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합격수기 (3)

자기소개서라는 터널을 지나며...

by 쿠바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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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교를 결정했다면 이제 남은 건 자기소개서이다.

사람에 따라 로스쿨 입시 과정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 달라질 수 있겠으나, 나의 경우는 자기소개서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리트는 명확한 답이 있고, 풀이과정이 있으니 내 방향성이 맞는지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고

다음에 다룰 면접의 경우에도 리트 만큼은 아니라 할 지라도 분명한 모범답안이 있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자기' 소개서니까 정해진 답이란 건 없다.

그래도 입시 과정을 다 거치고 난 지금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론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자기 소개서 문항을 분석하라

로스쿨 자기소개서는 25개 학교가 다 각기 다르다.

따라서 지원교의 자기소개서 양식이 올라오면 빠르게 질문들을 분석해야한다.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하기 위해서이다.

로스쿨 자기소개서는 단순히 지원자가 자기자신을 소개하는 과정이 아니라 지원자의 논증력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시험이라 생각한다.

지원자 스스로가 해당 로스쿨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함을 '주장'하고,

그것을 자기 삶에서 축적한 경험과 증빙 서류로 '논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질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물어본 것에 대한 답을 하지 않거나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만 써내려간다면

합격에서 멀어질 것이다.

2. 대학 이후의 삶을 모조리 돌이켜보라

처음부터 로스쿨을 목표로 일관되게 달려온 분이라면 자소서 작성이 좀 더 쉬웠을 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로스쿨 진학 결심을 늦게 했고 경제학 이중전공과 학군단 생활을 병행했기 때문에

법 관련 수강이력이나 활동 내역이 전혀 없었다.

(헌법 교양수업을 하나 듣긴 했지만 자소서에서 써먹지 않았으니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대학생활 중 공부와 활동, 졸업 후 장교로서의 경력을 로스쿨, 더 나아가 내가 설정한 법조인으로서의 목표와

연결짓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다.

자소서 작성은 어쩌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셰프들이 나와 냉장고에 있는 별거 아닌 재료들로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과

같다고 생각한다 (스펙 빵빵한 분들은 논외지만...)

따라서 일단 냉장고에서 재료를 다 끄집어 내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나는 별 활동을 한 게 없으니 결국 들었던 수업에서 답을 찾아야 했고, 성적 증명서를 펼쳐 놓고 어떤 수업을 강조하는 게 좋을지

골몰했다.

결국 1학년 때 들었던 어떤 수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3. 문항 간 답을 작성하고 연결지어라

자기소개서는 결국 한 편의 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가장 논리를 중시하는 학문인 법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미래 법조인을 양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이라면 논리적 일관성을 더더욱 중시할 수밖에 없다.

서로 달라보이는 문항 들이 덕지덕지 붙여둔 포스트잇 처럼 따로노는 것이 아니라

넓은 범위에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 첨삭을 받아라

자소서는 본인이 자기자신에 대해 서술하는 글이다 보니 자신의 자소서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믿을 수 있는 분을 찾아서 첨삭을 받아야 한다.

가장 좋은 첨삭자는 로스쿨 출신 현직 변호사라고 생각한다.

로스쿨 생활과 공부, 법조인의 삶과 진로를 경험을 통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장래계획을 묻는 학교들이 많고, 로스쿨과 법조계에 대해 일천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일개 로준생이 세운 계획이 얼마나 엉성한 것인지 판단해줄 것이다.

정 안된다면 주변에 아는 로스쿨생이라도 붙잡고 첨삭을 부탁해보자.

물론 자소서를 잘 못썼는데도 점수가 좋아서 합격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자소서를 썼기 때문에 로스쿨에 합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친구처럼 나와 너무 긴밀한 사람들은 좋은 첨삭자가 되기 힘든 것 같다.

아무래도 내 자식/ 내 친구라서 느낀 바 있어도 말을 조심하게 될 수도 있고

‘로스쿨 교수들이 좋아할 만한 자소서‘의 요건은 잘 모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의 4가지는 말로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임을 나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서두에 말했듯이 나에게는 자소서가 리트보다 더 어려웠다.

나처럼 법 관련 수강이력이나 경력이 일천한 사람일 수록 로스쿨 입시 자소서 쓰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은 법 공부를 해본 사람들을 뽑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님을 잊지 말자.

다양한 학문적 배경, 사회적 경험을 가진, 법 공부 잘할 만한 인재들을 모아서

이제 법을 가르치려는 것이 로스쿨의 목적이다.

(이 표현은 나의 창작이 아니다. 공동 입설에서 만난 각기 다른 학교의 교수님들이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이다)

‘무정성’이라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을 나도 최대 2000자 짜리 문항도 들어있는 한양대 로스쿨

자소서를 문제 없이 완성했고, 결국 합격했으니

‘무정성‘들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회차에서는 로스쿨 면접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로 하자.

원래는 귀찮아서 면접 복기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모 사이트의 합격 수기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미리 써둔 복기본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써볼 생각이다.

혹시 내년에 시립대/한양대 로스쿨을 목표하시는 분들이라면 꽤나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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