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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May 02. 2018

숙소에 들어온 고양이

군생활 이야기

군 숙소에서 반려동물을 키워도 될까?     


대답은 NO.      


육군규정상 애완동물은 키울 수 없다. 예전에는 부대에서 개를 키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것들을 철저히 금지시켜 군견이 아닌 이상 부대 내 동물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못 하게 한다고 다 안 하는 건 아니다.      


1인 1실에 살 때 3층에 살던 동기가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웬 고양이냐고 물으니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데 숙소 근처에 돌아다니던 고양이라고 한다. 길고양이들과는 다른 품종이라 눈에 띄었고 만지려고 하니 사람을 잘 따르는 게 주인이 있는 고양이 같았지만 집을 나오고 꽤 되었는지 꾀죄죄했고 주인을 찾는 건 무리인 것 같아서 동기는 그냥 가려고 했다. 하지만 손길은 받은 고양이는 동기를 따라왔고 아무리 가라고 해도 결국 집까지 따라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키울 여력이 안 되니 그냥 우유 좀 주고 내보내려고 했는데(원래 고양이에게 우유를 주면 안 되지만 어릴 적 TV에서 보던 게 그거라서 모르고 줬다고 한다) 내보내도 어디 가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는 녀석이 마음에 걸려 결국 키우게 된 것이다. 

동기 역시 군 숙소에서 키우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언제 내쫓을지 몰라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이름도 짓지 않고 단지 ‘고양이’라고만 불렀다.


하지만 ‘고양이’는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해도 마음을 줄 수밖에 없는 녀석이었다. 

친구는 고양이를 처음 키워본 것이었지만 난 여자 친구가 키우는 고양이를 봐왔기 때문에 고양이가 어떤 동물인지 알고 있었다. 고양이는 자기 기분 좋을 때만 애교 부리고 평소에는 도도하게 굴며 사람을 집사 정도로 보지만 이 녀석은 흔히 말하는 ‘개냥이’였다. 애교도 많고 조금만 놀아줘도 반응이 좋아 놀아주는 사람이 흐뭇하게 만드는 녀석이었다. 


처음엔 고양이 장난감도 없어서 고무줄(군복 바지 밑단을 고정시키는 고무로 된 줄)로 놀아줬는데도 너무 잘 놀아 여자 친구네 고양이가 질려하는 장난감을 가져왔더니 그걸로 하루 종일 노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이 동기와 3인 1실에서 같이 살게 되었을 때 퇴근하면 고양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방문을 열어두면 슬금슬금 기어 와서 귀를 문대기도 하고 조금만 만져줘도 그르릉 거리는 게 힐링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숙소를 옮긴 지 1주일 후 연대장님이 사열 나온다고 해서 고양이를 어떻게 감출까 고민했었다. 


고양이가 울지도 않는 데다가 감추려면 얼마든지 감출 방법은 있었는데 언제까지 감추면서 살긴 힘들겠다 싶어 동기는 자신의 본가로 보내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뭔가 삶의 낙이 하나 없어진 기분이었다.     


본가로 보내진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도 받고 이름도 얻어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는데 그 동기와 연락이 끊어져 안부를 못 묻고 있다.


이사한 첫 날 빈 박스에 들어가 한참을 이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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