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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Dec 20. 2018

일거양득 혹은 어부지리

제주살이 백 이레 181219

내면의 나와 만나는 일은

힘들고 피하고 싶은가 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후

내면을 좀 들여다 보고 싶은데

도무지 고요할 틈 없이 다른 일에 몰두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티비 볼 땐 책 읽기 싫은데,

책 그만 읽고 공부 하라고 하면 갑자기 읽던 책이 너무 재밌어서 덮을 수가 없는 마음.

요새 어반 스케치가 그렇다.

그렇게 하고 싶을 수가,,, ㅋㅋㅋ

(고통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니야, 덕분에 그림이 늘고 있어. 어찌나 집중이 잘 되는지! 일거양득 인가)


아침 부터 대섬에 나가 그림을 그린다.

어제 아침 풍경이 너무 멋있어서 오늘 아침 그려보려고 부리나케 나왔다.

 해가 더 많이 뜨기 전에 그리느라 마음이 급하다.

실경은 햇빛 비친 바다가 노란 빛 도는 은색인데 사진에는 주황빛으로 나오네. 주황이건 노랑이건 간에 보이는 대로 색을 구현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절대 음감 처럼 절대 색감도 있으려나?

적어도 나는 아닌 듯.

저게 무슨 색인지,,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팔레트 안에서 찾기가 힘들다. 눈뜬 장님,,, ㅠ  ㅠ

( 물감을 더 사야하는 걸까? )


해를 보고 그리니 눈이 안 보인다.

악,,, 내 눈!!!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스케치북을 세로로 써 봤다는 데 의의를 두고,,,


아침 어반 스케치 후

오전 요가.

오전 요가는 함덕 서우봉의 풍경이 보여서 좋다.

대부분 눈감고 하느라 볼 새는 없다만,

그래도 가슴이 탁 트인다.


오늘 부장가아사나를 하는데

선생님께서 맨 앞줄에서 하는 도연샘에게 난이도를 더 높여서 따로 지도해 주는 모습을 보았다.

별별 아사나를 신묘하게 펼치는 도연샘도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찡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하며 동작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며 울컥 눈물이 난다.


나도 오늘 평소보다 힘들어서 버티느라

애를 쓰고 있는데

(애쓰며 버티는 것이 요가 뿐이겠느냐마는,,,)

힘들어도 계속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진다.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나아가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살고 있구나,,,


짠한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더 빡쎈 다음 동작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작을 따라하고 유지하느라 생각할 틈이 없다.



잡아 늘릴 땐 힘들어서 딱 그만 두고 싶은데, 하고 나면 시원해지니 반대편도 하게 된다.

몸도 마음도 나의 현실을 직면 하는 것은

요가 시간처럼 아프고 힘들다.

그렇지만 하고나면 개운해지니 자꾸 하게 된다.


요가 하고 가뿐해 진 몸으로

제주시 건입동으로 차를 달려 산지 등대로 향한다.

봄 날씨 처럼 포근한 햇살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느끼며 그림 그리기.


그림 그리기 전에는 '사람들이 많으면 부끄러워서 어쩌나' 하는 마음이 있는데, 막상 그리기 시작하면 집중하느라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도 못한다. 몰입하는 즐거움.



오후에 서귀포 카페 언니에게 톡이 왔다. 아이템 준비하고 있느냐고. (어제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도 있으니) 이번 주에 샘플 완성하고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보자고 이야기 해 두었다.


뛰어들기도 싫고,

도망치기도 싫은 마음은 뭐냐고요~~


안전제일을 외치는 검열관의 목소리와

물불 안가리고 덤비는 모험가의 목소리.

제주의 자연을 홀가분하게 누리고 싶은 내 마음과

어떻게든 제주에 발을 담가 놓고 싶은 마음.

그 마음들을 잘 들여다 보고 싶다.


고민하는 동안

그림이 늘고 있으니 어부지리인가?


어부지리 이건, 일거양득 이건

요즘 같은 포근한 겨울 날씨에는

나들이 하기 좋고 그림 그리기 좋으니

나는 다 좋다.


무한긍정 제주 라이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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