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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May 08. 2019

ROTC 후보생 2년 차 생활

3학년 2학기 막바지로 갈수록 선배들의 터치는 줄어든다.

그들도 졸업 및 임관을 앞두고 각자의 생활들을 한다. 군대에서의 선후임에서 대학 선후배로 돌아가는 것이다. 1년 차도 막바지이다 보니 머리가 커서 말도 잘 안 듣는다. 

3학년 동계 훈련이 끝나면 이제 우리 세상이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을 맞게 된다. 여기서 2년 차들은 2가지 부류로 나뉜다. 

후배들을 군기 잡고 가르치는 부류와 그냥 자유를 만끽하는 부류로 말이다.

군기 잡는 역할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는 못 한다. 주로 1년 차 때 선발했던 단과대학별 장, 말, 쓰리가 담당하며 학군단에서 공식적으로 소대장 이상의 직책을 맡고 있는 인원들이 이 역할을 한다.


단복에 이런 것을 새긴다.

그런 직책이 없더라도 후임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지적을 할 수는 있지만 1년 차 때 빵꾸내고 제멋대로 행동하던 부류들은 암묵적으로 이런 역할에서 배제된다. 괜히 어설프게 후배들 교육시킨다고 군기 잡고 그러면 동기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나는 주로 자유를 만끽하는 부류였지만 딱 한 번 후배들을 갈군 적이 있다.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단복 검사 때 단과대학 후배들이 무더기로 걸리자 단과대학 장을 맡고 있는 동기가 후배들을 모아놓고 선배들이 돌아가면서 갈구자고 해서 동참한 것이다. 물론 부조리에 해당되지만 그래도 우리 기수에서는 최소한의 군기를 유지시킬 부조리만 남기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없애려고 노력했다.


아무튼 2년 차가 되면서 학교생활이 자유로워지니 우리 세상이라고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후보생은 아무리 짬을 먹어도 넘지 못할 산이 있다.

그것은 바로 훈육관이다. 


훈육관은 보통 1년 차는 대위, 2년 차는 소령이 담당하는데, 아무리 대학 생활이 자유로워졌어도 이 들 때문에 학군단 생활은 자유로워질 수 없다. 아침운동도 존재하고 전술훈련 등의 군사교육도 빡세게 진행됐다. 

특히, 하계훈련과 임관고사를 앞두고 거의 합숙훈련 들어가다시피 했다. 방학을 하자마자 몇 주 동안은 이론 교육을 한다며 학군단에서 내내 있었고 임관고사 체력측정을 앞두고 특급이 나올 때까지 매일 아침운동을 나가곤 했다. 수업태도가 안 좋다고 다 같이 나가서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이때 얼차려가 너무 힘들어서 학군단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학군단 생활의 강도는 훈육관의 학군단 성적에 대한 욕심과 비례하는 것이다. 


4학년 하계훈련을 마지막으로 기초 군사훈련이 끝나고 임관고사만 남는다. 그리고 이 임관고사까지 끝나면 임관할 때까지는 터치받는 일이 없어진다. 

임관고사가 끝나면 희망 병과를 지원하는데 전공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병과가 다르다. 또한, 희망에 따라 특전사, 해병대, 격오지 근무를 지원할 수도 있다. 물론 가고 싶다고 다 가는 것은 아니다. 병과별로 티오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부 병과에 사람이 몰리면 임관 성적순으로 잘라낸다. 그렇게 떨어져 나간 사람들은 2순위, 3순위, 심지어는 마지막 순위로 작성한 병과까지 밀려난다. 

처음에 병과가 정해지고 그다음에 자대가 정해지는데, 병과에 따라 희비가 갈라졌다가 자대 발표가 난 뒤에 다시 갈라지기도 한다. 비전투 병과가 되어 좋아했는데 자대는 최전방으로 가거나, 전투병과였는데 자대가 후방으로 배치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겨울 방학이 되면 졸업을 앞두고 걱정이 많은 학과 동기들에 비해 우리는 진로가 정해져 있어 자유롭다. 보통 본격적인 군생활 앞두고 마지막을 즐기려고 한다. 해외여행도 많이 간다. 

졸업식 때 이런 행사를 한다. 2년 차는 임관 축하식, 1년 차는 승급식, 가입단자는 입단식을 한다.


3월이 되면 후보생 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인 장교의 길을 걷게 된다. 후보생 생활 동안 기초 군사훈련이나 군사교육을 받으면서 군대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대 배치를 받고 나면 깨닫게 된다. 


우리는 그냥 X밥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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