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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Apr 26. 2023

흔들이슈 No.4 _ 스포츠혁신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흔들리는 정세 속에서 문화사회를 상상하는 활동가들이 주목하는 이달의 이슈브리핑 2022년 6월 호


 [이달의 이슈]  “스포츠혁신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목차]

• 스포츠혁신위원회 3년을 돌아보며. 

• 스포츠혁신위 권고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 스포츠혁신위 권고안 얼마나 이행됐나?

• 윤석열 정부의 스포츠 정책 어디로 가고 있나?

• 스포츠혁신위 3년, 대안을 말하다.



스포츠혁신위원회 3년을 돌아보며



스포츠혁신위 출범하기까지 : 조재범 성폭력 사건이 가져다 준 나비효과


지난 2018년은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상 충격적인 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조재범 코치가 심석희 선수에 대해 상습적으로 폭행 및 성폭행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인권침해 사건은 이전부터 꾸준히 있어왔지만, 이 사건은 조사 과정에서 조재범의 악랄한 범죄행각이 밝혀지며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정부는 2019년 1월 25일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엘리트체육 육성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2월 11일에는 체육 분야의 구조적 혁신을 위한 민관합동기구인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출범했습니다. 


스포츠혁신위의 출범은 스포츠정책의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체육계 비리 사건이 있을 때마다 체육계 내부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맡기는 방식을 택해왔습니다. 그 결과, 체육계는 조사와 대책 마련보다는 사건에 대한 논란이 더이상 커지지 않도록 덮는 데에만 집중했고, 가해자에 대한 ‘꼬리자르기식 수사’와 ‘솜방망이 징계’를 반복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스포츠혁신위 출범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로 보았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느 때처럼 체육계 내부(대한체육회)에서 내놓은 셀프 개혁안을 채택하기보다는, 체육계를 대상으로 하는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스포츠혁신위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또한, 민간위원 15인, 당연직 5인으로 구성된 스포츠혁신위 위원 구성도 대한체육회나 협회 중심의 인사로 채우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기존 체육계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인사나 스포츠계 외부 인사들을 다수 구성함으로써 기존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체육 구조 혁신을 위한 절호의 기회 : 스포츠혁신위 활동의 성과와 한계 


스포츠혁신위는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한 세부과제를 도출하고, 부처별(문체부, 교육부) 세부과제 이행 현황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019년 2월 첫 번째 회의를 시작으로 몇차례에 걸친 회의가 진행되었으며, 7차에 걸친 권고안 발표와 권고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10대 핵심과제를 제시하고 진행 현황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진행하였습니다.


<스포츠혁신위 10대 핵심과제>

(1) 최저 학력 도달 학생만 대회 참가, 미달 선수 특기자선발 제외

(2) 학기 중 대회 개최 및 참가 축소

(3) 대입 체육특기자 전형 개선

(4) 합숙소 전면 폐지, 기숙사 운영만 허용

(5) 선수등록제도 개선

(6) 전국소년체전 및 전국체전 개편

(7) 스포츠기본법 제정

(8) 스포츠클럽육성법 제정 등 스포츠클럽 활성화

(9) 경기력향상연구연금 일시금 전환

(10)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그동안 체육계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마다 은폐하거나 축소하기 바빴던 과거와 달리, 스포츠혁신위는 인권유린과 폭력이 만연했던 체육계 문화와 대한체육회 및 협회를 중심으로 한 체육계 카르텔 문제, 성적 시장주의로 대표되는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과 같은 핵심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대통령이 “체육계 인권침해에 대한 근절책을 마련하라”(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 2019. 1.14,)는 발언을 할 만큼, 그동안 무관심의 영역이었던 체육정책이 정부의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면서 스포츠혁신위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포츠혁신위의 활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진행되지 못했던 우리나라 체육 정책과 시스템을 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스포츠혁신위의 활동이 실효성이 있었냐고 평가해 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고 최숙현 선수의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최숙현 선수는 가혹행위와 폭력에 대해 스포츠인권센터에 신고를 했지만, 지지부지한 대응으로 한 젊은 선수를 끝내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사건 이후에도 문체부, 대한체육회, 해당 협회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며 다시 한번 국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물론, 오랜 관행이 쌓여온 체육계는 적폐 문화가 단기간에 변화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포츠혁신위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사회적인 기대를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개혁의 핵심 대상으로 지적되었던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은 혁신위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혁신위 권고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2019년 05월 07일 발표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1차 권고안에는 실효성 있는 스포츠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체계를 확립하고, 기존 정부와 체육계의 인권침해 대응 시스템을 전면 혁신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고. 체육계 내부의 관련 절차와 명확히 구별되는 스포츠 성폭력 등의 신고, 접수, 상담 시스템 구축과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이를 위해 독립성, 전문성, 신뢰성을 갖춘 별도의 ‘스포츠 인권 기구’를 설립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1차 권고안 다운로드


