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有感

- 소멸, 그리고 생성

by 스침
역사가 반복되듯, 도시 역시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며 얼굴을 바꾼다. ⓒ 스침

- 건물 벽면의 기하학적 패턴은 같은 듯 다르다. 빛에 따라 다른 풍경을 반사하니 같아 보여도 다르다. 을지로 개발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개인적으로도 피맛골처럼 서운할 것 같다. 하지만 어쩌랴. 내가 기억하는 을지로도 개발의 결과물이었지 않은가. 롱텀(longterm)으로 보면, 지금의 논쟁도 시대에 따라 변검(变睑)하는 도시의 성장 과정일 뿐이다.


ⓒ 스침

- 가치관과 세계관이 너무 다른 사람과 말을 섞는 일은 힘들다. 젊어서는 화가 났지만 이제는 그럴 수 있다고 여긴다.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걷는 이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자주 봐야 하는 이들에게 불편이 느껴질 땐, 걷는 방향을 조금쯤 틀어줘야겠다.


ⓒ 스침

- 내가 흑백 사진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색의 다양성은 존중하지만 세상은 내가 감당하기 어렵게 현란하다. 흑백 사진은 내 기준으로 색에 오염된 세상을 정화시킨다. 가끔, 걸음을 멈추게 하는 저런 오묘한 색을 만날 때가 아니라면 여전히 흑백 사진이 좋다.


R0000966.jpg ⓒ 스침

- 중학생 시절 AFKN(American Forces Network Korea)에서 처음 만났으나 여전히 현역인 '마돈나', 미완의 사랑으로 밤잠을 설치게 했던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 까까머리들의 손에 쌍절곤을 쥐어준 이소룡, 지금도 횡단보도 앞에 서면 상상하게 되는 비틀스, 금발과 환풍구의 조합인 마릴린 먼로, 그리고 퀸의 프레디 머큐리까지. 액자 가게 주인장의 의도였을까? 세운상가 2층의 조악한 사진 몇 장이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

ⓒ 스침

- 자꾸만 카메라 앵글이 피사체가 아닌 사물이 비친 유리창이나 벽면을 향한다. 아파트 벽면에 건너편 아파트가 반영됐다. 모두가 자신의 일상을 살지만 우리네 삶은 늘 누군가의 앵글에 저런 방식으로 포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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