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쯤 전의 일이다.
그때 막 사귀기 시작했던 여자친구와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여자친구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당황한 채
여자친구를 달래고 주변에서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힐끗거렸다.
"미안.. 자기가 울린 줄 알겠다."
주변의 눈길을 느낀 여자친구가 말했다.
사실 전조는 그전 식당에서부터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밥 먹는 내내 말 한마디 없이
굳은 표정이었던 여자친구는
식당을 나와서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터졌던 것이다.
그때 울었던 이유를 여자친구는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들려줬다.
내가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에 여자친구는
의전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랜 수험기간 끝에 결국 포기했는데,
그날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여학생 무리가 하필 의대생이었던 모양이었다.
옆자리의 의대생들 대화를 듣고 있던 여자친구는
포기했던 자신의 꿈과 설명할 수 없이
복잡했던 감정을 그날 울음의 이유로 설명했다.
그때는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이 있었던 여자친구가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한 번도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소망했던 적이 없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됐고
내게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낀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냥저냥 무난하고 무탈한 삶.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지만,
오래 전의 여자친구처럼 이루지 못했을지언정
간절하게 원하던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인생이 조금 더
풍요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 밥벌이가 되어주는
나의 일을 사랑한다.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고 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보잘것없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나는 왜 여태 하고 싶은 일조차 찾아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꿈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짝사랑으로 끝난 첫사랑
같은 기억 하나쯤 가슴에 품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어릴 적 소망을 가슴에 묻고서 지금을 묵묵히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