2차 권고안에는 학생선수 ‘운동과잉’, 일반학생 ‘운동결핍’ 등 기존 엘리트 선수 육성시스템의 폐단과 한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온 학교스포츠의 비정상성을 지적하고 학교스포츠 시스템 전면 혁신을 위한 권고안으로, ‘공부하지 않는 학생선수’와 ‘운동하지 않는 일반학생’의 이분법을 불식하고 승리지상주의적 체육계 체계(패러다임)의 혁신적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 방안 제시했으며 특히, 근시안적인 단기 대응이나 파편적인 제도 시행만으로는 학교스포츠의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정부가 학교스포츠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차 권고안 다운로드


3, 4차 권고안은 대한민국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미래상과 대안적 패러다임에 관한 내용으로, 3차 권고안에는 다양한 인구 집단의 스포츠와 신체활동 참여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실현하기 위해 스포츠 분야 인권침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물론 성별, 장애, 인종, 연령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을 증진하는 체계적 스포츠 인권 ‘증진’ 정책을 위한 내용이 담겼으며, 4차 권고안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스포츠’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포츠권’을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보장할 국가의 책무 등을 명시한 새로운 법·제도의 구축이 수반되어야 하며, 보편적 기본권으로서 ‘스포츠권’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에 기반한 스포츠 정책 체계(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기존 관계법령의 개정 수준을 넘어선 별도의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정부와 국회에 「스포츠 기본법」 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3,4차 권고안 다운로드


5차 권고안에서는 진정한 스포츠복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계층과 지역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일상’에서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일생’ 동안 스포츠 활동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보편적 스포츠 향유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스포츠클럽’이 유아기, 아동·청소년기, 성년기, 노년기의 모든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스포츠클럽이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다양한 스포츠와 신체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공간으로서, 앞으로 스포츠클럽을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으며. 그리고 이를 통해 생활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엘리트스포츠의 활로 개척, 스포츠 복지사회 구현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야 할 4대 과제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있습니다.

>>5차 권고안 다운로드


6차, 7차 권고안은 대한민국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과 체육단체 구조 개편 전반에 관한 혁신안으로 6차 권고안에는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이 국제대회에서의 성과를 통해 국민적 기쁨과 국가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기여한 반면, 선수 인권 소홀, 체육단체의 비민주적 운영, 학생선수 학습권 침해,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간 단절 등 부정적 문제도 야기했음을 지적하며. 21세기 사회 환경 변화와 스포츠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국가주도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 및 선수육성체계 전반의 혁신을 권고했으며, 마지막으로 7차 권고안에서는 대한체육회가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해 온 중대한 인권침해와 각종 비리 및 부조리 등에 대하여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으며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통합 조직으로 운영되면서 생활 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의 균형 있는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2016년 국민생활체육회와 통합 후 생활스포츠 기반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목표로 제시하였음에도 올림픽과 엘리트 중심의 기존 체육회 운영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였음을 지적하며, 대한올림픽위원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따른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목적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대한체육회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 정책의 활성화와 이에 기반 한 엘리트스포츠의 새로운 발전 방안을 추구할 수 있도록, 체육단체 구조 개편을 권고하였습니다.

