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는 ADHD 13화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나는 ADHD EP13.

by 소양

5살 즈음 한 살 차이가 나는 친한 동네형이 있었다.

연말이 되자 엄마에게 신난 채로 엄마에게 말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XX이형이랑 나이가 똑같아지겠다!"


어릴 때부터 느낀 특징 중 하나는 또래에 비해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순수'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다른 느낌이다.

마치 한 해가 지나도 좁아지지 않은 동네형과 나의 나이처럼

언제나 또래에 비해 일정한 간격만큼 현실성이 떨어졌다.



성인이 되고 세상에 나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당황한 점이 있었다.

생각보다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이 많다는 것.


사실 놀랐다기보다는 신기했다.

난 학창 시절까지 어른들은 다 성숙한 존재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교육에 진심이셨던 부모님의 영향도 꽤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의 시절에는 나만의 공간에 갇혀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의 플라즈마 보호막처럼 외부와 나 사이에는 연결이 되어있어 보이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 막이 있었다.

그저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세상을 봤다.


30대가 되자 그 막이 깨졌다.

막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그제야 세상의 현실을 마주하고 쌀쌀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괴로웠다.

이것이 실제 세상이라니.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수용하게 되었다.

이것이 원래 세상임을. 그전에 내가 보던 세상은 그저 색안경을 통해 내가 보고 싶은 색깔대로 봤을 뿐이란 것을.


과정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긴 했지만, 그렇게 더 현실적인 세상을 수용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타인과 세상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게 되자 나 스스로의 불완전함과 부족함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과 나 사이에 있던 막은 사실 나 스스로에게도 가려져있던 막이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어 나비가 될 때, 마치 그 안에서 날개가 생기고 이것저것 생기는 듯한 상상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부 조직이 모두 녹은 다음 완전히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 현실과 부딪히고 고통을 마주하고 난 뒤의 변화는 마치 이와 같았다.

생각의 일부가 바뀌거나 더해진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컴퓨터를 리셋한 것처럼 새로운 구조의 가치관이 되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추상적인 몽상가였던 내가 지금은 오히려 현실주의자에 가깝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이 두 가지의 성향이 합쳐진 더 성숙한 가치관이 될 것임을 안다.


그간 현실과 떨어져 있었기에 이제는 현실과 함께할 수 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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