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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Apr 28. 2023

흔들이슈 No.11 _ K(케이-)가 도대체 뭐야?

흔들리는 정세 속에서 문화사회를 상상하는 활동가들이 주목하는 이달의 이슈브리핑

2023년 1월 호


<K(케이-)가 도대체 뭐야?>




[목차]

1. K(케이-)가 도대체 뭐야?

2. 케이컬처의 허구성

3.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은 

4. ‘문화부가 강조하는 6대 중점과제’ 영역별 전문가 평가  





문화부 2023년 업무보고에는…



2023년, 문화부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2023년 업무보고를 발표했습니다. 업무보고에는 ‘국민이 함께하는 문화매력국가, 한국문화(케이컬처)가 이끄는 국가도약, 국민행복’이라는 비전 아래, 윤석열 정부의 핵심 기조인 ‘자유·혁신’을 통한 국가번영과 ‘공정·연대’로 행복해지는 국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케이-콘텐츠, 수출 강자 위상 강화’와 ‘케이 관광으로 국제관광 무대 주도’라는 목표를 통해 문화콘텐츠와 관광 산업을 국가 주요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합니다. 문화 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과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함으로써 문화분야가 외화 수입을 위한 확실한 영역이 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관련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업무보고 자료 다운로드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업무보고 브리핑 (동영상)



이번 보고에서 내용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케이-’라는 용어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케이컬처, 케이콘텐츠, 케이아트, 케이관광, 케이스포츠 등... 문화영역의 모든 분야에 ‘케이-’를 붙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케이컬처는 한국문화와 사실상 같은 용어에 불과하며, 최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한국콘텐츠를 일컫는 말에서 이제는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문화와 다른 케이컬처 만의 특별한 철학이나 방향이 있느냐고 따져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케이-’에 집착하는 이유는 BTS, 오징어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성공신화의 이미지를 문화정책 전반에 덧씌우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화부의 문화정책의 방향을 보면 케이컬처에 대한 정의, 진단과 평가, 케이컬처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문화부의 생각은 일부의 성공사례를 문화산업 전반으로 확장시켜서, 경제적 수익 창출과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케이컬처에 대한 분석과 진단도 없이 케이컬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단순히 지원을 확대한다고 제2의 BTS가 등장할 것이라는 발상도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케이컬처의 허구성



작년 9월, 박보균 문화부 장관은 ‘G20 문화장관회의’에서 케이컬처를 향한 국제적 관심은 "한류 문화예술인의 독창성, 도전 정신, 디지털 기량은 물론 그들이 내세우는 메시지가 희망, 인권, 평화, 환경보호, 미래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국제회의에서 정부 인사가 한 발언으로써는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되는 설명이지만, 한국의 문화환경과 그간의 문화정책의 흐름을 고려하면 쉽게 동의되지 않습니다. 블랙리스트 사건이 가져다준 충격은 아직도 우리사회와 문화예술계 현장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고, 최근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윤석열차 사건’을 비롯한 예술검열 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과연 예술인이 독창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의 작품에 다양한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환경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박보균 장관의 발언은 한국의 문화정책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행보와 문화부의 문화정책은 이러한 방향과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반인권적, 반평화적, 반환경적 정책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으며, 문화부는 문화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문화를 통한 경제적·정치적 성과를 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는 문화부가 말하는 케이컬처가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하며, 의미 없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은?




여전히 문화정책에 대한 도구주의적 접근

사실, 문화정책에 대한 도구주의적 접근 방식은 한국 문화정책의 오래된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은 이러한 도구주의적 성격이 더욱 심화된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화환경이나 토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이나 예술인 권리 정책, 지역문화나 생활문화 정책들이 개발정책이나 문화향유 정책 등으로 축소되거나 최소한의 정책만 진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술정책의 경우 미술생태계 활성화나 예술인 창작환경 개선과 같은 기초예술 정책보다는 미술품 유통에 초점을 맞춘 미술진흥법 개정이나 아트페어 육성 정책에만 집중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기초예술 분야조차도 상품성 있는 콘텐츠 육성을 통해 빠르게 상업적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의도입니다.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 : 성과주의

이러한 경향은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시하는 성과주의적 정책 방향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정책적 지원 및 육성의 대상을 성공가능성이 있는 대상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에게 집중적인 예산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작동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케이-콘텐츠 펀드’ 사업으로 무려 4,100억원 예산이 투여될 계획입니다. 금액의 규모도 규모지만 최근 문화부 전체 예산이 삭감된 가운데에서도, 몇 년간 이 사업 예산이 크게 증가 해왔다는 점입니다. 그 외 지식재산권(IP) 보유 콘텐츠 기업 육성을 위한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펀드도 1,500억 원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성공 가능성이나 상품성에 근거하여 특정 대상에만 집중적인 예산을 투여하는 방식은 윤석열 정부의 중요한 정책 방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곡된 애국 : 배타적 문화패권주의