>>6,7차 권고안 다운로드




�한눈에 살펴보는 <스포츠혁신위원회 7대 권고안>


스포츠혁신위 권고안 얼마나 이행되고 있나?


그렇다면 스포츠혁신위에서 발표한 권고안을 얼마나 이행되었을까요? 문체부에 따르면 권고안에서 제시한 52개 세부과제 중에서 28개 과제가 완료되었고, 20개의 과제가 일부 시행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완료율 54%, 시행률(완료+일부시행) 92%라는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체육 구조 개혁이나 엘리트 스포츠 육성 시스템 개혁과 같은 핵심적인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과거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학교스포츠 정상화와 선수육성시스템 개혁을 담고 있는 2차 권고안에 대한 체육계의 반발을 들 수 있습니다. 2차 권고안은 학습권보장, 체육특기자제도 개편, 학교운동부 개선, 전국스포츠대회 개편 등이 핵심적인 내용인데,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일부체육계에서는 학부모와 지도자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엘리트스포츠 죽이기’라는 억지 프레임을 씌워가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과잉 권력화 되어있는 대한체육회의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엘리트 중심에서 모두를 위한 체육회 운영을 위한 7차 권고안(대한올림픽위원회와 대한체육회 분리)은 국가가 NOC(국가올림픽위원회)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대한체육회가 반대를 하고 있어 진행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합숙소 전면 폐지>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침해와 인권침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합숙소를 전면 폐지하였습니다. 하지만, 학생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숙사는 여전히 존재해 기존의 합숙소가 기숙사라는 이름으로만 대체되는 편법 운영되는 사례가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전국 단위 모집 등으로 원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학습시설, 휴게실 등을 갖추고, 전담 교직원이 근무하는 기숙사 운영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합숙소와 기숙사의 구분에 모호함은 존재하며, 기숙사가 합숙소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스포츠윤리센터는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신고/접수/조사,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조치, 가해자에 대한 처벌 등과 같은 구제절차를 수행하는 중요한 기구입니다. 하지만,  조사 공간, 인력, 조사권 부족 등으로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특히 예산편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9명의 조사관이 있음에도 조사실이 1곳 밖에 없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어려울 만큼 공간이 협소해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스포츠윤리센터는 조사권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서 가해자가 주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에 맞는 조처를 하기 어려움이 있어서 제대로된 조사업무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기본법 제정>

스포츠기본법은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 스포츠권의 개념을 정의하고, 개인의 보편적 권리로서 스포츠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2021년 8월에 제정된 법입니다. 스포츠기본법 제정을 통해 혁신안의 목적과 방향을 담아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제정 과정에서 일부 조항들이 바뀌게 된 부분은 한계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법의 대상을 보편적 인권에서 국민의 권리로 한정함으로써, 외국인이나 이주민의 경우 이법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의 스포츠권에 대한 조항들이 빠지게 되면서 여성의 스포츠 권리 신장이라는 폭넓은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포츠클럽법 제정>

스포츠클럽법은 스포츠클럽 등록제, 지정스포츠클럽 제도, 스포츠클럽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일상에서 스포츠를 보다 더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법으로, 2021년 6월 제정된 법입니다. 하지만, 지정-등록 스포츠클럽이 엘리트-생활 스포츠클럽으로 해석될 위험이 존재하고, 지정스포츠클럽의 자생성과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보입니다. 또한, 지역공동체와 지역문화정책과의 연계나 협력 방안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것도 이 법의 아쉬운 점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스포츠 정책 어디로 가고 있나? 



앞에서는 전면 재검토, 뒤로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


제20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지난 4월 15일 “문재인 정부의 일방통행식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인수위는 "체육교육 현장의 혼란을 개선하고, 자라나는 학생 선수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국정과제에 반영해 운동권과 학습권의 조화를 통한 '진짜 스포츠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열린 ‘2022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스포츠혁신위원회의 현 정부 권고안을 재검토하고, 체육계 현실에 반하는 일방적이고 무리한 정책으로 체육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겠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특히, 인수위는 혁신위 권고안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현재 학기 중 주중대회 참가 금지와 관련하여 학생선수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 축소 규제 완화를 위한 개선방안으로 권고 이전 수준인 연간 수업일수 3분의 1 범위(63~64일) 내에서 종목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허용하는 재조정 제안을 비롯해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포츠 혁신위원회 권고안을 부정하는 윤석열 정부의 스포츠 정책은 어떨까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위 내용에서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이 모두 배제되었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국정 60 주제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 촘촘한 스포츠 복지로 실현‘입니다.

