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백 예순 사흘 190213
오늘 드디어 제주 올레길 14-1코스.
지난 월요일에 14-1코스를 가려다 길을 잘 못 찾아서 14코스를 걸었다.
오늘은 꼭!
드디어 찾았다!
완전히 반대 방향 이구나.
14-1코스에는 말 목장이 많다.
목장들을 지나 문도지 오름을 오른다. 문도지 오름에서 말들을 방목하나 보다. 말똥 지뢰가 길 곳곳에 많이 있다.
문도지 오름 정상.
문도지 오름 정상에 산소가 있다.
요새 올레길에서 산소를 만나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제주를 잘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덕분에 제주를 누리니 감사하다고.
요즘처럼 좋은 시절에 못살아보고, 힘들고 팍팍했던 제주의 조상님들 편히 쉬시라고 인사하고 지나간다. 고려, 조선, 일제 강점기, 근현대사까지 너무 많은 수탈과 기막힌 괴로움을 많이 당하고 산 제주의 조상님들. 살아내느라 애쓰셨습니다.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가 절로 나온다.
문도지 오름 정상 어반스케치.
바람이 쌩쌩 불어서 손이 흔들린다. 그림 속 풍력발전기가 바람을 맞고 삐뚤빼뚤.
문도지 오름을 내려오니 중간스템프가 있다.
도장 찍는 쾌감이 은근 쏠쏠하다.
걷기 좋은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아무도 없는 숲길에 신나는 노래를 틀어 놓고 덩실덩실, 씰룩쌜룩, 겅중겅중 춤을 추며 걷는다.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
그런데,,,
아무도 없는데도 부끄러워 뒤를 돌아 본다.
춤은 추는데 소리는 못지르겠다.
아직 덜 미쳤나 보다.
좀 더 미치도록 노력해야 겠다.
안녕히 계세요.
후련하게 자알 놀다 갑니다!
길은 곶자왈로 이어진다.
초록색 이끼가 덮힌 돌들, 콩짜개 덩굴이 휘감은 나무들,,, 도무지 계절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명력이 가득찬 곶자왈에 감탄하며 걷는다.
이 기막힌 꽃향기의 주인공은 제주 백서향이구나!
근처에만 가도 향기가 느껴진다.
이 겨울엔 벌도 나비도 없는데 어쩜 이렇게 향기가 진한지,,, 자꾸만 맡고 싶은 꽃 향기.
곶자왈은 한동안 계속 이어진다.
곶자왈 걷기가 지루해질 쯤 나타나는 오설록.
올레 14-1코스의 종점이다.
오설록 카페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 자리도 없다. 조금 한적한 이니스프리로 간다.
매혹적인 비주얼의 한라산 케이크.
얼토당토 않은 가격이지만 예뻐서 시켜본다.
그런데 맛도 얼토당토 않은 맛이다.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도무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그럼 진짜 맛 없는 거다.
기다렸다 오설록 케이크 먹을걸, 쩝.
그래서 그런지 그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쳇!
녹차밭을 그린다. 차밭은 그리기 참 어렵구나,,,
오늘도 꿈 같은 하루를 보내고 나니
그림 한 장이 남았네.
그림을 보며 오늘 올레길을 떠올리니
참 꽉찬 만족감이 느껴진다.
다이내믹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