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기

서른 전에 가는 여행:재인폭포

재인폭포

by 캡틴

점심을 먹고 직접 용접해서 만든 받침대로 스타렉스 뒤에 스쿠터를 싣는다.

스타렉스는 배달용으로 제작된 것이라 뒤에 공간이 널널해서 100cc 스쿠터가 딱 맞게 들어간다.

5년 4개월 만에 전역을 하고 오랜만에 고향으로 온 아들이 1주일 만에 다시 떠난다고 하니 조심히 잘 갔다 오라곤 하지만 표정을 보니 영 아쉬운가 보다. 그래도 이미 결정된 일이니 그냥 미련 없이 집을 뜬다.

7월의 어느 더운 날 그렇게 여행이 시작됐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지만 정말 고생하려고 이것저것 샀다.

스쿠터에 노트북에 1인용 텐트에... 드론까지 사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고가라서 못 산 게 아쉬울 뿐이다.

원래는 그냥 스쿠터 하나 달랑 타고 다니고 싶었지만 스쿠터를 극도로 혐오하는 어머니의 만류로 겨우겨우 합의점을 본 게 부모님이 사용하던 스타렉스와 내 SUV랑 바꿔서 멀리 이동할 때는 뒤에 스쿠터를 싣고 이동하는 것이다. 그래도 덕분에 이것저것 짐도 많이 실을 수 있어서 나쁘지만은 않다.

전국 여행이라는 목표를 갖고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보고 싶었다. 의정부에서 출발해서 일단 북쪽으로 가자라는 생각에 포천으로 넘어갔다. 거기서 오랫동안 못 본 친구랑 만나려 했다.

포천에서 작은 호두과자를 하는 친구는 오랜만에 연락했음에도 여전히 친근한 목소리로 나를 반겼고 덕분에 부담 없이 첫 목적지를 포천의 호두 가게로 정했다.

의정부에서 포천으로 가는 도로 옆에 있는 작은 호두과자가게.

친구는 안 그래도 손님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잘 됐다는 웃픈 소리를 하며 반겼다. 그리고 직접 구운 호두과자를 가져와서 '이게 몇 년 만이냐' '어떻게 지냈냐'는 상투적인 멘트부터 시작해서 근황을 물었다.

그래서 전역한 얘기, 앞으로 하려는 일들 등등을 이야기하니,

처음에는 결혼은 언제 하려고 그러냐는 걱정과 그래 인생 뭐 있냐 즐겨야지라는 부러움.

딱 걱정 반 부러움 반이라는 반응이다.

그래 인생 뭐 있냐? 그냥 서른 전에 가보려고.

하지만 내 걱정보다 1시간 동안 이야기하면서 손님 하나 없는 네가 더 걱정이라고 해주니 안 그래도 새로운 도로가 뚫리면서 손님이 확 줄었다며 근심에 차 있었다.

그런 친구에게 철 없이 오늘 장사 접고 놀러 가자고 하니 이 철없는 친구는 좋다고 따라나선단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이것저것 하다가 적성에 안 맞아 그만두고 5년째 호두과자가게를 하고 있는 친구는 여행 한번 제대로 다녀본 적 없다며 이 근처도 뭐가 있는지 모른다니 현지인을 외지인이 가이드하게 생겼다.

내 여행 리스트에 있는 곳 중 가장 가까운 곳은 재인폭포.

친구와 함께 스타렉스를 타고 재인 폭포로 향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한지라 어느덧 시간이 4시가 넘어 있었지만 여름 해는 긴 덕분에 어둡진 않았다.

어릴 적 전설의 고향에 나온 것을 보고 부모님한테 졸라서 한 번 온 적이 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 왔을 때 그야말로 에메랄드 빛이 나는 폭포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운로드.jpg

친구 역시 '와 이런 곳이 있었냐'면서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그 모습에 '잘 데려왔군'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