그런데 모두를 위한 스포츠는 3차 권고안의 핵심 내용이고, 체육인 복지 및 권익 강화를 위한 내용에 포함된 스포츠윤리센터 조사 역량 강화 역시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2차, 7차 권고안 중 몇 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 시절 발표한 공약에서도 ▲자유롭게 스포츠를 향유할 국민 스포츠권 보장 ▲건강한 전문체육 시스템 구축 및 체육재정 확대 ▲ 체육 거버넌스 일원화 및 엘리트체육-생활체육-학교체육 선순환 구축을 약속했습니다.

위 공약에서도 드러나듯 결국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던 윤석열 정부는 혁신안 대부분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으며, 앞에서는 혁신위를 공격하면서 뒤로는 그 내용을 수용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고, 결국, 다시금 엘리트체육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스포츠혁신위 3년, 대안을 말하다


지난 3년간의 스포츠혁신위 활동은 그동안의 스포츠 정책들이 이뤄내지 못했던 성과를 만들어냈던 과정이었으며, 동시에 우리나라 스포츠의 현실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스포츠혁신위 활동을 통한 지난 3년간의 경험들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중요하며, 앞으로 스포츠 정책이 나아가야할 대안과 전략을 고민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의미에서 이번 흔들이슈의 마무리는 지난 3년간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구성 과정과 활동에 참여해온 3분의 목소리를 통해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지금 보니 


이제 보니 매우 소중한 기억이었다. 최소한 개인적으로 그렇다. 개인을 넘어 사회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했던 순간과 기록이었음이 분명하다.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사항과 제안 내용은 한국 스포츠의 역사와 유래를 근간으로, 우리 사회가 스포츠를 어떻게 평가하고 다루어야 하는지를 매우 당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체육의 효용성을 국가와 집단을 단합하기 위한 수단적 의미로 여기는 것으로부터 탈피하여 사람과 개인이 만나고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태껏 우리는 한 번도 이러한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 본 적이 없기에 더욱 값지다. 이미 바뀐 사회에서 홀연히 과거의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체육계가 다시 한번 들여다볼 내용임이 분명하다. 권고안들은 지속해서 사회의 변화를 위한 파장으로 작동해야 한다. 


앞으로는 


사회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스포츠 또한 개개인의 노력으로부터 혁신은 시작한다. 이미 많은 이들의 스포츠 인식과 문화는 과거의 체육 이데올로기나 목적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선택과 행위를 유도하는 정책 환경은 이와 다르게 구성된다.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에서 제안되었듯, 개개인이 행복을 추구하고 공동체로서의 관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자신들이 스포츠 행위의 주체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노력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의 스포츠 정책이 개인과 행복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하며, 우리가 모두 스포츠 참여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2019년 초 결성된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한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의 고통스러운 고백에 의해 시발되었다. 이미 평창동계올림픽 직전에 불거진 폭행 사건으로 기소되어 있던 조재범 코치의 더 큰 잘못을 폭로되면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던 사건이다. 


하늘이 준 기회였다. 만약에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리지 않았다면? 만약에 개막 2주 전 대통령이 선수촌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마침 바로 전날 조재범이 구타를 해서 선수가 목숨을 걸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마침 그 피해자가 국민여동생이 아니었다면? 대통령이 그 유명선수가 안보이는 걸 이상하게 여겨 묻지 않았더라면? 감기라고 거짓말로 보고한 것이 들통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피해자가 용기를 내 그의 흉악한 죄목을 세상에 밝히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만약에’라는 가정의 벽을 뚫고 결국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기적같은 확률로 대통령까지 나서 체육계 일대 혁신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졌다. 


