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말은 보통 중대장들이 많이 하는 말로 많은 군필자들의 공감을 얻고 유행어가 되었다. 하지만 미필인 사람들은 왜 중대장들이 저런 말을 하는지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짤 하나로 중대장 실망 드립은 유행이 되었다.
일단 중대장이 왜 자신을 "중대장은"이라고 자신을 지칭하는지 알아보자면,
군대에서는 상대를 부를 때 성이나 이름에 계급으로 붙여서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직책으로 부르는 게 가장 많다. 예로 들면 김 씨 성을 가진 하사가 있다면 '김하사' 혹은 김 OO 하사'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직책으로 부른다. 김하사의 직책이 통신반장이면 그냥 통신반장이라고 부른다.
거기다 가끔 선배 중에 '오빠가 말이야~' 혹은 '형이 말이야~'라는 식으로 자신을 지칭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식의 지칭이 군대에서는 직책을 넣어 '중대장이 말이야~'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대장은 왜 그렇게 실망을 많이 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중대장이 실망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대장들은 기본적으로 무언가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 '우리 부대는 아닐 거야'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그 잘못된 일이 자신의 부대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부대의 장으로서 갖게 되는 상실감은 크다.
거기다 아닌 것 같지만 병사들에게 받는 상처도 있다. 중대장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가끔 병사들을 생각해서 중대장의 재량으로 편의를 봐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이 잘못되어 화살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예로 들어 병사가 어떠한 잘못을 했을 때 원래는 징계를 해야 하지만 훈육하는 선에서 끝냈더니 오히려 중대장이 자신에게 폭언을 했다고 마음의 편지를 긁는 경우처럼 부대원들을 생각해준다고 부대원들이 그만큼 피드백을 주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학창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하는 것처럼 중대장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부대원들이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부대원들은 사고 치고 대대장한테 욕먹고 하다 보면 정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그렇다고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어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중대장은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 비록 부대원들이 자신보다 계급은 낮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아무 언어나 사용할 수 없다. 자신이 하는 말이 부대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때문이다. 비속어, 폭언, 욕설을 근절하자고 하는 중대장이 다수 앞에서 그런 언어를 사용한다면 그 부대에서는 그 누구도 그런 말들을 사용하지 말라고 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망스럽다는 것은 뭔가 안 좋은 결과가 있었을 때 나오는 말이고 그 결과로 인해 화가 날 수도 있지만 그 화를 언어에 그대로 담아 표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말 안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없기에 하는 말이 고작 '실망했다'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 말에 공감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중대장들의 마음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내가 현역에 있을 때 "포대장(중대장)은 너희에게 실망했다"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개인적으로 3인칭 화법을 별로 안 좋아한다) 저 말을 보고 바로 공감할 수 있었다. 저 말을 하는 중대장의 마음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즐겨보던 웹툰 '하이브'의 한 장면. 김규삼 작가가 중대장 실망 드립을 치고 싶었던 것 같다.
중대장을 할 때 대학교 동기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학교 선배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배들 한 명이 지금 계급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현재 대위이고 중대장을 맡고 있다고 하니 그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군대에 있을 때는 중대장이 그렇게 나이 많고 어른 같은 느낌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지금 나보다 어리네."
군대 내에서는 계급 차이 때문에 나이가 많아 보이게 느껴졌지만 사실 빠르면 26, 27살에도 다는 것이 중대장이다. 군대에서는 짬이 좀 있는 사람이겠지만 사회로 따지면 이제 막 취업하고 커리어를 시작하는 매우 어린 나이이다. 나이가 많아봤자 30대 초중반 정도이다. 그런 나이에 중간관리자로 60명이 넘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조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책임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여기 치이고 저기 치여도 입장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억누르고 '실망'정도로 표현하는 것이다.
'중대장은 너희에게 실망했다'라는 말이 웃긴 말처럼 표현되고 있지만 그 직책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에 공감은 하면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