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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Apr 28. 2023

흔들이슈 No.14 _ 아이돌 성공신화와 그 이면

흔들리는 정세 속에서 문화사회를 상상하는 활동가들이 주목하는 이달의 이슈브리핑

2023년 4월 호


<아이돌 성공신화와 그 이면>



[목차]

1. 화려한 케이팝의 성공과 어느 아이돌의 죽음

2. 아이돌 가수 및 연습생 인권의 현주소

3. 케이팝 육성 시스템, 무엇이 문제일까?

4. 이제는 아이돌의 인권에 주목할 때




화려한 케이팝의 성공과 어느 아이돌의 죽음


블랙핑크 '코첼라' 공연. 사진=YG엔터테인먼트


“한국의 대표 아이돌 그룹인 블랙핑크는 지난 4월 23일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에서 헤드라이너로서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5분 넘게 진행된 현란한 조명 그래픽쇼로 피날레 무대의 포문이 열렸고, 핑크 의상의 블랙핑크의 등장에 관객들은 모두 휴대전화를 들어올려 반짝이는 조명과 핑크색 풍선으로 이날의 주인공을 환영했습니다.”1


“잔니 인피노트 FIFA 회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2카타르월드컵과 관련해 "역대 최고의 월드컵을 이을 최고의 개막식 공연"이란 글과 함께 방탄소년단의 정국 무대 사진을 개제했습니다. FIFA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정국의 'Dreamers' 뮤직비디오는 조회수 1억5000만을 돌파하며 FIFA 공식 유튜브 채널 역대 누적 조회수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이처럼 케이팝은 이미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전세계는 이제 케이팝의 음악뿐 아니라 케이팝 스타들이 무엇을 입고, 먹고, 어디를 방문하는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차트 성적이나 수상 기록뿐 아니라 레이디 가가, 콜드플레이 등 전 세계 팝스타들이 케이팝 가수들과의 협업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 말부터는 해외 음원사이트에 케이팝 장르를 따로 정리한 차트가 생겼으며, 빌보드는 2020년과 2021년 백서에서 연이어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 케이팝의 활약을 각별히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방탄소년단 외에도 2020년에는 트와이스, NCT, 슈퍼M, 블랙핑크를(Billboard·MRC DATA, 2021), 2021년에는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와 로제의 솔로 앨범, 트와이스의 첫 영어 싱글의 성과를 분석하는 글도 나왔습니다.(Billboard·MRC DATA, 2022)


문화체육관광부도 2023년 주요업무계획 ‘케이컬처가 이끄는 국가도약, 국민행복’을 통해 케이팝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지원를 약속했습니다. ‘온라인 케이팝 공연을 통한 비대면·글로벌 확산(80억원) 및 음악과 신기술의 결합(82억원)’ 등을 통해 글로벌 신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기존의 음악산업 분야에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융합에 힘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도 업무계획 중 일부


또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를 이틀에 걸쳐 방문하기도 했으며, 문화 분야 주요 공약으로 케이컬처의 미래 발전과 케이컬처 스타트업 지원을 통한 문화산업 선진국 도약 등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인수위원회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케이컬처를 집중 육성하고, 예술인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리겠다며, 케이팝을 비롯한 게임과 드라마, 영화, 웹툰 등 케이컬처를 초격차 산업으로 육성해,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케이팝의 성공 이면에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여럿 존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일에 있었던 한 아이돌스타의 자살 사건은 케이팝 산업과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케이팝의 화려한 성공과 한 아이돌 스타의 죽음이 가져다 주는 이 간극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1. <‘헤드라이너’ 블랙핑크, K팝으로 코첼라 피날레 장식> 스타투데이 2023. 04. 23.




아이돌 가수 및 연습생 인권의 현주소



비극은 예고되어 있었지만, 늘 그렇듯 ‘괜찮아야’ 하는 아이돌


“일시적 활동 중단", “건강 이상으로 휴식 필요”과 같은 뉴스 타이틀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연예면 뉴스 헤드라인에 종종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는 아이돌은 이런 소식을 팬들에게 전하며, 자신이 아닌 자신을 걱정하는 팬들에게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는 사과와 위로를 전달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그 비극들을 마주한 이후 언론은 앞다투어 이전에 지나쳤던 징조들을 찾아내 ‘예고된 비극’이었음을 강조하며 보도를 합니다. 이처럼 모든 순간 대중 앞에 존재해야만 했던 아이돌의 비극을, 알고자 했다면 이렇게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던 비극을 우리는 아니 우리사회는 왜 막지 못했던 것일까요?


