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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Jan 16. 2019

군대의 행정용품

군대 상식

보통 군대에 가면 몸을 쓰는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행정적인 일이 그에 못지않게 많다. 예전에 행정시스템에 관하여 쓴 적이 있는데 그것은 기록용 행정이고 실무용 행정은 따로 있다.  

자고로 군대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습성이 있어 뭔가를 만드려고 시도를 계속해서 자르고 붙여서 만드는 게 많다. 그러다 보니 행정용품들이 다 거기서 거기 같아 보이지만 군대에서 쓰는 행정용품은 그 쓰임새와 구성이 약간 다르다. 

  

그럼 지금부터 행정병 출신들을 추억에 빠뜨려 보겠다. 


1. 펜

사용빈도 ★★★★★

펜은 사회에서도 어딜 가나 필수적인 용품인데 뭔 당연한 소리를 하는가 싶을 것이다. 

여기서 굳이 말하는 이유는 군대에서 자주 쓰는 펜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용도에 따라 다른데 필기할 때 절대적으로 자주 쓰이는 펜은 플러스펜이다. 

군생활필수품 플러스펜

선이 얇고 색이 진해서 필기할 때 대부분 플러스펜을 사용한다. 그래서 색깔별로 박스채로 사놓는데 놀랍게도 1달도 안 돼서 모두 사라진다.  


그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펜이 물펜인데 앞뒤에 굵기가 다른 트윈 펜을 많이 사용한다. 물펜은 코팅지에 사용하면 쉽게 지울 수 있기 때문에 주로 현황판 수정할 때 많이 쓰인다. 

참 지혜로운 발명품이다.

그다음으로는 네임펜인데 네임펜 역시 앞뒤로 굵기가 다른 트윈 펜을 많이 사용한다. 네임펜은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상황판 같이 지워지면 안 되는 부분을 도식할 때 자주 쓰인다. 그래서 훈련 가서 필낭에 물펜, 네임펜을 3 가시 색(검, 파, 빨)으로 꽂고 다니면 '준비가 된 놈이구나' 하고 자기 자신을 칭찬한다.( 남이 칭찬해주진 않는다. 자기만족일 뿐)


2. 아스테이지

사용빈도 ★★★★★

아스테이지에는 접착과 비접착이 있다. 

접착용 아스테이지는 주로 주기표 같이 작은 종이를 부착할 때 쓰이는데 스카치테이프보다 훨씬 접착력이 강해서 자주 쓰인다.(스카치테이프는 접착력도 떨어지고 덕지덕지 붙으면 지저분하다고 잘 안 쓴다)   

비접착 아스테이지는 행정병의 꽃이라 할 수 있는데, 비접착 아스테이지 부착하는 것으로 행정병의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종이나 여러 장의 종이를 이어 붙여 상황판을 만들 경우 종이가 훼손되기 쉬워 겉을 접착 아스테이지로 마감을 하는데 종이가 크다 보니 접착 아스테이지를 잘못 붙이면 종이가 훼손되거나 아스테이지가 울어서 안 이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잘못 붙이면 다시 일해 야하기 때문에 행정병들은 어떤 크기라도 반듯하게 아스테이지를 부착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비접착 아스테이지는 주로 상황판 위에 도식할 때 쓰이는데 접착 아스테이지에 비해선 사용빈도가 적다. 

접착 아스테이지(좌)와 비접착 아스테이지(우)  


3. 자, 칼

사용빈도 ★★★★★

자. 여러분이 군대에 있는데 상급자가 A4용지에 인쇄된 이름표를 자르라고 시켰다고 가정하자. 이때 당신이 가위를 사용하고 있으면 옆에 행정병이 와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거 가위 말고 칼로 자르셔야 됩니다."

이때 '가위로 이쁘게 자르면 되지' 하고 그냥 자른다면 당신의 상사는 당신이 자른 이름표를 보고 육두문자를 날릴 것이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이다. 


군대에서 종이를 자를 때 웬만해선 가위를 사용하는 법이 없다. 가위로 아무리 반듯하게 자르려고 해 봤자 자대고 칼로 자르는 것만 못할 것이다. 그래서 커터칼과 자는 항상 손 닿는 곳에 위치해야 한다. 

이때 사용해야 하는 자도 따로 있다. 격자 눈금에 투명한 데다 밑에는 쇠로 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쇠가 없다면 칼질을 하다가 칼이 자를 타고 올라가 당신의 손을 커트할 수도 있다.(실제 이런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자를 말한다. 


4. 코팅기

사용빈도 ★★★

주로 썼다 지웠다 해야 하는 현황판 같은 거나 종이가 비를 맞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자주 쓰인다. 중대급 정도면 작은 코팅기가 따로 있어 코팅지를 구매를 해서 사용한다. 은근 많이 쓰이는 데다 코팅지가 비싸 옆 중대에서 코팅지를 빌리러 오면 민감해진다. 


5. 하드보드지

사용빈도 ★★

주로 훈련용 상황판이나 현황판을 만들 때 자주 쓰인다. 딱딱한 재질이다 보니 구겨지는 것을 원치 않을 때 사용한다. 현황판 내용을 하드보드지 크기에 맞춰 A4용지 나눠 찍기를 하고 여백 부분을 잘라내고 이어 붙인다. 그다음 비접착 아스테이지로 감싸고 뒷면을 풀을 발라 하드보드지에 붙인다.   


6. 시트지

사용빈도 ★★

하드보드지로 상황판을 만들었다면 아마 뒷면이 노래서 보기 싫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 이 부분에 시트지를 붙이면 된다. 물론 군대에서 사용하는 시트지가 따로 있다. 옛날에는 얼룩무늬였으나 요즘엔 디지털 무늬로 사용하면 된다.  


7. 검은색 종이테이프

사용빈도 ★★

하드보드지 뒷면에 시트지를 붙이고 나면 테두리 부분이 없어 보일 것이다. 이때 검은색 띠 테이프로 마감 처리한다. 일직선으로 예쁘게 붙야하는데 쉽지 않아 뗐다 붙였다를 반복할 것이다. 

굳이 검은색인 이유는 군대에선 디지털 아니면 검은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8. 바인더기

사용빈도 ★

주로 교육자료를 제본으로 만들 때 사용하는데 아마 대대급에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사용법이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예쁘게 만들려면 행정병한테 사용법을 한번 물어보고 사용하는 게 낫다.

바인더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뭔지 감이 잘 안 올 것이다. 


9. 더블 A

사용빈도 ★

아마 군대에서 무언가를 출력한다면 보급 나온 얇은 A4 지를 주로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작전계획 같이 특별한 문서를 출력할 경우 두꺼운 A4용지인 더블 A를 사용하는 게 좋다. 작전계획은 양면 인쇄하는 경우가 많은데 얇은 A4지로 출력하면 반대쪽 내용이 비추기 때문에 더블 A를 사용한다.  


10. 인화지

사용빈도 ★

군대에서 사진 출력을 요청한다면 사진을 찍은 다음 인화지에 프린트해서 줄 것이다. 

이 정도면 성의가 대단한 것이다. 보통 그냥 A4지에 출력해서 준다.  

아무래도 사진 출력할 일이 많이 없어 자주 쓰이지는 않는다. 



이 외에도 풀, 포스트잇 등등 사용하는 건 많지만 사회에서의 용도와 특별히 다를 게 없어서 뺐다. 


행정용품 주로 부대 주변에 있는 군장점에서 구매하는데 생각보다 한 달에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간다. 어떤 달에는 월 운영비로 부족해서 빚까지 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 비용은 행정병의 피로도와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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