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합격수기 (1)

리트, 공부하면 오른다

by 쿠바노스
리트 성적.jpg

내가 생각하기에 로스쿨 입시의 시작이자 가장 핵심은 바로 리트 시험을 잘 보는 것이다.

물론 학교마다 '학토릿'의 반영 비율은 저마다 다르고, 전략을 잘 세운다면 조금 부족한 리트 점수로도 로스쿨 합격을

달성할 지도 모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리트 점수는 로스쿨 합격의 필요조건이라 할만 하다.

하지만 로스쿨 입시판에는 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리트 신수설'이라는 유령이.

'리트 점수는 애초에 재능으로 결정되며 리트는 공부해도 오르는 시험이 아니다'

'리트는 일종의 IQ 테스트 같은 것이다' 라는 게 리트 신수설의 요지이다.

제대로된 준비없이 기출문제 조금 깔짝이다가 시험을 봤던 작년의 나는 이 말을 믿었지만,

표준점수 기준으로 26점 가까이, 백분위 기준으로는 30 가까이 올려본 지금의 나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리트는 제대로 공부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시험이라는 것이 지금의 내 생각이다.

물론, 진짜 최소한의 기본기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로스쿨 준비를 생각할 정도라면 학창시절 공부를 어느 정도 잘했던 분들일 것이고

그렇다는 전제하에 재능이라는 변수는 거의 무차별하다고 생각한다.




(1) 초시에서의 실패


25학년도 리트 시험에서 나는 표준점수 115.5를 받았다.

시험 두 달 전까지 GP에 있었고, 전역 준비 여건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 부대에 대한

원망과 분노 속에서 기출 문제를 조금 깔짝이다가 시험을 쳤다.

처음으로 시간을 재며 전년도 기출문제 (24 리트)를 풀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수능 국어 1등급이었으며 독서와 글쓰기가 오랜 취미이고, 독해력에는 자신이 있었던 나에게

리트에 대한 첫경험은 충격적이었다.

언어이해 지문은 지나치게 길고 복잡했으며, 무엇보다 시간이 무척 촉박했다.

시험 자체가 하나의 벽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수능 국어를 공부했던 경험을 살려 나름대로 기출문제를 '분석'해보았으나

당시 나는 리트라는 시험의 성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래도 115 정도면 준비 제대로 못한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거 아니냐'는 주변의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한다.

찍은 것도 몇 개 맞았기 때문에 115점이나마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실력이 부족하면 운에 기대야만 한다.




(2) 재시에서의 비약적 상승


26학년도 리트에서 나는 표준점수 합 141점을 받았고, 소위 말하는 '고리트'를 달성했다.

그리고 이 점수가 온전히 내 실력으로 만들어낸 점수라는 것임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찍은 문제는 딱 하나 였고 (그마저도 틀렸다), 내 계획대로 완벽하게 시험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보다 높은 리트 점수를 받은 분들도 많기 때문에 점수를 자랑하고 까불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나름대로 시험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지배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재시 공부를 시작할 때 잡았던 '리트 130점 중반대, 시립대 로스쿨 합격'이라는 목표를

초과달성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내게 있어 큰 성공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리트 강의를 통해 고득점을 달성한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강의를 전혀 듣지 않고 독학을 했다.

그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 것은 현직 사무관으로 일하고 계시는 PSAT 고수이신 '할 때 하자'라는 분의

'PSAT 원래 이렇게 푸는 거야'라는 책이었다.


PSAT은 리트의 사촌격에 해당하는 시험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PSAT을 스포츠에 비유한다.

축구에 대한 책을 아무리 읽고, 축구 잘 하는 법에 대한 강의를 아무리 들어도 축구를 잘할수는 없다.

축구를 잘하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축구를 많이 해보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리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결국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맞추어야 하는 적성 시험인 이상, 스포츠처럼 접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용영역과 행동영역으로 리트 훈련 방식을 구분하고, 두 가지 모두를 훈련했다.



(2)-1. 내용영역


내용영역은 리트 문제를 풀기위한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었다.

먼저 기출문제를 실전처럼 시간을 재고 푼 뒤, 채점을 했다.

그러고 나서 마치 바둑에서 '복기'를 하는 것처럼 전체 문제를 선지 하나 하나 다시 점검했다.

나 자신 만을 위한 해설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각 선지의 정오를 내가 납득할 때까지 고민하고

그 과정을 노트에 기록했다.

법전협에서 나온 공식 해설지를 구비는 해두었지만, 거의 보지 않았다.

내가 판단한 풀이가 논리적으로 정합한 지 확인하는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였다.

그 결과 2회독 부터는 법전협 해설지를 전혀 보지 않았으며, 내가 만든 노트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거쳤다.


리트 성적 상승의 분기점은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을 관통하는 일관된 사고방식을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문제의 형태는 달라보이고, 실제로 과목이 구분되어 있기도 하지만, 논리적 일관성을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먼저 언어이해에서 중요한 능력은 쟁점 파악이다.