윤석열 정부 문화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국가주의에 기반한 배타적 문화패권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업무보고의 주요 목표인 ‘케이-콘텐츠, 수출 강자 위상 강화’, ‘한국(케이) 관광으로 국제관광 무대 주도’를 통해서 케이컬처를 통해 한국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고, 외화 수입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추구하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 어떻게 세계와 소통하고 교류하며 협력할지에 대한 것보다는 세계를 하나의 경쟁적 대상으로만 보는 배타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으며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서 등장한 ‘문화공영’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도 충분히 유추가 가능합니다. 





‘문화부가 강조하는 6대 중점과제’ 영역별 전문가 평가





올해의 문제, 이 정부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업무계획 문서의 도입부(추진 성과와 평가)부터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문체부가 지난해 업무의 추진 성과라고 나열한 것은 사실 문체부 업무의 성과가 아니라 문화산업 현장의 성과입니다. 한국의 문화산업은 이제 인큐베이팅 단계를 지났고 정책자원의 분배 성과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1년에 문화산업에 투입하는 정책자원의 총합은 1개 메이저 게임회사가 게임 제작에 투입하는 자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산업 전반을 선도하고 있다는 식의 성과 평가는 마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으로 들립니다. 한 일만 평가합시다!!!


성과 평가가 그렇다 보니 미래 전망도 다른 세상의 얘기처럼 들립니다. K-콘텐츠를 한국의 수출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만드는 것이 문체부의 올해 업무 비전이라고 합니다. 이 험한 세상에 누가 이런 장밋빛 전망에 동의할 수 있을까요? 한국 문화산업이 거두고 있는 성과는 물론 놀라운 것이지만, 세계 경제는 이미 불황의 늪으로 들어서고 있고 문화산업 생산과 소비는 가장 먼저 자금경색과 소비위축의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은 여가생활을 축소시켜 문화소비의 내수시장을 근본적으로 위축시킬 것이고, 이는 세계 경제의 침체와 함께 이중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체부의 업무계획은 그러한 변화와 도전에 대한 위기의식을 조금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하던 대로 하면서 간판과 워딩만 새로운 주인들에게 맞추는 식입니다’. 앞 문장의 숨겨진 주어는 바로 문화산업 정책 전달체계, 즉 정책자원을 전달하는 매개자들(블라블라 진흥원, 연구원, 법정협회·관변단체, 대학, 전문가·지식인들)입니다. 문체부가 일해왔던 방식을 떠올려보면 이들 매개자들의 소망과 욕망이 차곡차곡 쌓여서 문체부의 업무계획의 초안이 만들어졌을 겁니다. 생각 한번 해 보세요. 세계 시장에서 하루하루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문화산업의 주역들이 이들의 소망과 욕망에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그래서 이 비현실적인 자원 분배의 계획은 문화산업의 중심부가 아니라 주변부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습니다. 문화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며 성장하면 할수록 정책자원의 분배는 중심부와 겉돌아 주변부로 밀려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거죠. 결국 문체부의 거창한 비전과 달리 정책자원에는 한계기업들만 몰리게 됩니다. 그러니 문체부의 업무 성과도 별로 내세울 게 없게 되는거죠. 이 루틴이 무한반복 중입니다.


사실 그것은 문체부의 걱정거리이지 문화산업의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문체부가 정책자원의 분배를 통해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시대는 지나갔으니까요. 이제 문화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을 상수로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화산업 현장에서는 문체부 무용론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입니다.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 주무부처를 원합니다. 2023년 업무계획을 보니, 문체부가 5년 후에도 문화산업 분야의 업무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문체부라는 초유의 융합부처가 계속 존속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깁니다.


문체부가 발표한 업무계획에는 세부 과제들도 있지만, 새롭거나 논쟁적이라 할 만한 것들은 없어 보입니다. 그냥 MB 때랑 아주 비슷합니다.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픕니다.





