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니는 모임에서 누군가 내게 물었다.
"여행 좋아하세요?"
종종 받는 질문이지만, 그 말을 들으면
늘 몇 해 전의 도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때의 도쿄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여름이라는 계절까지 생각이 이어진다.
나는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특유의 푸르고 싱긋한 공기,
바람에 실려 오는 풀 냄새,
가로수의 푸른 잎 사이로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조차 그 모든 게 내겐 여름만의 매력이다.
여름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해서다.
그런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취업에 성공하고
처음 맞은 여름에 혼자 떠난
몇 해전의 도쿄 여행이었다.
J답게 교통편부터 숙소, 동선까지 알차게 짜고
출발하던 날 공항버스의 차창 밖
사소한 풍경에도 공연히 벅차오르던
마음이 지금도 생생하다.
롯폰기 힐즈에서 바라보던 도쿄타워의
야경을 바라보던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조금 바보 같은 말이지만,
그 순간 그곳에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둠에 잠긴 도시 가운데 홀로 서서
조용하고 은은하게 빛나던 도쿄타워를 바라보며
‘지금 죽는다 해도 미련 없이 행복할 것 같다 ‘
하는 조금 오만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도쿄타워를 향해 걷던 밤,
내 볼을 간지럽게 스치던 바람과
자동차 소리, 아스팔트 도로의 냄새.
그날의 도쿄는 모든 게 사랑스러웠다.
그 순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까지도.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좁은 철길을 달리는
전철을 타고 도착한 가마쿠라.
햇살이 잦아들던 오후의 해변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던 순간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나라 공원에서 사슴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된 그때의 도쿄 여행은
내게 여행의 매력을 실감하게 해 준 경험이었다.
그 여름 이후,
여행은 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일상에 지치고 우울할 때면
그 여름의 도쿄를 떠올린다.
내 마음속 서랍에서, 언제든 꺼내 마실 수 있는
비타민 같은 기억.
곧 다시 만나자, 도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