최근 자살한 아이돌스타의 경우도 이런 징조를 보여왔습니다. 몇 년 전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으며, 얼마 전 진행한 라이브에서 자신의 힘든 상태를 고백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여느 스타들과 다름없이 ‘괜찮다고’ 되려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었습니다.


최근 발생한 아이돌의 자살 관련 기사에서 ‘빌보드 매거진’의 롭 슈워츠 아시아 특파원은 BBC에 “케이팝 아이돌은 음반 제작자들로부터 연이은 히트곡 요구를 받는 가운데, 팬들로부터 완벽한 외모와 사운드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라며 “케이팝 아티스트는 가수로서의 삶 이외에 다른 삶은 없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연습을 시작하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다. 케이팝 세계 밖의 삶을 살기란 정말 어렵다”고 말하며 케이팝 시장에서의 아이돌이 겪는 상황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2022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권익보호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폭언, 폭력, 성폭력, 불공정 계약, 학습권, 수면권, 핸드폰 사용 금지, 연애금지, 신체검사 등 다양한 방식의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보고서는 아동청소년이라는 특정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이지만, 주로 아동청소년기부터 소속사의 관리하에 생활해 온 성인이 된 아이돌이 겪는 인권침해 상황 또한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돌과 연습생의 인권침해 관련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의 인터뷰나 기고 글 등 미비한 정보를 통해 추측하기만 할 뿐입니다. 


대부분의 연습생은 대부분 기획사의 지원을 통해 훈련받는 등 철저히 기획사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부당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는 데뷔 이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연습생이나 연예인은 더 많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소속사와 분쟁을 겪은 가수와 연습생은 다른 기획사에서도 영입하기를 꺼린다며, 업계가 좁아 소문이 빠르게 번지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 외 여러 인터뷰나 관련 기사를 통해 보더라도 우리가 뉴스로 접한 피해 보다 더 많은 아이돌과 연습생들의 피해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해마다 이와 관련한 사건들이 사회면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한 세상이 사라지는 비극을 마주합니다. 


이처럼 아이돌은 아이돌이 되고자 결심한 그 순간부터 인권 사각지대 안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 제작 시스템이나 트레이닝 체계는 해외에 수출될 정도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지만,  인권침해라는 케이팝 산업의 그림자는 우리가 환호하는 아이돌의 바로 곁에서 그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바로 그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100만여 명의 아이돌 연습생들이 겪어야 할 직업 환경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2.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에 대해 어떤 연구에서도 자살 대신에 다른 완곡한 용어를 사용하는 게 자살을 줄이거나 예방한다는 근거가 없으며, 그 용어 자체에 자살이 마치 힘든 상황에서 선택지의 하나인 것을 내포하고 있고 자살을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 되는 침묵을 깨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나종호 정신의학과 교수의 인터뷰 내용에 공감하기에 자살로 표현합니다. 참고 <"'극단적 선택' 대신 '자살'이라 말해야 하는 이유 3가지"> 노컷뉴스. 2022. 07. 20 

3. <외신들 “문빈 사망, K팝 아이돌에겐 가수 외의 ‘삶’이 없다” > 한겨례. 2023. 04. 21. 

4.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권익보호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 . 2023. 01. 25. 





