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디 Mar 29. 2024

마케터가 어쩌다 MD가 됐나?

세상은 넓고 문과가 할 일이 은근 많다

눈 떠보니 MD가 된 건에 대하여

벌써 5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별 생각없이 대학을 다니다 졸업할 때가 되었고 딱히 할 줄 아는게 없었던 문과생은 그나마 책을 좋아했기에 별 생각없이 출판사에 들어가기로 한다. 근데 엉덩이 붙이고 하는 편집일은 도저히 적성에 맞을거 같지 않았고 출판사 마케터라는 직업에 눈독을 들인다. 그리고 서울출판예비학교, sbi라는 곳을 거쳐 대형 출판사에 마케터로 취업하게 된다. 그리고는 3년 뒤 MD가 됐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마법사로 전직했다가 마전사가 된 건데.. 워낙에 마케팅이랑 MD가 직무가 연관되어 있다보니 직무 전환하는게 많이 어렵진 않았다. 사실 마케터가 아닌 어떤 직종에 있더라도 MD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MD가 될 수 있다.


지금은 패션회사의 자사몰 MD로 일하고 있는데 직업 만족도가 높고, 마케팅 할 줄 아는 MD가 많이 없다보니 회사에서도 많은 권한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역시 직장인에게 경험이 성공의 어머니다.


MD(머천다이저)는 무슨 일을 할까?

우스갯소리로 뭐든지(M) 다한다(D)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MD는 머니(M), 더(D) 많이 벌어오는 사람이다. 힘겹게 월 매출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달엔 그거보다 더 하고, 그 다음달엔 그거보다 더, 더더더... 처음 들어와서 상사에게 들은 소리가 "매출이 MD의 인격이다." 라는 말이었으니 MD는 매출을 창출해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MD의 종류

직업은 점점 전문화 되어 간다. 개발자라도 무수히 많은 개발자가 나뉘어져 있듯 MD도 그렇다. 필자가 하고 있는 자사몰 MD 외에 외부몰 MD, 바잉 MD, 기획 MD 등 다양한 MD 직무들이 있는데 직무별로 하는 일이 많이 다르고 필요 역량도 다르다. 가령 자사몰 MD는 자사몰 유입을 위해서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외부몰 MD는 온라인 마켓(쿠팡, 스마트스토어 등)의 MD와 직접적으로 소통을 해야하기에 친화력이 필요하고 마켓별로 각기 다른 정책을 꿰고 있어야 한다. 바잉 MD는 물건을 떼오는 MD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물론이고 때에 따라 외국어 능력을 요하기도 한다.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를 잘하면 좋다.


즉,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수 있는 MD가 나에게 맞는 MD 직무이며 성과도 수월하게 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출판사와 스타트업의 마케터였기에 브랜드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에 특화된 사람이니 자사몰 MD를 목표로 했던 것. 그 외에 MD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공통 역량이라고 하면 뻔뻔함이다. 직장인은 각자 *KPI가 있고 MD에겐 이것이 곧 매출이기 때문에 다른 직무에 비해 평가하는게 너무 쉽다. 목표 대비 매출 달성 여부만 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디서든 공격당하기 십상이다. 나약한 우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뻔뻔함을 무장이 필요한 것이다. 매출 목표를 달성하면 그건 내가 잘해서 한 것이고, 달성 못하면 그건 내 탓이 아니요, 경기 침체 탓이라고 할 수 있는 뻔뻔함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건 대외적으로 어필해야하는 표현일 뿐, 언제나 자체 피드백을 해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자.


*KPI : 핵심 성과 지표의 줄인 말로 목표에 대비해 달성한 성과 정도

           ex) 월매출 목표 1,000만원(KPI) 중 현재 얼마의 매출을 달성했는가


MD를 준비하고 있다면.. 최종 목표를 정하자

직장인은 2~3년차, 5년차, 10년차가 위기라고 하는데 일에 매너리즘이 강하게 오는 시기가 딱 그 시점이기 때문이다. 나는 3년차에 이직을 했는데 그때가 마케팅에 대한 매너리즘이 극상이었을 때였다. 마케팅을 했지만 오프라인 영업이 너무 안 맞았고, 온라인 마케팅쪽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MD가 되는 것이 최선이었다.


뭐 매일 매출을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직장생활 5년차에서 오는 뻔뻔함을 무장해 철벽 방어하고 있고, 내 사업을 위해 열심히 사이드프로젝트를 돌리고 있으니 과연 이 자사몰 MD라는 직업은 나에게 천직이다.

MD로서 나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자사몰 MD가 아닌 브랜드 디렉터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의 밥벌이를 위해서 열심히 매출 KPI를 맞춰보도록 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