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Jul 19. 2018

부대 괴담

군생활 이야기 : 납량특집 3편


아마 여름쯤이었을 것이다.

박상병과 김일병은 위병소 야근 근무를 서고 있었다.

23시쯤이었는데 이 시간엔 올 사람도 별로 없다. 박상병은 심심한 마음에 괜히 김일병에게 야간 수하 요령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갈구고 있었다.


"너 만약 지금 사단장님 오면 어떡할 거냐?"


"수... 수하해야 되지 않습니까?"


"사단장인데?"


"그래도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나 사단장이야 문 열어하면 너 안 열 수 있어?"

"........."


"어떡할 거냐니까?"


"문... 문을 열어야 되지 않습니까?"


"사단장 아니면 어쩌려고?"


"아... 수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단장이 사단장 차 타고 왔는데?"


"아... 그러면 문을...."

"사단장 아니면 어쩌려고??"


박상병은 자기가 물으면서도 웃음이 나왔는지 입꼬리를 씰룩 씰룩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깡- 깡- 깡-


"이게 무슨 소리냐?"


"어... 어떤 소리 말입니까?"


"조용히 들어봐"


깡- 깡- 깡-


"무슨 쇠 부딪치는 소리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게? 이 시간에 어디서 공사하나?"


위병소 너머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부대 앞은 도로이고 주변에 가로등이 별로 없어 그냥 깜깜했다. 하지만 주변에 민가가 좀 있어 어느 집에서 공사를 하나보다 했다. 박상병은 이제 갈구는 게 재미가 없어져 그냥 말없이

있었는데 쇠 부딪치는 소리는 20분째 멈추지 않았다. 그 소리가 괜히 신경 쓰이면서도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가만있을까 말까 하다가 마침 위병조장이 평소 친하던 이병장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위병조장실에 전화를 걸었다.  


"충성! 이병장님 근무 잘 서고 계십니까?"


"뭐야? 왜 전화했어?"


"이병장님 조실까 봐 걱정돼서 걸었습니다."


"뭐래 짬찌 새끼가 뒤질라고."


"에이 장난입니다. 근데 이병장님 지금 무슨 쇠 부딪치는 소리 안 들립니까?"


"뭐? 무슨 소리?"


"나와서 들어보십시오. 어디서 자꾸 쇠 부딪치는 소리 납니다."


"구라 치지 마라."


"아 진짭니다. 한번 나와보십시오."


"나가서 아니면 뒤진다 진짜."


이병장은 전화를 끊고 위병조장실에서 나왔다. 근데 정말 어디선가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으나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마침 당직사관이 평소 까다롭기로 유명했던 3포반장이라 이런 사소한 거라도 보고를 해야겠다 싶어 전화를 걸었다.


"충성! 위병조장 이OO입니다. 당직사관님 지금 위병소 부근에서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나서 보고 드립니다."


"갑자기 뭔 소리야? 뭐 부딪치는 소리?"


"쇠 부딪치는 소리 말입니다."


"쇠? 가까이서 들려?"


"좀 멀리서 들립니다."


"뭐 그럼 주변 민가에서 공사하나 보지."


"근데 시간도 늦고 계속 나서 말입니다."


"일단 좀 있어보고 계속 나면 다시 전화해."


"네 알겠습니다. 충성!"


그렇게 20분이 흘렀고 박상병과 김일병이 근무교대를 하고 돌아와 당직사관이 물었다.


"야 쇠 부딪치는 소리 아직도 나냐?"


"네. 그렇습니다."


"난지 얼마나 됐는데?"


"한 40분 가까이 난 것 같습니다."


그때 행정반 전화기가 울렸다. 번호를 보니 위병소였다.


"왜?"


"충성! 위병조장 이OO입니다. 당직사관님 쇠 부딪치는 소리 아직도 납니다."


"에이씨, 뭔 소리가 자꾸 난다 그래. 알았어. 기다려봐."


당직사관은 귀찮지만 보고를 받았으니 가볼 수밖에 없어 베레모와 플래시를 챙겨 위병소로 갔다. 

근데 정말로 위병소로 가까워질수록 어디서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위병조장실로 가 위병조장을 불렀다.


"이 소리 난지 얼마나 됐다고?"


"한 50분 된 거 같습니다."


"이게 어디서 나는 거지? 밖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포상 쪽 같기도 하고..."


"한 번 가봅니까?"


"넌 여기 있어야지. 어딜가."


"안 무섭겠습니까?"


"니 얼굴이 더 무섭다."


"넵. 수고하십시오. 충성!" 


손하사는 그대로 쇠 부딪치는 소리를 따라갔다. 처음엔 밖에서 난다고 생각했던 것이 포상으로 가면 갈수록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 시간에 포상에서 소리가 날 리 없었다.


깡- 깡- 깡- 


하지만 포상에 가까워지니 그것이 포상에서 나는 소리임이 확실해졌다. 손하사는 무서웠지만 차마 이제 와서 위병조장을 데려오기도 뭐했다. 소리가 나는 포상으로 갔다. 소리는 크고 분명하게 울려 퍼졌다.


깡- 깡- 


"거기 누구야?"


깡- 깡- 


쇠 부딪치는 소리에 묻혔는지 물음에 대한 대답은 없고 깡- 깡- 소리만 났다. 포상 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봤다. 까만 그림자가 망치 같은걸 들고 뭔가 두들기고 있었다. 가지고 온 플래시로 비춰보니,


그 안에는 1달 전에 전입 왔던 이등병이 망치로 포탄(대구경탄)을 때리고 있었다.


포탄을 터트려 자살할 생각으로.


대략 이렇게 생긴걸 포탄(대구경탄)이라 한다. 겁나 무겁다. 


매거진의 이전글 군대에서 귀신 본 썰 2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