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나는 ADHD 12화

ADHD in 오키나와4 - 잇쇼니 샤신?

나는 ADHD EP12.

by 소양

오키나와를 가기 전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았다.

일명 '잇쇼니 샤신'

번역하자면 '사진 같이 찍을래요?'라는 뜻이다.


이게 뭔고 하니,

한 유튜버가 일본에 가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뜬금없이 잇쇼니 샤신이라고 말하며 같이 사진을 찍는 것이다.

이게 끝이다.


별 것 없긴 한데 영상을 보자마자 생각이 들었다.


'이건 꼭 해야 돼.'


일본 하면 유명한 돈키호테.

때마침 시간이 여유가 있어 친구들 기념품을 사러 돈키호테를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잇쇼니 샤신이 떠올랐다.


'지금이다.'


처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해봐야지 싶었다.

때마침 하교 시간인지 고등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덩치 큰 남학생 무리들과 가까워졌다.


'아... 인상이 너무 살발한데?'


쫄았다.

이번엔 진짜 처음으로 오는 사람에게 해봐야지 싶었다.


다음으로 마주친 무리는 순둥순둥하게 생긴 여학생 4명이었다.

한두 명도 쉽지 않은데 4명이라니...

하지만 또 무를 순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가가서 뜬금없이 얘기했다.


"잇쇼니 샤신?"


반응이 생각 외로 떨떠름한 것이 민망했다.

알고 보니 상황이 좀 뜬금없고 발음이 이상해 제대로 못 알아 들었던 것이다.

유창한 한국말로 말했다.


"한국 사람이에요?"


알고 보니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는 재일교포였다.

때마침 다가온 구원의 손길 덕에 사진을 같이 찍자는 뜻이었다고 다시 전달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꽤나 재미있었는지 학생들은 꺄르륵대며 흔쾌히 같이 사진을 찍었다.

15초 정도의 간단한 대화를 나눈 듯, 언제 같이 사진을 찍었냐는 듯 서로 갈길을 갔다.


대학시절 교수님이 내준 갑작스러운 과제를 제출한느 것처럼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미션도 클리어했겠다 마무리는 일본의 대표 명소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흔히 오키나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추라우미 수족관이다.

인스타에서 오키나와 사진을 보면 보이는 고래상어 사진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동심을 가지고 신나게 수족관을 갔다.


가장 놀랐던 것은 돌고래 쇼였다.

주기적으로 돌고래 쇼를 오픈된 무대에서 보여주는 데 상당히 재미있고 신기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게 무료라는 것이다.

수족관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만 보면 돌고래쇼를 실제로 보니 내가 영화 속에 있는 것처럼 몽글몽글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은 메인 코스인 고래상어를 보러 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래상어는 고래가 아니고 상어다.

근데 꼭 고래처럼 생겨서 실제로 보면 고래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EP12.jpg 츄라우미 수족관 고래상어

고래상어와 가오리를 10분은 멍하니 바라봤던 것 같다.

불멍보다 더 좋은 상멍이었다.


어느덧 일본의 특유 밀키한 향이 익숙해질 무렵 오키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창밖 풍경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평소엔 무심히 지나칠 법한 골목도, 버스 창문에 비친 하늘도 마지막으로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여행의 마무리는 늘 이렇다. 떠나기 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같은 장소를 바라보게 되는 것.


인천행 비행기 안. 머릿속은 이번 여행의 장면들로 가득하다.

첫날의 설렘, 길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 일본의 공기와 소리.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지만, 이 모든 순간들이 내 안에서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


한국 도착. 익숙한 공기, 들리는 말들이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여행은 끝났지만, 마음 한구석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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