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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비버 Dec 03. 2021

#1 우리집 파악하기

우리는 왜 촌집을 탐하게 됐을까?

2021.10.18.  건물 실측

2021.10.20.  실측

2021.10.21.  주차 계획 → 대지 분할 및 합필 논의

2021.10.22.  대지 레벨 가늠

2021.10.23.  대지 분할 및 토목 자문

2021.10.27.  도면화 - 평면도, 앙시도

2021.11.17.  건축계획안 미팅

2021.11.30.  현장소장님 견적도서 전달



  드디어 우리집을 찾았다. 공주시 유구읍에 있는 1972년생, 1974년생 두 동이다. 한옥같이 생겨서 한옥인 줄 알았는데, 시멘트블록조 위에 목조로 지붕을 이은 하이브리드식이다. 그리고 건물 한 켠 아궁이를 위해 밖에서 안으로 들인 공간은 효율적으로 목조 기둥을 사용했다. 아궁이와 구들이 놓이면서 번쩍 들여올려진 바닥 높이가 건축 계획에 있어서는 재밌으면서, 어려운 요소로 작용할 듯 하다.


  '한옥'이 무얼까? 몇해 전 신축 한옥을 설계하기도 했고, 최근엔 1972년 시멘트벽돌로 하숙방을 덧붙인 1935년생 한옥과 1938년생 한옥을 각각 리모델링했다.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한옥은 시멘트벽돌로 방을 덧달고, 구들 위 보일러 온수배관을 얹어 하이브리드 난방을 만들어내는 등 나름의 강구책을 마련하며 살아남는다. 천역덕스럽게 빨간 벽돌타일을 바르고, 버려진 문틀을 지붕재로 쓰거나, 처마공간이 아쉬워 서까래 끝단에 맞춰 벽돌을 쌓고 기둥은 과감히 없애버리는 등, 되는대로 살아남은 녀석들이다. 사는 사람도 한옥인줄 몰랐던 집들. 이 녀석을 나는 뭐라고 불러야할까? 우리는 왜 이 집들을 탐하게 됐을까?

  유구 우리집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돌담 끝 대문과 마당을 거쳐, 댓돌에 신발을 벗어두고, 대청마루를 한 번 더 통과해야 한다. 다양한 층위의 외부공간과, 집 안에 담긴 다이나믹한 공간적 위계, 그리고 공간의 용도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는 바닥과 천장 높낮이 변주는 작은 집을 작지 않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찾아 헤맨 한옥은 '나무로 지은 집'이 아니라 공간의 역동성이 있는 '한식 살림집'이 아니었을까?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다섯명이 함께 감탄하는 집은, 좋은 풍경과 마당을 마주하고 '앉을 구석'이 있는 집이었다. 엉덩이 탈탈 터는 데 두려움만 없으면 의자 천지여서, 가만히 앉아 볕을 쬐며 마당을 바라볼 수 있는 집들. 특히 그 중 마당과 볕과 풍경을 가진 집을 '촌집'이라 부르기로 한다.


  그리고 비어있는 촌집들을 살려보자고 했다. 우리집과 다섯명을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촌집에 삶을 담아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옛 살림과 자연과 계절을 차곡차곡 잘 담아낸 촌집에 다시 쓰임을 불어넣어, 쉬고, 거닐고, 아이와 뒹구는 촌집라이프가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외국의 섬머하우스나 베케이션홈처럼 우리도 '촌집' 하나쯤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당연해지는 때가 오지 않을까?






[우리집이 되어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1O23MwFlf8I&t=45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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