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K에게 아빠가
- 이름난 사람이 참 많은 세상이야. 예전 같았으면 장삼이사(張三李四)로 살았을 이들이 인플루언서가 되어 대중 앞에서 살고 있지. 사회적 순기능은 각설하고 아빠는 그런 삶을 결코 권하고 싶지 않아. 입신양명(立身陽名)은 과거에나 유효한 권장이거든. 일상이 타인에게 공개되고 얼굴을 가려야 덜 불편한 삶은 얼마나 고단하겠어.
- 그간 홍보 관련 매체 일을 하면서 이른바 사회적 명사란 분들을 많이 인터뷰했었어. 문화예술계 인사와 대기업 CEO들까지. 개중에는 사적 인연을 이어간 이들도 더러 있었지. 그 과정에서 내가 목격한 그들은 포장된 '이미지'와 '실체' 사이의 간극을 숨기려 고단해 보였어. 하지만 그 간극은 명확했어. 먼발치서 존경할 수는 있어도 가까운 거리에서 존경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거든.
- 언젠가 퇴임을 앞둔 대기업 CEO에게 자서전 집필을 권유한 적이 있었어.
"이보게! 내가 20년 가까이 사장을 했어. 그동안 내게 험한 꼴 당한 사람이 한둘이겠는가? 들키지 않은 잘못은 또 얼마나 되겠나? 남길 글이 한 자도 없네."
그분의 공과를 떠나 최소한 수치를 아는 분이었어. 수많은 인터뷰이 중 그분이 유일했다니, 새삼 서글퍼지네. 다양한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속성 중 하나가 결코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야. 세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 자신의 과거를 부정당할 수 없어서겠지.
- 도대체 왜 사람들은 불편한 일상과 수치를 모르는 삶을 동경하고 추앙하는 것일까? 내 생각엔 '뽐뿌질(pump)' 때문이야. 자가발전인 경우도 있고, 미디어에 의한 것도 있지. 관찰해 본 바, 한 번 뽐뿌질 당하고 나면 관성에 의해 결코 멈춰지지 않나 봐. 더러 접하는 유명인들의 불행은 최소한 속도 조절에 실패한 때문이지.
- 우리 모두 관성을 이기긴 힘들어. 하지만 '자신만의 속도'를 알고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해. 아빠는 DK가 살면서 절대 누군가와 경쟁하지 않았으면 해. 경쟁은 자신의 속도를 잊고 과속을 부추기거든. 자신이 구축한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나의 호흡이 가빠지지 않게 걸어갔으면 하는 거지.
- 순우리말로 '걸음나비(보폭)'란 단어가 있어. 자신의 보폭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걸음을 걷게나. 걸음걸이는 지문과 같다고 하지 않나. 마지막으로 함께 한 여행에서 찍은 당신 사진 한 장 올리네. 부디, 뽐뿌질 당하지 않는 범부로 살게나. 평안이 그대에게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