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기

서른 전에 가는 여행:산정호수

산정호수

by 캡틴

재인폭포를 갔다 와서 친구에게 저녁을 얻어먹고 나니 할 게 없었다.

일단 차에 타고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친구가 물었다.

"오늘 어디서 자냐?"

"찜질방이나 가야지 뭐."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집에 부모님 계시지 않아?"

"아니 지금 누나랑 둘이 살고 있어."

"누나한테 물어봐야 되는 거 아냐?"

"괜찮아. 누나도 자주 그러니까. 일단 전화는 해둘게"

애초에 하루 자고 갈 생각으로 찾아온 거긴 하지만 먼저 제안해주니 고마웠다.

부모님이랑 살면 많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누나랑 산다고 하니 그래도 좀 덜했다.

누나는 지금 뭐하시냐고 물으니 어느 중견기업 다니다가 그만두고 쉬고 있다고 한다.

아깝게 왜 그만두셨냐고 물어보려다가 내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아서 가만있었다.

친구 집은 에어컨도 없고 수압도 약했지만 씻고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뭐가 그리 피곤했는지 오랜만에 만나 술 한 잔의 회포도 없이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오픈 준비를 하러 가야 된다고 친구가 깨워 함께 집을 나섰다.

여름날의 햇빛은 아침부터 뜨거웠다.

두 번째 목적지는 포천 산정호수였다.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산정호수는 1925년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되었던 곳이며 사실 포천보다는 철원에 가까운 곳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산정호수라는 이름에 느낌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는 맑은 호수라는 느낌이었는데 처음 들어서니 바이킹, 범퍼카 등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들이 있어 작은 놀이공원 같았고 각종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어서 그냥 관광지라는 느낌이었다. 뭐 거기까진 그러려니 하겠는데 아쉽게도 물색깔도 그리 곱지 못하니 생각했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실망했다. 동네 저수지 같은 색깔인데 산책로가 유명하다는데 도무지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또한 바로 옆에 명성산에 비선폭포 등룡폭포가 있다고 하는데 이 더운 날에 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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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가볼까 했는데 10분 정도 올라가고 나서 행정안전부에서 폭염주의보 문자를 받고 포기했다. 여기서 더 이상 뭔가 하고 싶지 않아 다시 차로 돌아가 시동 걸고 에어컨을 틀었다.



여긴 여름에 오는 데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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