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침
ⓒ 스침- 빛은 늘 경이롭다. 자연의 그것이든 인공의 그것이든 그렇다. 형언하기 힘든 장면을 연출한 뒤, 서둘러 스스로 지운다. 탄복의 대상이지만 결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허언과 과오와 쓰레기만 남기는 인간의 삶과는 너무 다르다. 빛은 생명의 원천이자 아티스트이기도 하지만 활자를 끼고 사는 이들에게는 독서를 가능케 하는 기본값이다.
- 처음, 노안(老眼)이 왔을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노화의 일반적 현상이고, 나만 겪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딴에는 '수준 있는 독자'라 자처해 온 내게 시력의 퇴화는 불편 이상의 타격이었다. 활자중독이었던 어떤 이가 죽음을 앞두고, 노안의 괴로움을 토로한 심정을 이제야 알겠다.
ⓒ 스침
- 채 1년도 안돼 안경알이 다시 두꺼워졌다. 난시와 부동시에 노안까지 겹친 난 30분 이상 독서에 집중하지 못한다. 나란 사람은 시력마저 균형적이지 않다. 그러니 다독이 호사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턱없이 부족했던 기억력도 전만 못하다. 독서의 재미가 시들한 건 당연하다. 몸이 시들해지니 세상사가 다 시들하다.
- 그런데도 여전히 책을 사 모은다. 은퇴하면 한가롭게 읽을 거라 말하지만 허튼소리다.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다.
- 사진이나 글, 그림 따위를 대중에게 발표하는 건 자처한 '들킴' 아닌가. 자신의 사유와 심리와 정서, 그리고 상처와 치유의 과정까지 대놓고 들키는 행위다. 내가 책을 사는 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자신을 드러낸 이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이자 갈채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의 책 사 모으기에 당위성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