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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Dec 24. 2018

왜 병사들의 주적은 간부인가?

우리의 주적은 누구인가?


병사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공식적인 답변과 비공식적인 답변이 있다.


공식 답변은 '북한군'이고 비공식 답변은 '간부'이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군'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왜 '간부'들이 주적으로 불리는 것일까?


출처 : 웹툰 짬(작가 : 주호민)



사실 병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간부들은 귀찮은 존재다. 늘 뭔가 시키거나 뭐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단순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그들이 모든 간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1. 간부들은 병사들의 입장을 모른다

병사들은 영내 생활을 하고 간부들은 영외 생활을 한다. 여기서 오는 차이는 상당하다. 즉 병사들은 간부들이 퇴근 후에 영내에 있다 보니 자기들만의 세계가 있고 간부들도 퇴근 후에 자기들만의 세계가 있다. 따라서 같은 행동에도 느끼는 것에 대하여 괴리감이 있다.

만약 일과 중에 일을 다 못해서 잔업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간부들은 잔업을 하고 나면 집에 가서 쉬면 그만이다. 하지만 병사들은 그렇지 않다. 잔업을 하고 나면 임무분담제(군대에서 매일 하는 청소를 공식적으로 이렇게 칭한다) 해야 하고 점호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날 개인 시간은 하나도 없이 하루가 지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이외에도 간부들이 병사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행동들이 많다. 이러한 것들로 병사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간부들은 이를 외면한다.


2. 소통의 부재

어떤 집단이건 소통이 필요하다. 간부들과 병사들은 위치는 다르지만 결국 한 집단의 소속이 서로 소통을 해야 그 집단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군대는 계급사회이다 보니 일방적인 지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예로 들면 한 간부가 중대장으로부터 어떤 임무를 부여받고 병사들과 일을 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그 간부가 중대장의 의도를 잘 이해해서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해를 정확히 해도 일하는 중에 갑자기 지시가 다시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했던 일을 다시 해야 하거나 팠던 땅을 다시 메꾸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일이 생길 때 위에서 내려온 지시니 병사들은 그냥 시키면 해야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의미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어쩔수 없는 일과 의미없는 일은 다르다.

실제로 군필자들 중에 군대에 대하여 가장 환멸을 느끼는 게 이런 무의미한 일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면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 간부의 잘못이라면 사과할 필요가 있고 상황이 바뀐 거면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없다면 병사들은 그 간부가 무능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그 간부와 일하기를 꺼려한다.

말을 해준다고 해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받아들이냐 안 받아들이냐는 둘째 문제이다. 일단 말을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3. 자신이 갑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도 '갑질'이 넘쳐나고 여기에 대한 반응 날이 갈수록 민감해지고 있다.

군대에서도 이런 '갑질'이 만연하게 일어난다. 계급이 깡패라고 계급만 믿고 자신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분명 병사들은 간부보다 계급상 아래이다. 그렇다고 본인이 '갑'의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간부들은 병사들이 '을'이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라 생각한다.

병사들도 분명히 상식이라는 게 있다. 아무 말도  한다고 할말이 없는건 아니다. 자신이 한 행동들은 병사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그리고 이는 곧 그 사람에 대 '평가'로 이어진다. 아랫사람의 평가라는 것은 평소에 체감하기 힘들 수 있어도 언젠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온다. 즉, 자신이 함부로 한 행동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4. 간부의 입장과 병사의 입장은 분명히 다르다.

간부와 병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월급? 퇴근?

뭐 그것도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책임'이다.

분명 간부들의 계급은 시작부터 병사들보다 높고 권한도 많다. 그리고 그만큼 '책임'도 많다.

어느 조직이나 계급이 올라갈수록 '책임'이 커진다. 책임이 있는 사람의 입장과 책임이 없는 사람의 입장은 분명히 다르다. 책임이 있는 사람은 일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선 결과야 어떻든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지만 일을 시키는 입장은 다르다. 따라서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여도 시키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간부들은 군대의 규정이나 경험 또는 인접부대 사례 같은 것들을 더 많이 알고 있기때문에 같은 일이라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또한 간부도 간부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들 많다.



이 외에도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위 4가지를 꼽아봤다. 1, 2, 3번은  군생활을 하면서 봐 온 일부 간부들에 대한 비판이었고 4번은 간부 입장에 대한 해명이었다.

우리의 주적이 간부라는 말이 그들은 농담일 수도 있지만 간부의 입장에서는 웃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군대에 있을 때도 항상 답답한 게 우리나라 군대가 실전 경험이 없고 전투와 멀어지다 보니 훈련을 하지만 전우애에 대한 개념이 부족다. 실제 전쟁이 나면 아군에게 총을 맞아 죽는 사람 많을 것이다. 간부도 그렇고 병사도 마찬가지다. 실제 투에서 내 등뒤를 맡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


나 역시 군대에 있을 때 그런 행동을 안 했다고 장담은 못 하겠다. 잘 몰라서일 수도 있고 여유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간부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많은 간부들이 일에 치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최소한 병사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라고 말하고 싶다. 군대가 힘들다 힘들다해도 결국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자신의 전우를 인간적으로 대우하지 못한다면 그들도 당신에게 비인간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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