문체부의 ‘2023년, 관광대국으로 가는 원년’ 정책의 핵심은 크게 한국문화에 대한 매력요소 발굴, 외래객 방문을 위한 관광 수용태세 개선, 관광산업 생태계 회복과 도약을 위한 준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독보적이고 매력적이라는 한국문화의 실체는 불명확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매우 중요하게 추진하는 청와대권역 역사문화관광자원화 이외에는 새로운 관광매력요소를 발굴하는 데 노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목표로 제시하는 관광대국은 2027년 기준 외래관광객 3천만 명, 관광수입 300억 달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국제관광이 사실상 중단되었을 시기, 그동안 관광이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였던 것에 대한 반성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외래관광객 몇만 명 달성하자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것이었는지, 더욱 중요한 것은 관광산업과 종사자가 얼마나 탄탄하게 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었는지가 관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관광이 재개되자마자 다시 정량적 수치의 목표치를 제시합니다. 특히, 3천만 명이라는 수치는 어떠한 근거도 없습니다. 2019년 기준 1,750만 명이 왔으니 한 2배쯤 되는 3천만을 달성하자는 것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3천만 명이 방문하면 그만큼 과잉관광 문제가 다시 불거지게 될 텐데 이에 대한 대비는 없습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관광정책은 코로나19 시기, 관광이 우리 일상에서 사라지면서 국민들도 여행이라는 자유를 빼앗기게 되고, 관광사업체와 종사자들이 그만큼 고통을 받았던 것을 환기하며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관광객이 방문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은 곧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잘 살고, 행복하기 위한 목표를 달성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관광은 곧 관광객만의 정량적 수치 증가나 관광객의 만족만이 아닌 지역주민이 함께 행복하고 서로 상생할 때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관광정책의 목표와 방향이 곧 지역상생과 주민들의 행복이 함께 고려가 될 때, 그렇게 모두가 함께 행복함을 추구할 때 진정한 관광대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화부는 예술이 ‘케이컬처의 차세대 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예술분야 진흥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등으로 예술인의 권리 및 처우와 관련해 많은 개선들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많은 예술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예술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블랙리스트나 예술계 미투를 통해서 드러난 예술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예술생태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통 활성화와 투자적 지원 방식을 통한 산업적 관점에서의 성장보다는 예술인 및 예술생태계의 안정화와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특히 올해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첫해인 만큼, 실효성 있는 예술인피해구제 제도 정착과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확보, 예술인권리정책의 확대와 안정적 예산 마련 등의 과제에 보다 힘써야 합니다. 


청년예술 지원정책의 확대와 다년간·단계별 지원 체계 도입을 통해서 예술지원의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시도는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합니다. 하지만, 지원사업 중심으로 구성된 예술정책의 본질적인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 없이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예술계와의 적극적 소통과 협력과정을 통해서, 현장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 수립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문화부는 최근 사라지고 있는 거버넌스나 위원회 등을 통한 협력구조를 복원·확대하고, 이를 통한 예술현장과의 신뢰 회복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2023년 업무계획은 향후 윤석열 정부 문화정책의 방향타가 어떻게 설정 될지 엿볼 수 있게 합니다. 특히 지역문화 정책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과제 목록이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지역문화 정책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 보다는 분권화와 지역 중심의 정책 구조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였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목록의 56번 과제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에 지역문화 정책을 담아내며 지역문화 관련해서는 지역문화협력위원회 활성화, 지역문화 정책포럼 개최, 지역문화진흥계획 수립 등을 통해 지역중심 문화거버넌스를 확립, 문화도시2.0을 통한 지역문화 활력 촉진, 지역문화기획자 양성, 문화기반 시설의 접근성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 밝힌바 있습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2020~2024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에서는 ‘포용과 혁신의 지역문화’라는 비전하에서 개인의 문화 창조와 향유 기회를 보장하여 품격 있는 삶을 누리게 하며, 분권과 자체에 기반한 지역문화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지역 간의 경쟁적 발전 담론에서 벗어나 지역 고유의 정체성과 자율적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춘바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 선보인 국정과제 하에서의 지역문화정책의 방향은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는 이러한 정책기조와 조응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보이며 특히 일상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비전과 거버넌스 중심의 실행구조는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 이였습니다. 하지만 문체부의 2023년 업무계획은 이러한 기대를 걱정으로, 실망으로 바꾸게 합니다.


