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 때문에 얼굴근육들이 참 고생이 많다

by 하동소년

내가 가진 부정적인 수많은 감정들은 가급적 숨기고 있지만, 숨기지 않는다. 평생 힘든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갈 것이지만, 그동안 느꼈던 불안과 우울과 슬픔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대체 뭔 소리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에는 웃는 얼굴로, 많은 이야기로, 적절한 몸짓으로 상호작용을 할 것이지만, 내 마음속의 감정들에게 바쁘니까 잠깐 빠져 있으라고 하지 않는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힘든 감정들이 있는 채로, 그 상태로 평범한 인간관계를 가질 것이다. 나의 얼굴 근육들이, 입구멍이 고생을 좀 해서 내 마음속의 감정들을 숨겨 줄 것이다.


5년 이상 나를 괴롭혔던 불안, 우울, 슬픔은 이제 더 이상 떨쳐내야 할 무언가가 아니다. 내가 함께 품에 안고 살아가야 할 감정들이다. 미래에 낮은 확률로 내가 아주 행복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때의 감정을 곱씹을 것이다. 높은 확률로 더 불행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때의 감정을 곱씹을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삶에 있어서 모두 필요하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마음에 들여온 여러 가지 감정들을 통해서 내가 사는 인생의 경험, 우리가 사는 세계의 사건을 느끼고, 받아들이거나, 거부한다. 나를 죽일 듯이 괴롭혔던 나쁜 감정들, 나는 이를 내 마음의 재산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재산을 가지고 과연 자신을, 세상을 어떻게 느낄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예상컨대 무언가 놀라는 일이 있어도 크게 놀라지는 않을 것 같다. 엄청 슬픈 무언가를 봐도 무덤덤할 것 같다.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이 한 데 섞일수록 어두워지듯 나 또한 그러하겠지. 확실한 것은 무엇을 느끼든, 얼굴 근육과 입구멍이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 과연 당신은 어떨까?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다 그런 지는 모르겠는데 평소에는 그냥 우울하다가 갑자기 그 우울함이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난 개인적으로 '우울 피버 타임'이라고 한다. 그 피버 타임이 왔을 때 하던 공부 멈추고 침대에 누워 그 우울한 감정을 그대로, 그대로 느끼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는 다짐한다. 지금 이 감정, 느낌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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