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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Jun 27. 2018

짬밥

군생활 이야기

짬밥 : [명사] 1. ‘잔반’에서 변한 말로, 군대에서 먹는 밥을 이르는 말.

2. 군대, 직장, 학교 등에서 사용되는 은어로, ‘연륜’을 이르는 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짬밥이라는 단어는 군대에서 시작된 은어였지만 이미 표준어 수준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짬밥의 표준어는 잔반으로 어떻게 군대 밥이 잔반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예전에는 밥을 계급 순으로 먹어 고참들이 먹고 남은 잔반을 먹는다고 하여 잔반이 된 설, 밥이 맛이 없어 이것저것 섞어 먹는데 그 모습이 잔반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잔반이 된 설, 흔히 이것저것 넣은 것을 ‘짬’이라고 하는데(짬뽕할 때 짬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저것 섞은 밥이라고 하여 짬밥이 되었다는 설, 그냥 밥이 맛없어 잔반 같다고 하여 붙여진 설 등등이 있다.     


군대에서 하는 밥이 얼마나 맛이 없으면 잔반에 비유될까?


그도 그럴 게 군대에서의 취사는 전문가가 아닌 자체인력으로 해결을 한다. 취사병을 뽑을 때 요리 자격증 있는 인원들을 우선해서 선별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그냥 선별되기도 한다. 요리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이제 막 20대 초반인 청년들이 경험이 많지 않을뿐더러 대량으로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물론 하다 보면 익숙해지긴 하지만 그러고 나면 전역을 하고 새로운 인원이 들어오다 보니 경력직이 오래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요즘은 민간조리원들을 고용하여 병사들이 순환돼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경력이 있다해도 군대에는 표준 조리법과 재료의 정량이 있어 맛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부대의 밥이 맛없는 것은 아니다. 표준 조리법이 있어 이론상 모든 부대에서 같은 맛을 내야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메뉴 자체가 선호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같은 재료를 쓰는 메뉴라도 어떤 데는 맛이 없고 어떤 데는 맛이 있다.

사실 이 밥맛의 열쇠는 담당 간부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려있다.     


첫 번째 부대인 동원사단에서는 간부가 많아 간부식당을 따로 운영했다. 아무래도 사단장님도 먹는 밥이다 보니 병식보다는 신경을 써서 그런지 상당히 먹을 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 관리관이 바뀌었는데 밥에 센세이션이 일어났다. 보통 아침 메뉴는 소시지볶음에 김과 소고기무국 정도면 감사했는데 갑자기 아침에 스팸과 계란 프라이를 구워주기도 하고 돼지고기 김치찜이나 장조림 등등에다 우유도 딸기우유, 초콜릿 우유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비빔국수나 떡볶이, 돈가스 등의 메뉴가 나오면 맛은 물론이고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식판이 아닌 개별 그릇에 담아주는 등 밥 먹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갈비찜&꽃게탕(특식으로 나온것이다), 라볶이, 돈까스, 햄버거 순. 그야말로 짬밥의 레볼루션이었다



독신간부는 아침, 저녁 비를 필수적으로 내야 했음에도 안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관리관이 바뀌고 나서는 꼬박꼬박 잘 챙겨 먹게 되었다. 특히, 아침 같은 경우 귀찮아서 안 먹는데 밥을 먹는 간부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나중에 부대를 떠날 때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딱 하나, 여기 밥을 더 이상 못 먹는다는 게 정말 아쉬웠다.     


두 번째 부대에서는 대대급이다 보니 간부식당이 아닌 병식을 운영해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지만 다른 부대에 비해 수준이 높았다. 담당 부사관이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하고 대대장님도 거기에 적극 지원해주니 그 효과는 뛰어났다. 병사들은 다른 부대에서 복무할 일이 없으니 원래 밥맛이 이런 거겠지 는데, 다른 부대에 파견을 갔다 온 병사마다 이 부대에서 먹는 밥이 그렇게 그리웠다고 했다.


모든 부대에서 밥을 맛있게 만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않다. 취사병들도 맛없게 만들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그들은 단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군대에서도 밥맛 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하지만 근본적으로 간부들의 관심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람이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했던가. 군생활을 하면서 그래도 할만하다고 느꼈던 것이 이런 밥들이 뒷받침해줘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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