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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디 Jul 25. 2024

온라인 MD가 직접 얘기해주는 티몬, 위메프 사태

내 돈 내놔!!

1,000억원이 누구집 개이름이더냐

피해액이 1,000억이 넘었다고 한다. 티몬, 위메프 사태가 점점 커지고 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개인 소비자부터 오픈마켓에 입점해 판매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유명 브랜드까지 포함한다. 어떤 한 기업은 무려 70억이 물려 있다. 티몬과 위메프가 아무리 적자가 컸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온라인 쇼핑몰 중에서는 꽤나 몸집이 컸던 곳이다. 사실 커머스 업계에 몸담고 있는 MD라면 많이들 알고 있다. 해당 기업들 외에도 많은 커머스 플랫폼에서 현금 보유금이 없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거나, 정산 주기가 불규칙한 곳을 말이다. 


ex) '바보사랑'이라는 유명한 문구 디자인업체도 최근 6/30 돌연 영업중단을 사이트에 공지하였고 위탁하여 판매하고 있는 셀러들에게 물건을 직접 회수해가라고 공지를 띄웠다. 


티몬과 위메프도 말로는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글쎄?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했던 모기업 큐텐의 재무팀에서 티몬, 위메프를 관리했다고 하는데 이런 시스템으로 가능해보이지 않는다. MD들 사이에서는 곧 파산하지 않을까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티몬과 위메프 직원들은 출근하지 않고 있고, 화가 난 소비자들은 본사로 처들어가서 돈되는 건 다 가져갔다고 한다. 입점해서 판매하고 있던 셀러들, 기업들만 안타까울 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티몬과 위메프가 몇년째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다곤 해도 대형 쇼핑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쉽지 않다. 당장 3년 전엔 재정에 문제가 없었던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다름 아니라 이번 사태의 원인은 싱가포르 모기업 큐텐에 있다. 


큐텐 로고

여기서 갑자기 싱가포르 쇼핑 플랫폼인 큐텐이 왜 나오느냐고 할 수 있는데, 2022~2023년에 티몬과 위메프가 각각 큐텐에 인수되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인터파크커머스와 애경의 AK몰까지 인수하면서 아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모두 본체인 큐텐의 덩치를 불려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 시키기 위해서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의 위시를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현금을 써버린 것 같다.


큐텐은 왜 한국 기업에 공격적인 인수를 시도했나?

아무리 큐텐이 싱가포르의 쇼핑몰계의 공룡이라 하더라도 E-커머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플랫폼들을 우후죽순 사들이는 건 쉽지 않다. 이런 해외기업이 한국의 기업들을 먹어치울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니라 큐텐의 창업주가 한국인 구영배이기 때문이다. 큐텐 창업주 구영배는 인터파크 출신으로 인터파크에서 구스닥(현 G마켓)을 만들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2007년 G마켓이 연간 거래액 3조 원을 넘어서며 기존 1위였던 옥션을 제치기도 했는데 이후 지마켓을 나스닥에 상장하여 이베이에 2009년 G마켓을 매각했다. 아주 성공적으로 *엑싯을 한 것이다. 한국의 사업들에 속속들히 알고 있으니 무엇보다 가장 쉬운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 하고 싶었겠지. 그러나 이 행위로 인해 이베이와 맺었던 한국에서 '10년간 동종업종 창업 및 재직 제한'이 걸렸고 여러 곳을 전전하다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창업했다. 뭐가 됐든 수완이 상당한 사람이다. 큐텐도 대성공을 했으니.

그러나 또 한번의 성공적인 엑싯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번에도 큐텐의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려 했으나 큐텐의 돈만으로는 더이상 덩치를 불리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엑싯이란? : 엑시트(Exit)란 투자후 출구전략을 의미하는데 투자자의 입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대표는 이것을 목표로 하여 회사를 상장하거나, 인수합병하거나 하는 식으로 거대기업에 자신의 스타트업을 팔아(?)버린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고통 받기를 즐기는 변태인가?)


보인다 보여.. 

수완좋은 사업가 구영배는 고객에게 줘야 할 큐텐의 정산금을 인수합병에 다 쓰자 이번에는 한국의 티몬, 위메프로 눈을 돌렸다. 정산주기가 한달이 넘어가는 티몬과 위메프는 딱 좋은 먹잇감이 되었고, 셀러들에게 줘야 할 '정산액'에 손댄 것이다. (예전에 구매대행 창업을 해서 위메프에서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정산이 한달 넘게 걸려 치를 떨었더랬지.)


'정산액'이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자사몰을 제외한 온라인 쇼핑몰은 전부 위탁판매를 한다. 위탁판매는 내 물건을 내가 직접 파는게 아니라 거대 플랫폼에게 팔아달라고 부탁한다는 개념이다. 우리가 나이키에서 직접 운영하는 나이키 공식몰에서 신발을 사는게 아니라 ABC마트에서 나이키 신발을 사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플랫폼의 힘이 상당하기 때문에 웬만한 곳이 아니면 자사몰보다 플랫폼의 매출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정산액'이란 쇼핑 플랫폼이 판매업체에게 줘야할 돈을 말한다.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소비자가 티몬에서 10,000원 짜리 나이키 양말을 삼 -> 티몬에 10,000원이 들어옴 -> 티몬이 10,000원에서 자기들 수수료(대략 5~15%) 를 떼고 나이키에게 나머지 금액을 줌 (MD가 것이라면 시스템을 알아두기 바람)


결국 이 정산액에 손을 댔다는 건 지갑에서 나온 소비자의 돈이 원래 판매업체인 나이키에 돈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이키는 땅파서 장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양말을 보내지 않고 티몬과 위메프에서 들어온 온라인 주문은 취소해버린다. 이 사태가 바로 현재의 티몬, 위메프 환불 지연 사태다. 판매자는 이전에 판매했던 것도 돈을 못 받았는데 판매를 취소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나 문제는 소비자에게 돌려줘야할 돈이 티몬과 위메프에 남아있질 않다.


게다가 이 돈을 이미 정산액을 받지 못해 정산을 미루고 있는 기업들한테 줘야할 돈으로 메꾼다고 하니 소비자 구제는 타당하나 기업들에게는 '너희들 돈 줄 돈으로 소비자들한테 주겠음.' 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국내에서 쇼핑몰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곳에서 매출을 많이 올리고 있는 기업들도 있을텐데 그 기업들에게 줄 돈을 남에게 먼저 준다니 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일인가. 그 돈을 소비자들한테 주면 그 다음은? 기업에게 줄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나스닥에 상장해서 그 매출로? 얼마나 걸릴지, 과연 그게 가능은 할지 의문이다.


언제까지 개인의 도덕적 양심에 기대야 할까?

큐텐의,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액에 손을 대면서 그들이 도덕적 양심을 고려는 했을까? 기업인에게 도덕적 양심이 없다면 피해는 엉뚱한 사람이 본다. 예를 들면 행복한 신혼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티몬에서 티켓을 예약한 신혼부부, 고생하신 부모님을 위해서 힘들게 임영웅 콘서트를 예매한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득을 본 사람들은 지금까지 번 돈으로 잘 먹고 잘 살겠지.


이런 사태는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당장 큐텐이 보유한 한국의 대형 E-커머스 플랫폼만 해도 여러 개 있다. 또 앞에 예를 든 것처럼 돈을 갖고 야반도주를 한 바보사랑이란 곳도 있다. 싫으나 좋으나 이젠 기업들은 정산을 잘해주는 네이버, 쿠팡으로 더욱 몰릴 것이며 그게 아니라면 자사몰에서 직접 판매하는 형태로 가게 될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웃고, 우리는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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