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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udio AccA Feb 01. 2019

<편식 주의자의 식탁 1> 생선

생선의 눈.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무엇이었나요?"

"고등어 파스타입니다."

어느 늦은 여름날 방아잎으로 만든 페스토를 올려  살이 통통히 오른 고등어를 구워 만든 고등어 파스타가 말 그대로 한동안의 인기 메뉴로 자리매김했었다. 이 메뉴는 매년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유일무이하게 한 달 이상 가져가는 메뉴이다. 그만큼 인기가 많은 메뉴이다. 심지어 이 파스타 때문에 단골고객이 된 경우도 있었다. 

어떻게 고등어가 비린내가 없죠?

주방 구석으로 들어가 숨어버릴까 했던 순간이었다. 

사실 생선을 못 먹는 탓에 난 거의 맛을 보지 못하고 내었던 메뉴였다. 비린내가 안 날 거 같은 조리법을 쓰긴 했지만, 실상 고등어를 굽는 시간 동안은 비린내로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빨리 이 메뉴를 빼고 싶은 마음은 생선을 다듬을 때부터다. 생선의 눈을 보면 생선에 칼을 대기가 조심스럽다. 

어린 시절, 나는 매운탕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가 끓여주던 매운탕엔 알도 들어가 있었는데, 알을 하나 넣어주면 참으로 좋아하면서 먹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서 엄마가 있는 주방으로 갔다. 식구가 많던 탓에 무슨 재료든지 한 박스씩 살 수밖에 없던 그 시절. 엄마의 주방 싱크대에는 생선이 가득했다. 생선을 다듬는 걸 그날 처음 본 것이다. 생선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비늘을 벗기고 내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언가 징그럽고 무서운 마음에 뒷걸음질하며 주방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 이후로 이상하리만치 생선에서 비린내가 났다. 비린내가 나서 안 먹는 것으로 정의되면서 반평생을 생선과 등지며 생활했다. 무서웠던 생선의 눈을 피해, 비린내로 가득했던 생선의 맛이 그저 심리적인 영향만이 아녔을 것이라 추정한다. 각자 다른 이유로 생선을 못 먹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는 생선회라는 것을 맛보고서는 익힌 생선만 안 먹는 것으로 다시 바꿨다. 입맛은 조금씩 바뀌게 되나 보다. 회만 먹는다니까 혹자는 입이 고급이네라며 비아냥댔다. 

문제는 요리를 하기 시작하면서였다. '자, 생선을 해체해야 해.' 다시 생선과의 눈을 마주하게 되었다. 심호흡 몇 번을 한 후에야 생선의 배를 가를 수 있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되도록이면 눈을 보지 않고 작업을 했다. 그러면 조금 나았다. 

이탈리아에 가서는 생선을 멀리하기가 어려웠다. 학교에서 실습 내내 맛을 봐야 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다 맛을 보게 된 아귀라는 생선은 크기도 크고, 물컹하며 손질하기도 그다지 좋은 생선은 아니었지만, 맛은 최고였다. '이건 생선의 맛이 아닌 거 같아!' 갑자기 생선에 대한 마음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엔쵸비 또한 그랬다. 짭자르한 엔쵸비는 파스타에 넣으면 그 형태가 흐물 하게 변하고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비릿한 맛이 아닌 맛을 내니 엔쵸비가 들어간 줄 모를 정도였다. 어느 날, 생선을 못 먹는 언니가 이탈리아에 놀러 왔을 때도 언니에게 말 안 하고, 엔쵸비를 넣어 파스타를 만들어 준 적이 있다. 아직도 언니는 엔쵸비를 먹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 먹었던 생선요리엔 거부감이 없었다. 왜일까?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후 처음 먹었던 생선요리는 아귀찜이었다. 아귀는 내가 먹을 수 있는, 유일하게 좋아하는 생선이었지만, 난 그저 한 수입 먹은 게 다였다. 왜일까? 계속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분명 아귀는 내가 좋아하는 생선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귀찜을 먹을 수 없었다. 식재료가 달라서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갈치조림을 먹고 나서 알게 되었다. 바로 양념이었다. 비린내를 없애겠다고 한 과하다 싶은 양념들이 생선의 맛을 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흰살생선이며, 빨간 양념이 아닌 것으로 조리된 것일 것!

이런 결론에 도달하자 나는 생선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울 수 있었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생겼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생선으로부터 관대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아예 못 먹는 식재료라고 말하긴 어렵다.  명색에 요리사인데 생선 정도는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인식에서도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그저 비린내가 나는 생선요리를 안 먹는 것으로 정의하며, 이제는 조금씩 새로운 생선에 대해 도전할 용기도 생겨나고 있다. 

조금은 더 까다로운 식습관일 수 있겠지만, 하마터면, 그 맛있는 아귀를 잃을 뻔했다. 

사진: 아카시아 장아찌와 방아잎 페스토를 바른 고등어 파스타 ( 늦여름, 가을의 식당 메뉴)



< 비린내 없는 고등어 굽기>

1. 고등어는 뼈와 살을 잘 분리하고, 키친타월로 핏물과 수분을 깨끗이 닦아낸다.

2. 올리브유에 펜넬 씨, 타임, 로즈메리, 딜, 월계수 잎 등과 같은 허브와 레몬 껍질이나 오렌지 껍질과 함께 고등어살을 마리네이드 한다. 전날 해놓으면 가장 좋다.

3. 마리네이드 된 고등어는 살짝 오일을 걷어내고, 프라이팬에 소금, 후추로 간을 하여 앞 뒤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고등어구이 완성!

4. 여기에 간장, 청주, 조청, 생강즙을 넣고 졸여주면 맛있는 고등어 간장조림이 된다.

취향에 따라 고등어구이로도, 고등어조림으로도 맛있게 요리해서 먹어보자. 


지금 당신이 못 먹는 요리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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