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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Apr 22. 2019

못 다 핀 꽃 두 송이

OAC(고군반)는 교육기관이지만 군대이기도 하다. 

가르치는 교관 역시 군인이고 부대의 장도 존재한다.(일종의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장이라 칭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가 존재하고 책임도 존재한다. 또한 부대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건 사고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내가 있던 시기에 유독 큰 사건, 사고가 많았다.



2015년 4월 28일 오후 3시 30분.

상무대 보병학교 초군반 장교들은 침투 및 국지도발 훈련을 받던 중 2명의 소위가 저수지에 빠졌다. 대항군 역할(훈련을 위해 북한군 역할을 하는 것)을 하던 2명은 은밀하게 침투하기 위해 저수지를 건너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은 훈련이었기에 단독군장을 하고(소총에 방탄헬멧, 탄입대 등을 착용한 상태) 있는 상태였기에 생도 시절에 꾸준히 체력을 단련했음에도 자력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급하게 구급대원들이 투입되었으나 그들을 찾는데 1시간가량의 시간이 걸렸고 결국 그들은 꿈을 채 못 이루고 순직하고 말았다.


장교의 길을 걷기 위해 2년의 생도 생활을 견디고 이제 막 임관한 두 명의 소위가 야전에 배치도 채 되지 않고 교육을 받다가 불의의 사고로 당했다는 것이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사건을 접한 당시에는 참으로 논란이 많았다. 

가장 쟁점이 된 것은 그들이 '왜' 저수지에 들어갔냐는 것이다. 교육생들끼리 많은 추측의 말이 있었지만 사고의 원인은 그들은 자신들이 맡은 대항군 역할에 충실한 나머지 계획되어 있지 않던 저수지를 통해 은밀히 침투하려고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은 방탄헬멧에 군장, 소총을 메고 물을 건너려했다. 

평소보다 무게는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소총에 녹이 슬기 때문에 남들 쉴 때 총기 수입을 해야 한다. 게다가 물에 빠졌다가 나오면 전투복도, 전투화도 물에 젖어버리기에 그 찝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누구도 그들에게 물에 들어가라 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남다른 각오로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단지 역할에 충실하고자 최선을 다했던 것이고, 같이 훈련을 받는 동기들을 위해 실전 같이 묘사를 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기리기 위해 동기생이 쓴 시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묻지 말아라


찬물에 발만 담가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게 사람이다

등골로 물 한 방울 떨어져도 온 몸을 떠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지동제 비 내리는 수면이 차갑지 않았느냐고 

왜 들어갔냐고 묻지 말아라


반대편 물가를 보아 멀어 보여 멈추고

가까우니 건너보는 그런 헤엄이 아니다


사명을 가진 자는 가야 할 이유가 보일 때 어디라도 간다


깊어서 멈추란 밀이냐 멀어서 가지 말란 말이냐 헤아릴 것이 없다.


조국을 보는 눈은 결코 가늠할 수 없는 것을 가늠하려 들지 않는다.


자, 이 땅 위에 살아있는 자들아 이제 왜냐고 묻지 말아라

그대가 이 땅에 살고 있음이 그 온전한 생명이 대답하지 않는가


- 동기인 여준일 소위가 순직한 2명의 소위를 위해서 쓴 추모시 -



그들이 살아있었다면 아마 좋은 군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곧 꽃을 피우지 못한 두 명의 장교가 순직한 지 3주기가 된다. 

그들과 같은 길을 걸었던 사람으로서, 

비록 많은 사람이 그들을 기억 못 하지만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그들을 추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육군 3사관학교에는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그들의 흉상이 세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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