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Jun 05. 2019

동원사단과 상비사단은 뭐가 다를까?

앞에 글에서도 많이 말했지만 나의 첫 배정 부대는 동원사단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동원 사단, 상비 사단 같은 말들을 많이 썼는데 이것이 정확히 어떤 말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육군은 그 역할에 따라 크게 상비사단, 향토사단, 동원사단으로 나누고 있는데 그 뜻을 간략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상비사단 : 평상시에 편제 병력의 75% 이상 현역 병력을 유지하고 전시에 나머지 공석 인원을 동원예비군으로 부대를 완편 하여 군 작전에 임하는 부대(사단)를 말한다


향토사단 : 유사시 주어진 지역방위의 책임을 맡은 부대를 말하며, 통상 계엄이 선포되면 지역 계엄사령부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동원사단  : 평시에 기간요원 등 극소수의 병력으로 부대 건제를 유지하다가 국가위기상황(전시) 시 동원 자원을 보충받아 부대를 완편 하여 군 작전(전방전개)에 투입되는 부대를 말한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이 사단들은 앞에 들어간 숫자만 봐도 구분이 되는데 1~30은 상비사단이고 31~59는 향토사단, 60~75는 동원사단이다. 


흔히 상비사단은 전시 즉각 투입 전력으로 보기 때문에 향토사단이나 동원사단보다 힘들다고 여겨진다. 여기에 대해 말하자면 반은 맞지만 반은 아니다. 상비사단이라고 무조건 힘든 것도 아니고 동원사단이라고 무조건 편한 것도 아니다. 향토사단은 안 겪어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할 것이다. 


1. 상비사단은 훈련 위주, 동원사단은 행정 위주

상비사단은 당장 전투를 해야 하는 부대이기 때문에 훈련이 많다. 매우 많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한다. 두세 번도 한다. 그에 비하면 동원 사단은 훈련이 많지 않다. 병력이 많지 않아 훈련할 여건도 안 된다. 대신 전시에 투입되는 병력들이 행정상으로 존재하다 보니 행정업무가 중요시되고 있다. 그래서 상비사단은 전투 준비 상태에 대한 검열을 많이 하지만 동원 사단은 행정 업무 상태 검열을 많이 한다. 그래서 동원사단 간부들이 행정능력은 뛰어나다. 가끔 상비사단에서 온 간부들이 동원사단의 행정업무에 적응을 못 하고 허우적대는 경우도 종종 있다.  


2. 동원사단은 고위급 간부들이 너무 많다.

보통 상비사단은 대대 단위, 때론 중대 단위로 흩어져 있지만 동원사단은 사단이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여려 연대장들이 한 울타리 안에 있고 여러 대대장들이 한 건물 안에 있다. 게다가 사단 사령부의 참모부도 영관급이다 보니 하루에도 여러 명의 대령, 중령들을 본다. 

게다가 보통 동원사단의 중령, 대령들은 이미 진급이 물 건너 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령, 대령도 그냥 중령, 대령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짬 중령, 짬 대령들이 모여있는 것이다. 가끔 사단장보다 선임인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대위급 정도는 발에 치일 정도로 많다. 아마 동원사단에는 이등병보다 대위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상비사단에서 대위를 하다가 온 경우 자신의 초라해진 위치를 보고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3. 동원사단은 병사 수가 너무 적다.

동원사단을 차지하는 대부분 병력들은 현역이 아닌 예비군이다. 따라서 현역 병사가 적다 보니 훈련을 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물자는 예비군들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서 전부 구비하고 있어야 되기 때문에 관리소요가 장난이 아니다. 작업을 하는데도 병사들만으로는 부족해서 간부들도 같이 해야 한다. 상비사단에서도 큰 작업 같은 경우 초급간부들이 같이 작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동원사단에서는 대위급 들도 같이 참여한다. 심지어는 중령도 제설작업을 같이한다. 


4. 부사관보다 장교가 많다. 

보통 장교는 전략이나 계획을 구상하고 그것이 실행될 수 있도록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보통 행정 일은 부사관보다는 장교가 많이 하는데 부대별 편제에 따라 다소 상이하겠지만 행정 일이 적은 상비사단은 장교보다는 부사관들이 다수이다. 그에 반면 동원사단은 행정 일이 많다 보니 부사관보다 장교들이 많다. 그것도 대부분 대위급 이상이다. 사람이 많으면 이상한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아지는데 초급간부이면 선임들 중에 이상한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초급간부들은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고 한다. 개인적으로 초급간부 시절 힘들었던 게 그런 이유에서였다. 

열등감에 쩔어있는 선임도 있었고 자신이 절대적 권력자라도 되는 양 군림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 한 순간들은 아직도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나마 있는 부사관들도 오래 근무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초급 장교는 은근슬쩍 자기 아래에 두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조직이던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떠나야 하겠지만 군대는 의무복무기간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 그래서 상비사단이냐 동원사단이냐의 문제보다는 어떤 사람들과 근무하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군번은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