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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Jul 16. 2018

군대에서 귀신 본 썰 2탄

군생활 이야기 : 납량특집 2편

아래 이야기들은 병사들 및 지인이 실제 겪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일화 1.


한 여름이 새벽.

박상병과 손일병은 위병소 근무를 서고 있었다. 

취침시간과 기상시간 중간에 있는 근무인 데다 전날 체력측정을 한 지라 유독 피곤한 날이었다. 

마음 같아선 부사수한테 누구 오면 깨우라고 한 다음 자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손일병은 전입 온 지 3달쯤 되었는데 아직 어리바리하여 믿고 맡길 수가 없었다. 

농땡이 피우는 것도 부사수를 봐 가면서 피워야지 근무 투입할 때도 탄창을 잘 못 끼워 허둥대던 걸 대신 껴줬던 터라 불안해서 뭘 할 수가 없었다. 하품을 연신 해대며 간신히 근무를 서다가 시계를 보니 2시 50분이었다.

후번 근무자들이 올 시간이 돼서 손일병에게 말했다.


"후번 근무자들 오면 수하 똑바로 해라."


"잘 못 들었습니다?"


"후번 근무자들 오면 수하 똑바로 하라고!."


"예 알겠습니다."


박상병은 그냥 다시 말해줘도 되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왠지 짜증이 났다. 그러다 문득 불안한 마음에 다시 얘기했다.


"야 됐고 수화 내가 할 테니까 잘 보고 있다가 오면 얘기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박상병 님 후반 근무자들 옵니다."


박상병은 손일병이 경계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저 멀리서 당직병과 후번근무자 2명, 총 3명이 오는 것이 보였다. 주변에 가로등이 몇 개 없어 검은 실루엣으로만 보였는데 그들이 수화를 할 거리에 올 때까지 주시하고 있었다. 부대와 위병소 사이에는 돌다리가 하나 있고 그 밑에는 물이 흐른다. 그리고 그들이 다리를 지날 때였다. 분명 다리를 건너기 전까지는 3개였던 검은 실루엣이 갑자기 4개가 되어 있었다. 


"손일병아."


"왜 그러십니까?"


"저기 몇 명이 오는 거 같냐?"


"4명 아닙니까?"


"너가 아까 볼 때는 몇 명이었냐?"


"3명이었습니다."


"근데 왜 지금은 4명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혹시 당직 간부가 같이 오는 건데 못 본 것일 수도 있으니 수화를 할 때 FM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4개의 실루엣이 위병소 가까이 왔을 때였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비타."


"오백"


"누구냐?"


"당직병"


"용무는?"


"근무교대."


"잠시 신원을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원확인을 하기 위해 등을 켰을때 거기엔 3명이 있었다. 당직병인 김병장이 다가오면서 물었다.


"뭐 이리 빡세게 하냐?"


"김병장님, 방금 4명이서 오지 않았습니까?"


"뭔 소리야 우리 밖에 없는데."


"아니 분명히 4명이었습니다. 손일병도 4명인 거 봤습니다."


"뭔 개소리야. 무섭게."


그때 문득 예전에 행보관한테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부대에 돌다리가 생기기 전엔 나무다리가 있었는데 물에서 그리 높지 않은 위치에 있어서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범람해서 다리를 건너기 힘들었다고 한다. 비가 엄청 많이 오는 날에는 다리를 건너다 물에 휩쓸려 죽는 사람들이 종종 발생해서 돌다리가 세워졌다고.


일화 2. 


오후 4시.

일과가 끝나고 모두 올라간 시간. 

하지만 조중수들은 남아서 시동 작업을 한다. (자주포 매일 시동만 걸어줘도 성능 유지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시동 작업을 매일 실시한다.)

각자 화포로 가서 시동 작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조일병은 오늘따라 두통이 심해 시동을 걸어놓고 벽에 기대 쉬고 있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눈을 감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렸다.


"나 여기 있어."


누가 왔나 싶어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렸다.


"나 여기 있어."


조일병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목소리는 다름 아닌 위쪽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주포에 올라가서 말하지 않는 이상 위에서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고 지금 조종수들은 각 화포로 흩어져있어 자주포 위에 누가 올라가 있을 리도 없었다. 

다시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귓가에서 소리가 들렸다.


"나 여기 있어."

조일병은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행여나 눈을 떠서 뭔가를 보게 될까 봐 겁이 났다. 머리는 두통으로 계속 지끈거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무 소리가 안 들려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다행히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을 보니 이제 시동을 끄고 들어갈 시간이었다. 


얼른 자리를 뜨고 싶어 조종석으로 가서 자주포의 시동을 끄다가 문득 다시 소름이 끼쳤다. 

화포 엔진 소리는 매우 커서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잘 안 들리는데 들렸던 목소리는 작고 조곤조곤하면서도 매우 또렷하게 들렸다. 

시동 작업이 끝나고 조종수들과 함께 돌아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누가 자기한테 왔었냐고 물었지만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화 3.


어느 독립 중대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병사들 사이에선 3번 초소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처음엔 한 명의 목격담에서 시작해서 점차 목격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소문은 중대장에게도 들어갔다. 처음엔 그냥 뭘 잘못 보고 그랬거니 했는데 그 소문이 지속되자 중대장은 당직사관들에게 근무를 서면 반드시 3번 초소에 순찰을 돌라고 지시를 하였고 본인도 야간에 가봤다. 하지만 귀신을 목격한 간부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둔지 주변 진지공사를 진행하던 중 소대장한테 급한 연락이 왔다.  


"중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3번 초소에서 유골이 발견됐습니다."


중대장은 순간 3번 초소 귀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래서 자꾸 3번 초소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들렸구나. 일단 현장을 확인하려고 3번 초소로 갔다.

공사는 중단되어 있었고 병사들과 소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발견됐다던 유골이 어떤 거야?"


"여기 있습니다."


소대장은 뼈들을 조심스럽게 한 곳에 모아 놔둔 곳을 가리켰고 거기에는 작은 뼈들이 모아져 있었다. 중대장은 상급부대에 연락해서 유해발굴을 요청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뒤에서 행보관이 등장했다. 


"뭔 일이 있어요?"

.

"아니 3번 초소 공사하던 중에 유골이 발굴되었습니다."


"유골이요?"


"네 여기 뼈들 좀 보십시오."


행보관은 뼈를 보더니 갑자기 뼈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갑자기 뼈를 부러뜨렸다. 중대장과 소대장은 기겁을 해서 행보관에게 물었다.


"아니 행보관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행보관은 다시 부러진 뼈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중대장님..... 이거..... 닭뼌데요?"


그렇다. 그건 병사들이 3번 초소 인근 쪽문으로 몰래 치킨을 시켜먹고 묻어둔 닭뼈였다. 

자세히보니 연골이 좀 붙어있고 뼈에 구멍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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