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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Jan 06. 2019

부대개편

군생활 이야기



군대는 기본으로 무력집단이다. 

그래서 부대별로 편제된 전투장비가 있다.

기본적으로 소총이 있고 그 외에는 병과별 편제된 장비가 다르다. 

포병부대 같은 경우 화포가 편제되어 있고 평상시에 훈련을 통해 화포를 쏘는 법도 숙달하고 화포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관리도 해야 한다. 


화포의 종류도 다양하다.  

견인포가 있고 자주포가 있다. 

견인포라는 것은 화포를 차에 견인해서 옮긴다는 뜻인데 이와 반대로 혼자 움직이는 자주포가 있다. 

견인포의 구경에는 105mm가 있고 155mm가 있다.  


흔히 말하는 4대 꿀보직 중 하나가 155mm 견인포 포수인데, 이들은 155mm 구경의 대구 경탄을 장전하고 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꿀보직인 이유가 견인포를 사격하려면 견인포를 손으로 들어서 정렬해야 하는데 당연히 몹시 매우 무거워서 10명이 넘는 인원이 붙어야 한다. 또한 155mm 포탄이 105mm에 비해 구경이 큰만큼 몹시 무겁다. 그래서 155mm 견인포를 운영하다 105mm 견인포를 보면 장난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 부대는 105mm에서 155mm로 개편되었다. 일명 '똥포'라고 불리는 작은 화포에서 갑자기 커지게 된 것이다. 당시 포수를 맡고 있던 병사들은 졸지에 꿀보직으로 거듭난 것이다. 



155mm(좌) 105mm(우) 딱 봐도 크기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원래 부대의 장비라는 것은 계속 바뀌게 되어있다. 신형이 나오면 구형은 반납하고 신형을 운영하는데 동원부대 같은 경우 이 신형장비의 후순위라서 전방에서 신형으로 교체되면서 반납한 구형을 사용한다. 반대로 신형장비를 갖고 있다가도 전방에 없는 부대가 있으면 뺏기기도 한다. 동원부대의 설움이라고 할 수 도 있지만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장비가 바뀌면 실무자들에게 많은 일거리도 같이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의 임기 중에 부대 개편하는 것을 모두 꺼려한다. 

특히, 화포 같은 메인 장비가 바뀌면 할 일이 무지무지 많아진다. 장비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게 작전계획을 다시 짜야되는 것이다. 한두 개 손대는 게 아니라 거의 모든 작전계획을 다 손봐야 한다. 


그렇다

그 작전 계획이 변경은 작전보좌관인 내 몫이었다. 

작전계획이라고 해서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전체적인 맥락은 대대장과 그 이상되는 지휘관들이 구상을 하지만 그 작전계획을 직접 문서화하고 생산해내는 것은 중위급들이 한다. 물론 작전과장이라는 대대급 작전의 최고책임자가 있지만 그 정도는 보좌관 선에서 해결되는 문제로 보고 있다. 

사실 문서로 된 작전계획이야 어찌어찌해서 만들 수 있었지만 문제는 상황판이었다.(상황판이란 작전계획을 지도 위에 도식해놓은 것이다) 


기존에 있던 상황판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서 낡아빠진 데다 이제는 작전계획까지 바뀌었으니 완전히 새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원래 보통의 상황판은 지도 위에다 비접착 아스테이지를 놓고 작전계획을 펜으로 도식하는 정도인데 대대장님과 정작과장님은 그런 허접한 걸 원하지 않았다. 아주 깔끔하고 오래갈 수 있는 그런 상황판을 만들라 하였다. 그래서 아주 빳빳한 필름지에 도식할 것들을 투명지 인쇄하고 선은 띠 테이프로 붙여가며 만들었다. 한 두 개만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 모든 상황판을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서 반년 동안 거의 상황판만 만들다시피 했다. 주말출근도 부지기수였다.  나중엔 지도도 부족해서 얻어온다고 전방부대도 갔다 오고 했다. 

나중에 임기가 끝나고 비밀을 인계하면서 비밀관리 기록부를 보니 부대 자체적으로 만든 작전계획 중에 1~2건만 빼고 다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 부대를 떠난 지 4년이 지났는데 가끔 아직 내 이름이 적힌 작계가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쓰고 보니 '나 군대 있을 때 말이야~ 엄청 고생했어~'라는 말로 밖에 안 보이는데, 맞다. 군생활 고생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작전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나중에 편했던 것 같다. 뭐든 한번 제대로 부딪치고 나면 나중엔 좀 편해지는 것 같다. 


 대략 이런것이 상황판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론 더 많은 것이 도식되어 있다.  (한국전쟁 봉일천전투 상황판 / 출처: 한국전쟁사(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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