초기 혁신위의 권위는 막강했다. 규모 면에서도 교육부 차관과 문체부 차관을 비롯한 차관급 위원이 5명이고 여기에 전문 민간위원 15명이 모였다. 문체부는 대통령의 지시라는 무게를 의식했고 어떻게 해서든 빨리 가시적인 결과를 내려고 했다. 6개월 동안 일곱 개의 권고문이 전광석화처럼 발표되었고 문체부는 이후 이행계획을 세워 권고내용을 관철하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권고문에 담긴 내용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동력이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혁신위 임기 중이었던 2019년 말까지는 매 주 이행과정 점검을 했지만 임기가 끝난 2월 이후부터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최근 불거진 출석인정 결석일수 논란이나 우후죽순처럼 다시 늘어난 대회들은 이러한 역공의 증거들이다. 

혁신의 혁은 가죽을 의미한다. 혁신위 초기에 자주 사용했던 비유다. 생가죽을 벗겨내는 일이니 얼마나 어렵겠는가? 벗겨지는 대상이 된 기존의 엘리트체육계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가죽을 벗기는 일은 아주 정밀하게 떼어낼 부분에 칼을 대고 단번에 벗겨내야 한다. 혁신위에서 필요했던 건 얇은 살갗을 저미는 정밀함과 분리된 가죽을 단번에 벗겨내는 과감한 신속성이다. 최대한 정밀했고, 과감했다고 자부한다. 더 정밀하고, 더 과감해야 했을까?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밀고 나간 결과가 우리 앞에 놓인 일곱 개의 권고안이다. 반 세기 이상 묵혀왔던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최대한 거시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사람에게 스포츠는 권리로서 제공되고 향유되어야 한다. 지금은 시계가 불분명하지만 그 방향은 옳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딜리는 포르투갈에 의해 450년간 식민지로 핍박받다가 1975년 독립하자마자 다시 인도네시아에게 점령당해 2002년에야 독립한 동티모르의 수도다. 인도네시아 통치 24년 동안 80만 인구 중 20만 명이 죽임을 당한 슬픈 땅이다. 이곳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축구공을 차면서 웃고 있다. 절망과 가난의 땅에서 스포츠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이 빛나고 있다. 이들을 보면서 혁신위가 그려놓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다시 긍정하게 된다. 스포츠의 힘은 세다.




혁신; 바뀌거나 고쳐져 아주 새롭게 되다.

革 가죽 혹은 피부 혁. 오래되고 낡은 가죽 같은 스포츠계를 바꾸고 고쳐서 새롭게 하고 싶었고 이번만큼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를 품었었다. 그땐 미처 생각 못 했다. 가죽이 오래되면 딱딱하게 굳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가죽은 너무 두터웠다.


하지만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와 활동이 스포츠혁신 의제를 스포츠계 외부의 다양한 분야(인권, 장애, 법조, 여성 등)와 공유하고 논의,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스포츠관련 시민운동의 대상을 확장하고 다른 분야와의 연대의 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혁신위원회 활동은 스포츠계 시민운동의 표지석이면서 일종의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한편, 시작은 창대하였지만 마지막은 초라(?)하고 아쉬웠던 스포츠혁신위회 활동을 통해 스포츠계 시민단체의 열악한 현실과 역량의 한계를 아주, 매우 절감했다. 

스포츠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가 스포츠혁신 당위의 근거를 탄탄하게 만들고 이를 대중과 공유하여 공감을 얻고 연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포츠계 시민운동을 꾸준히, 잘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한 토대와 역량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시민운동 자원의 풀(pool)로는 부족하다. 이전 보다 더 많은 인적 자원과 학문, 이론적 토대, 연대 등 네트워크 자원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운동을 잘해야 한다.




흔들이슈 no.4를 마치며…�


이번 흔들이슈 <스포츠혁신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를 준비하며 지난 2020년 7월9일 있었던 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담은 영상을 발견했는데요. 이 영상을 함께 보며 이번 흔들이슈를 마무리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모두 스포츠의 가치를 회복한 보이지 않는 도시를 상상하며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발제문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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