문체부는 지역문화정책과 관련해 ‘문화를 통한 지역의 새 도약과 어느 곳도 뒤처짐 없는 균형발전 지원’을 기조로 ‘문화로 생동감 넘치는 지역’, ‘지역별 고유 매력 담은 관광으로 지역 경제 선도’라는 목표 하에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지역 고유성 특화 발전’, ‘문화취약지역 문화공연·기반 등 맞춤형 지원’, ‘지역문화인력 양성’, ‘지역대학 연계 청년관광 두레, 후원단 지원’, ‘이건희 소장품 순회전‘, ’국립 예술 단체 공연 확대‘, ’유휴시설 활용 문화기반 조성‘, ’스포츠+관광 융복합 프로그램 지원‘, ’스포츠도시 선정·집중지원‘, ’K-관광 휴양벨트 조성‘ 등을 세부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지역문화정책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는 시대착오적인 철학과 현실감각의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역을 국가의 하부단위 혹은 중앙과 지방이라는 위계적 구조 하에서 접근하는 태도는 ‘대한민국 문화도시’라는 언명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며, 고품질의 문화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명목하에서 ‘이건희 소장품 순회전’, ‘국립 예술단체 공연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는 부분은 시민(지역주민)을 문화의 주체가 아닌 향유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80~90년대의 정책적 감각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유휴시설 활용을 통한 대규모 문화클러스트 조성, K-관광 휴양벨트 조성 등은 문화정책이란 이름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권위주의 정권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떠올리게 합니다. 그나마 국정과제 발표 당시에 제시되었던 거버넌스 및 협력구조의 강화는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으며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의 자리를 시민이 아닌 정치·관료 집단이 다시금 대치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전후부터 숨가쁘게 달려온 지역문화 정책이 지역 현장에 새겨놓은 교훈은 지역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는 ‘시민’이며 지역문화 정책은 문화정책의 영역을 넘어 도시정책으로 확장되고 연결되어야 우리의 삶을 바꾸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시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시민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지역문화 정책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가치를 갖습니다. 정치적 이해와 기득권을 넘어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역문화정책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으며 이제라도 이러한 논의를 다시금 시작 할 때입니다. 2023년의 문체부의 업무계획은 이 논의를 위한 시간과 계획으로 다시 쓰여져야 합니다.




K컬처가 국제적으로 이슈화되는 상황에서도 공정한 문화 접근 기회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국민의 문화권에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최근 장애예술인에 대한 지원제도가 세분화, 확대되고 있음에도 장애인 접근성 종합계획이 이제야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국민이 문화기회를 동등하게 접근 및 경험할 수 있는 환경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알아서’ 예술인이 된 장애인에 대한 집중 지원에 대한 논의가 고도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취약계층의 문화·스포츠 활동 지원이나 사회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 역시 보편적 복지, 이동권 보장 등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어떤 체계로 현장에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만 수립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부의 업무계획 방식이 갖는 특성 혹은 한계 때문에 구체적 사업 내용을 설정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타부서와의 연계 및 협력을 통해 문화부의 정책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하고 생활하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삶 안에 있어야 자신이 하고 싶은 예술의 상도 그려볼 수 있고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나 행사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역 사회 안에서 보다 쉽게 타인과 소통하거나 문화적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문화예술교육도 참여하고 스포츠 활동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시작점이 접근성이 확보된 몇 개의 시설 마련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 다양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기관 및 시설에서 어떻게 접근성 확보를 할 것인지에 대한 지역별 제도 마련도 필요합니다.


장애인, 청소년, 노인 등 집단화, 관념화된 대상을 향해 정책이 내용적 세부 기획을 전달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이들의 자유로운 삶과 기본권이 전제된 환경을 어떻게 정책적 연계를 통해 장기적으로 마련해나갈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2023년 업무계획을 통해 <현장 속으로, 다시 뛰는 케이 스포츠>란 체육정책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문화부는 체육인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마음껏 운동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개선하겠다며 엘리트 체육인에게 날개를 달아주겠답니다. 수사가 아니라 업무계획서에 기재된 제목 그대로입니다. ‘엘리트 체육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정책’을 업무계획에 담았습니다. 노골적으로 전문 체육 분야만을 한정하여 현장과 체육인으로 설정하고 문화부 업무계획의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현장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체육인 중심 스포츠 정책”을 2023년의 업무추진 여건 및 방향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특히, 지난 정부의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재검토하여 ‘학생선수 출석인정 결석 허용 일수’를 확대하는 등 현장 중심으로 스포츠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 모두가 스포츠 및 신체활동에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스포츠의 가치가 교육, 문화, 환경, 인권, 복지, 정치, 경제, 여가 등 우리 사회 영역 전반에 확산될 수 있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다하며, 개인이 스포츠 활동에서 차별받지 아니하도록 하고, 스포츠의 다양성, 자율성과 민주성의 원리가 조화롭게 실현되도록 하는 것’. “스포츠기본법의 제2조 기본이념”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가 스포츠를 통해 달성해야 할 사회적 목표이자 도달해야 할 정상(頂上)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는 작금의 ‘현장, 체육인 중심 스포츠정책’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정책이야 말로 스포츠기본권 실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기 때문입니다. 걸림돌을 치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상을 향해 갈 디딤돌도 놓아야 합니다. 

‘현장 속으로, 다시 뛰는 케이 스포츠’가 아닌 “모두에게 열린, 함께 뛰는 스포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 정책은 이를 위한 디딤돌을 놓는 것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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