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yeon.

by 후아유


핸드폰에서 오래된 사진첩을 뒤지다가

우연히 사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yeon이라고 적힌 간판 뒤로

눈 쌓인 기와가 배경으로 찍힌 사진 한 장.

‘이 사진이 아직도 있었네.’ 혼잣말하며

별안간 옛 감성에 젖어들었다.

사진 한 장이 나를 10년 전 그날의

거리와 공기 속으로 데려다 놓는 느낌이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열 살이 더 어렸고,

조금 더 순진했던 것도 같다.


“연? 자기 이름 같네. 춥다. 여기 들어가자”


다락방처럼 아늑한 방에 낮은 테이블,

방석이 깔린 좌식 카페.

그때 나와 그녀는 무엇을 마시며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기억나지 않지만 좁지만 따뜻했던 구석 자리에서

한참을 머물렀던 기억만은 선명하다.

사진을 발견했을 때 반가움과 동시에 아릿한 감정을느꼈던 건 그녀와의 추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자기야! 하늘 봐!! 눈 쏟아져.”


카페를 나왔을 때, 푹한 겨울 날씨에

거짓말처럼 펑펑 쏟아지던 함박눈.

얼굴을 스치며 떨어지는 눈송이를 맞으며

나란히 골목길을 걷던,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그날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에 서글퍼진다.

지금은 그녀의 얼굴도 목소리도 흐릿하지만,

그때의 연애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지금까지도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녀를 못 잊은 것도 아니면서, 사진 한 장에서 이런저런 넋두리를 해대는 건 왜일까.

늙어서 감정적으로 센티해졌나.


결론은 마흔이지만,

나는 다시 그런 연애를 하고 싶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내 몸 안의 연애 세포가 모두 죽어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