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사무소 이야기.
우리의 대다수는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는 벌써 30년 넘게 우리들의 주거공간이었다. 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우리의 대다수는 아파트와 친하지 않다. 아파트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내가 내는 관리비가 어떻게 나가고 있는지, 입주자협의회가 뭐고 동대표가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어떻게 전기를 쓰고 물을 쓰고 난방을 쓰는지도 모른다.
몇 년 전, 김부선씨의 폭로(?)로 관리비 횡령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 <관리사무소 5곳 중 한 곳은 비리>라는 어그로 강한 기사 제목까지 나돌았다. 덕분에 실제로 횡령이 있었던 몇몇 아파트에서는 부당함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만, 그 외의 다수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유도 모르고 많은 입주민들에게 돈을 횡령 중인 사기꾼 취급을 당하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입주민들에게 험담을 듣는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내가 월급줘서 너희는 에어컨바람 편하게 쐬면서 일하는거 아니냐', '하여튼 관리소는 하는 것도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니네가 내 돈 받고 나한테 해주는게 대체 뭐냐'
일부 맞는 말이다. 주민들이 내는 관리비로 월급받는 것, 그리고 관리소에서 하는 것들을 주민들이 잘 모르는 것. 하지만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쉽사리 외부에 관리사무소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 사장님이 너무 많아서, 내 말이 누군가의 심기를 거스르면 내 직장을 잃을 수 있으니까. 투명하게 알려지기엔 관리사무소 대다수의 일은 정답이 있기보다 최선의 결정이 있는 경우들이 꽤나 많다. 대다수는 찬성하지만 누군가는 반대하는 일들. 그로 인해 누군가의 불만이 직원에게 불똥으로 튀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린 다 아파트에 살거나, 살았거나, 살 예정이니까. 내가 사는 곳에 대해 제대로 알 권리가 있다. 내가 아파트 밥을 먹은지는 7년째, IT 해보겠다고 나가서 설치던 시간이 2년정도 되니, 순수 5년정도 되었다. 전기실 교대근무부터 시작해 바닥부터 하나하나 배웠고, 큰 단지에서 첨단설비와 자동제어도 배웠다. 자격증도 따고, 일근직을 하면서 행정적인 부분들도 이해하면서 결국 기전과장까지 취직하게 되었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무조건적인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입주민으로써 관리사무소를 이해하는 기회가, 누군가는 관리사무소 직원이라는 새로운 직장을 탐구해볼 기회가 된다면 그럭저럭 성공이지 않을까 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