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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Dec 28. 2018

군대에선 한 해를 마무리하며...

군대 상식

2018년도 벌써 며칠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많은 사람들이 약속을 잡고 모임을 갖는다. 

자주 봤던 사람들 혹은 자주 못 봤던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한 해를 마무리할 것이다. 


군대에서도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그 한 해가 좋았던 나빴던 좋게 마무리하며 새해를 다짐한다. 가끔 송년회를 하는 부대도 있지만 지휘관 재량에 따른 비공식적인 자리고 공식적으로는 회사나 관공서처럼 종무식을 한다. 매년 마지막 근무일에 행해지는(12월 31일이 토요일이면 12월 30일에 행해진다) 군대에서 하는 종무식은 어떤 모습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공식적인 행사이다 보니 행정적으로 준비해야 할 요소가 있다. 

업무시간 중에 행해지고 내년도 행정 준비상태를 보기 때문이다.  


지휘관 입장에서 종무식을 하면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바로 서류 이기 상태이다. 

한 해가 넘어가면서 파기할 서류들은 파기하고 연도를 이월할 서류들은 이기한다. 

그중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비밀관리 기록부'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군대에서는 '보안'을 중요시한다.

그 '보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비문들인데 이 비문들의 관리 실태를 기록하는 것이 '비밀관리 기록부'이다.

비밀관리 기록부에 지휘관 서명이 들어가는 이유도 있지만 나중에 가장 피보는 것이 보안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밀관리 기록부의 이기 상태를 가장 관심 있게 본다. 

비밀관리 기록부를 관리하는데도 규정이 있어 거기에 맞게 기록될 것이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비문에는 유통기한처럼 관리기간이 있는데 연도가 지나면 파기해야 하는 비문이 있고, 관리기간을 늘려야 하는 비문이 있다. 규정에 맞게 파기할 것은 파기하고 연장할 것은 연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비밀관리 기록부에 기록하고 연도가 지나면 새로운 비밀관리 기록부에 이기해야 한다. 


그다음은 운영비 소진 상태다. 

운영비라는 것은 중대 운영비, 대대 운영비, 교육훈련비 등등 여러 가지 운영비들이 있는데 해가 지나기 전에 전부 사용해야 한다. 만약 해가 지나도록 다 사용하지 못하면 그만큼 부대에 예산이 필요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예산을 삭감하기 때문에 운영비를 모두 소진한다. 예산이 삭감되면 다음 연도 부대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사단 재정부에서 연락이 와서 여러모로 귀찮은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단돈 1원도 남기지 않고 소모시킨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식적인 자리이다 보니 청소를 깨끗이 한다. 군대는 청소로 시작해서 청소로 끝난다고 새해에는 깨끗한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자며 청소를 열심히 시킨다. 물론 얼마 못 가긴 하지만. 


간혹 가다 간부들에게는 양식을 주며 새해 목표를 적으라고 시킨다. 지휘관이 시키는 것이라 하는 곳도 있고 안 하는 곳도 있지만 군 생활하면서 매년 작성했던 것 같다. 목표를 다 적으면 종무식 때 코팅해서 책상에 비치한 상태를 점검한다. 물론 그 이후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인데 종무식이다 보니 그래도 피자나 치킨 정도는 시켜 먹는다. 행정보급관이 종무식 때 배달음식 시켜먹을 거까지 고려해서 운영비를 사용하는데 돈이 없으면 과자 정도로 때우기도 한다. 


종무식은 부대마다 다르게 진행되는데 식순을 정해놓고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내 경험으론 각자 중대에서 종무식을 준비하고 대대장이 돌아다니면서 보고 덕담 한 마디씩 하는 정도로 진행했다. 


그렇게 종무식이 끝나면 별다른 일과를 하지 않고 쉰다. 

그리고 야간이 되면 당직사령 재량 하에 TV연등을 시켜 제야의 종소리까지 보게 해주기도 한다.(여담으로 12월 31일의 근무는 2년짜리 근무라며 간부들이 꺼려한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으면 어김없이 신년 결의대회를 하는데, 

1월 1일은 휴일이기 때문에 1월 2일에 모든 부대원들이 연병장에 모여 결의문 낭독을 하는 것이다. 

결의문 내용은 대략 '적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겠다' 뭐 이런 내용들이다. 

가끔 1월 1일에 신년 결의대회 겸해서 훈련을 잡기도 한다. 

이러면 욕이 절로 나온다.

내 기억으론 병신년(丙申年)에 그랬던 것 같다.


신년결의대회는 이런식으로 한다(출처 : 경기북부 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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