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라 Oct 07. 2018

태풍이 지나가는 하루

제주살이 서른사흘

머리맡 창 밖에서

밤새 들리는

비바람 소리에 신경쓰여 자다가

몇 번이나 깼다.


내가 뭐 할 것은 없고

그저 깰 때마다 걱정스럽게 마음만 심난했더랬다.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생각하면서.


아침이 되니 비바람 좀 약해졌다.

휴~ 다행이다.


아침 겸 점심으로 오징어 듬뿍 넣은 김치 부침개.


맛있다고 엄지 척 들어주는 녀석들.


잘 먹어주니 고맙고,

태풍 영향으로 창 밖에는 아직 비가 오는데 아늑한 집에서 편안한 시간 보내는 이 순간도 고맙다.




.

.

.

요 며칠 막내가 걱정이 많다.

내가 혼자 밖에 나갈 때면

( 대단한 외출도 아니다. 마트에 가거나, 연체된 책 반납하러 도서관에 가는 그런 외출인데도 )

"엄마, 사고나면 어떻게 해!"

갑자기 감성 충만해지며 눈물까지 찔끔댄다.

헐,,,


"엄마가 사고 날까봐 걱정 돼?

엄마가 안전하게 돌아오길 바라는 거지?

걱정은 힘이 없어. 기도는 힘이 있지!

네가 바라는 것을 기도해봐."


그렇게 두어번 알려 주었더니

오늘 오후 빨래방 가는 길에

두 손 모으고, 눈을 꼭 감고 소리내어 기도한다.

" 하느님, 엄마가 무사히 잘 다녀오게 해 주세요. "

그러고는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녀석.


오마나 세상에,,,

아이의 행동에 감탄!

들은 것을 기억하는 것도 놀랍고,

때마침 사용하는 것도.놀랍고,

금방 걱정을 털어내고 웃으며 손 흔드는 것도

놀랍다!!!




아,,,

어젯 밤에 태풍 걱정 하지 말고

나도 잠결에 기도할 걸,,,


아는 것과,

가르쳐 주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참 별개의 문제이다.



오늘도 스승님께서 이렇게 깨달음을 주신다.

세 아드님들은 고마운 나의 스승님들이다.

잘 뫼셔야지~






태풍 수해 복구 현장.


큰 아들이 방에 환기 시킨다고 창 문을

빼꼼히 열어두었단다.

그 틈으로 들어찬 빗물이 창틀에 고여 있다.


창틀에 고인 물 빼는 것도 즐거운 형제님들.


오늘도

감사한 하루.






매거진의 이전글 태풍 콩레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