당장 언어이해 기출문제 지문을 보면 느끼겠지만 어려운 소재 (철학, 과학, 기술, 법학, 경제 등)에 길이도 엄청나게 길어서

이걸 언제 다 읽고 문제까지 푸나 싶다.

그러므로 강약 조절을 하며 읽어야 한다. 글에서 어떤 주장들이 어떤 주제로 대립하고 있는지,

입장의 차이는 어떤 지점에서 발생하는 지 등을 중점으로 읽는다.

그걸 뽑아내다 보면 부차적인 것들은 빠르게 훑고 넘어갈 수 있게된다.

추리논증에서 중요한 능력은 논리적 연결성 파악이다.

추리논증은 지문 길이가 언어이해보다 훨씬 짧으나 문제는 40문제로 언어이해보다 많다.

지문 길이가 짧은 만큼 쟁점 파악은 훨씬 쉽지만, 논리적 연결성을 좀더 엄밀하게 물어보는 느낌이다.

특히 고득점을 노리는 분이라면 매년 3문제씩 출제되는 논리 퀴즈 유형도 중점적으로 대비하시기 바란다.




(2)-2 행동영역


기본기를 쌓았다면 시험 운영 전략을 수립하고 체화해야 한다.

리트는 일반적으로 만점을 목표로 두는 시험이 아니다. 만점자가 매년 1명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애초에 구조적으로 만점을 받기

어렵게 설계된 시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풀지 사전에 계획하고, 그걸 수차례 연습해서 실전에서 써먹어야 한다.

나의 경우 언어이해에서는 기술 지문이 가장 까다로웠고 추리논증에서는 논리 퀴즈가 두려웠다.

따라서 기출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언어이해는 10개의 지문 중 기술 지문을 제외한 9개를 확실히 읽고 풀며

시간이 남을때 마지막 기술 지문을 읽는 전략을 수립, 실천했다.

추리논증의 경우에는 논리 퀴즈 3문제를 우선 버리고 가장 마지막에 풀었다.

기출문제 회독 수가 올라갈 수록 문제와 답이 기억나는 현상은 이런 행동영역 훈련에 방해가 된다.

따라서 시험 한 달 전부터는 실제 시험 일정에 맞추어 사설 모의고사를 풀었다.

올해 시대인재에서 처음 리트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이벤트를 통해 2회분의 사설 모의고사를 공짜로 제공받을 수 있었고,

메가로스쿨에서 파는 5회분의 사설 모의고사를 내돈내산해서 풀었다.

기출을 충실히 분석했다면 사설 모의고사의 핀트가 기출과 좀 어긋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설 모의고사가 갖는 효용은 내용 측면이 아닌 행동 측면이다.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행동 영역 훈련에 의의를 두자.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다보면 사설 모의고사 성적도 실제 리트 성적과 거의 비슷해진다.

나의 경우 사설 모의고사에서 거둔 최고 성적보다 실제 리트에서 한 문제씩을 더 맞혔다.




(3) PSAT 문제도 활용하라


PSAT의 언어논리, 그리고 상황판단의 일부 유형들은 리트와 매우 닮아있다.

그것은 PSAT이 리트의 사촌격에 해당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추리논증 문제의 경우 응시자들은 '신 유형이 다수 출제되어 어려웠다'고 평가했으나

그 신유형은 사실 PSAT에서 이미 나왔던 것과 비슷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리트에서 이렇게도 나오네?' 정도의 생각으로 크게 놀라지 않고 풀 수 있었다.

갈수록 로스쿨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출제자들은 변별을 위해 신 유형을 출제하려고 할 것이다.

그때 출제자들이 가장 먼저 참고할 자료는?

내 생각에는 분명 PSAT이다.

PSAT 문제들도 리트 기출처럼 풀고 분석하시기를 추천한다.




(4) 마치며


올해 7월 리트 시험장에 들어갔을때, 나는 작년보다 더 떨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평온해졌다.

리트 기출과 PSAT 기출, 그리고 사설 모의고사 7회분을 풀면서 내 성적이 일정 수준이상 확보되어 있다는

자신감을 축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이미 확보한 점수에서 몇 문제 더 맞힌다는 생각으로 실전 시험에 임할 수 있다.

나는 바로 전날에 치러진 7급 공무원 PSAT 시험에도 응시했기 때문에 굉장히 피로한 상태로

리트 시험을 치렀다.

실제로 추리논증을 절반쯤 풀었을때 왼쪽 눈꺼풀이 떨리는 증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안되면 오른쪽 눈으로만 보면서 푼다'는 마인드로 한 손으로 왼쪽 눈을 마사지하며

남은 문제를 다 풀었다.

그 결과 내 목표를 초과달성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에 어떤 시험을 잘보는 최고의 방법은 그 시험의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것에 맞게 나 자신을 맞추어가는 것이다.

특히 리트 같은 적성 시험에는 그런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스쿨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학창시절에 공부를 좀 잘했고, GPA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고 있는

성실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전제하에 '리트 신수설'은 완전히 가짜뉴스라고 생각한다.

리트는 공부하면 반드시 오르는 시험이다.

이제 다음 글에서는 자기소개서 작성과 원서 접수에 대해 다루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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