타부대 전출 -> 최종 보고(대대장)


하지만 만약 여기서 상급부대가 들어오면 대략 다음과 같다


문제 식별 -> 상급부대 조사 -> 가해자 및 피해자 면담 -> 진술서 작성 -> 1차 보고(대대장, 상급부대) -> 징계위원회 개최 -> 가해자 영창 및 타부대 전출 -> 결과 보고(대대장, 상급부대) -> 부대 정밀 진단 -> 결과 보고(대대장, 상급부대)


이처럼 결과 보고를 해야 할 대상도 보고해야 할 것들도 늘어난다. 하지만 조치 결과는 어차피 규정에 맞게 진행되기 때문에 크게 바뀔 게 없다. 


우리 부대에서도 부대원 중 한 명이 왕따를 당한다는 내용으로 국방 헬프콜에 제보가 들어가 상급부대에서 점검이 나온 적이 있다.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미 피해자가 왕따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로 인한 조치를 취하고 있었기에 이로 인해 징계를 받은 간부는 없었다. 물론 제보 내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었기에 가해자는 처벌을 받았지만 휴가 제한 정도의 경미한 처벌이었다. 

징계는 지휘관이라고 할지라도 사고에 대한 인과관계를 따져서 과실이 인정되었을 경우 내려진다. 



3. 국방 헬프콜에 전화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하루는 밥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국방 헬프콜 제보가 있었다.

일반 식당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난리가 나겠지만 군대의 배식 시스템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군대에서는 밥을 조리한 직후 개개인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닌 배식을 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식당이 한 번에 모든 인원이 들어갈만한 크기가 아니라서 순번제로 배식하는 방식이다. 거기다 나중에 식사하는 근무자들용 음식은 따로 빼놓는다. 이 과정에서 배식 통을 잘 닫아둔다면 좋겠지만 그냥 열어놓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잔반을 버리는 곳이 식당과 가까이 있는데 이 잔반통도 업체에서 매 끼니마다 와서 수거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식당 주변에 파리가 들끓는다. 이러한 환경이다 보니 조심한다고 해도 배식 과정에서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약 바퀴벌레가 들어갔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당시 부대 식당은 신식 건물이라 바퀴벌레도 없었다. 벌레가 나왔다곤 하지만 그 벌레가 어떤 과정에서 들어갔는지 불분명했다.

따라서 그냥 배식할 때 뚜껑을 잘 덮어두고 재료 손질 과정에서 좀 더 확인하라는 교육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또 한 번은 부대에 모래 먼지가 많이 날려서 힘들다는 제보도 있었다. 위병소 및 화포가 있는 곳이 흙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부대 전체에 아스팔트를 깔아야 한다. 당연히 예산 문제 때문에 바뀌는 것은 없었다. 


국방 헬프콜이라고 만능은 아니다. 현실적인 사항들을 고려했을 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는 당장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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