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다.
가장 아끼는 장난감은 늘 자동차 장난감이었고,
도로를 달리는 차의 뒷모습만 봐도
이름을 알아맞힐 만큼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직장을 얻고 처음 모은 돈으로
가장 먼저 한 큰 소비도 지금의 애마를 산 거였다.
아버지도 자동차를 꽤나 좋아하셨기 때문에,
나의 이런 취향은 어쩌면
아버지께 물려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 아버지의 첫 차는 포니 픽업트럭이었다.
어디 나들이라도 갈 때면, 좁디좁은 트럭에
네 가족이 옹기종기 붙어서 타고 다니던 일이
아련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누나와 내가 등교할 때면
가끔 아버지가 태워주시곤 했는데,
한겨울엔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아서
옆집 희은이 누나까지 합세해서 차를 밀어야 했다.
언 손가락에 입김을 후후 불어가며,
힘껏 밀다가 포니가 쉰소리를 내며
매캐한 연기냄새와 함께 부다당
시동이 걸리면 셋이서 깔깔거리며 좋아했었다.
우리 가족의 충실한 일원이었던
포니가 제 운명을 다하자,
아버지는 새 가족을 맞이하셨다.
아버지의 두 번째 선택은 티코였다.
마침내 네 가족이 앉을 수 있는
4인승 승용차가 생긴 우리 가족은
티코의 네 바퀴에 막걸리를
뿌리고 새 가족을 기쁘게 맞이했다.
한참 나중에 티코를 봤을 때는,
저 조그만 차를 우리가 어떻게 타고 다녔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고 보잘것없었지만,
그때의 우리 집 티코는 누구네 어떤 차 보다도
늠름하고 믿음직했었다.
티코를 보내고 아반떼를 거쳐
마지막으로 고른 토스카를
아버지는 아직도 타고 계신다.
토스카를 새 가족으로 처음 맞이하던 날,
아버지는 그날 밤늦게 오래도록 차를 닦으셨다.
손에는 천이 들려 있었고,
눈빛은 아이처럼 반짝이셨다.
예전만큼 차에 대한 애정은 덜하지만,
운전을 하실 때면 여전히 청춘의 기분이
남아있는 듯 설레는 표정으로
핸들을 잡으시곤 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소형-준중형-대형의
단계를 착실하게 밟아 오셨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진작 크고 근사한 차를 갖고 싶으셨겠지만,
언제나 가족을 먼저 생각하셨을 아버지.
가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묵묵히 달리던
그 시절, 토스카는 아버지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가족을 위해 쉼 없이 부지런하게 달렸던 토스카는 ,
아버지의 퇴직과 함께 이제는 지하 주차장의
한구석을 쓸쓸히 지키고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이제 그만 토스카를 보내주고,
아버지께 새 차를 선물해 드리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아버지께서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새 차와 함께 이제 당신을 위해
힘껏 달리셨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토스카가 건강하게 아버지의
곁을 잘 지켜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