케이팝 육성 시스템, 무엇이 문제일까?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아동청소년은 기획사 주도의 육성 시스템 안에서 일찌감치 경쟁 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들은 아직 데뷔가 결정되지 않은 말 그대로 연습생의 신분으로 소속사의 관리에 의해 고립되고 단절된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여느 청년들 보다 일찍이 안전장치 하나 없는 경쟁 속에서 고용 불안정을 겪게 됩니다. 연습생 기간이 길면 길수록 불확실해지는 미래는 '좋아서 시작한 일'을 '즐겁지 않은 일'이 되게 하는 심리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 기간을 거쳐야 데뷔할 확률이 크지만 대형 기획사의 높은 문턱을 간신히 넘었다고 해도 정식 데뷔까지는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야 하며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연습생 신분으로 꿈을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2018년 진행된 서울연구원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기획 중 하나인 '아이돌 성공신화와 아이돌 연습생의 딜레마'에는 이런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의 실태를 확인 할 수 있는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서는 연습생들을 공개하지 않으며. 기획사의 연습 지도 과정이나 계약 내용, 연습생 관리 과정에서 생기는 부당한 상황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꺼려하고 연습생들 또한 본인들의 사생활이 데뷔 후 어떻게 작용할 지 모른다는 부담 때문에서라도 연습생 신분으로 외부에 노출 되는 것을 꺼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연습생 기간 동안 그들에게는 구체적인 연습용 지침이 없다고 말합니다. 오랜 시간을 기획사에서 보내는 연습생들은 명확한 교육 프로그램 없이 연습을 반복합니다. 기획사는 오디션을 통해 아이돌 연습생을 선발하고 계약을 맺지만, 대부분 춤 연습과 몸무게 관리 그리고 최근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외국어 학습에만 집중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돌 연습생들은 기획사와 아이돌 데뷔의 문제점을 인식하지만 대부분 참고 견디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책에는 그 원인으로 폐쇄된 관리 시스템을 지적합니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른 기획사 상황을 알 수도 없고 자신들의 문제를 상의할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연습생이 스타가 될 가능성은 ‘로또’에 가깝지만 기획사들은 투자를 멈추지 않습니다. 이른바 대박이 터지면 단숨에 대형 기획사가 될 수 있고 대형 기획사에게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한 언론사 기사 내용에 따르면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연습생 1인당 회사가 투자하는 비용은 10년 전 2000만 원에서 4000만 원 정도 였다면, 2021년 기준 1억 원 수준까지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자본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은 곳은 적지만 과하게 성공을 향해 투자 합니다. 


그렇게 불이 꺼지지 않는 케이팝 공장은 대한민국의 주요 수출 상품인 아이돌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연습생 기간을 거친 아이돌 준비생들은 기본적인 학습권도 보장 받지 못하고, 인간관계 또한 단절된 채 짧게는 7년 길게는 10여 년 정도의 기간 동안 아이돌이 되기 위한 기술을 익히게 되는데, 데뷔가 무산된 연습생 중 일부는 배우나 리포터 등 다른 분야로 데뷔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연습생들은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채 사라집니다. 아이돌 산업의 대표적인 어두운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BN 새 예능 프로그램 '미쓰백' 출연진 



최근에는 이른바 실패한 아이돌 혹은 한때 잘 나갔지만 활동을 중단한 아이돌을 대중들 앞에 세우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화려한 조명이 켜진 무대 주변을 여전히 서성이며 한 때 아이돌이 되고자 했던 서로와 경쟁하며 다시 무대로 오르는 경쟁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무대 위에 오르지 못했던 수많은 준비생들 중 아주 소수를 위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을 뿐입니다. 


또한, 과거 콘서트나 공식 팬클럽 굿즈, 음반 판매가 주였던 케이팝 팬덤 시장은  가속화되는 사회의 디지털화와 케이팝 산업 규모 확장에 따라 유료 플랫폼 시장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돌스타들은 팬덤을 유지하기 위해 음원 발매와 음악 방송 외 정기적인 라이브 방송, 팬미팅 등 하루의 일분일초를 쪼개 스케줄을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이는 무대 위의 모습뿐만 아니라 무대 밖의 모습 또한 아이돌의 상품성을 좌지우지하는 조건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과거 많은 아이돌이 신비주의라는 프레임에 갇혀 사생활을 숨긴 채 보내야 했던 것에 비해 자유로워 보일 수 있지만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대중 앞에 또 다른 가면을 써야 하는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중은 무대 밖의 아이돌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만 아이돌은 여전히 울 수도 화를 낼 수도 찡그릴 수도 없는 웃고 있는 존재이기를 원합니다. 서비스 노동자가 요구받는 과한 상냥함처럼 말입니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손잡고 불량 연예기획사 퇴출을 선언하고 인권 보호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는 연습생 실태를 인지하고, 표준계약서 제정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표준 계약서에는 교육훈련 비용 회계를 연습생별로 만들어야 하고 교육생을 퇴출시킬 때는 합리적 평가를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습생에게 소요되는 교육 비용 원가가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도 없고, 그만두고 싶어도 수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 부담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는 등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개선하지는 못했습니다.




5.  <맞고도 참았다…인권 실종된 K팝의 비극> 쿠키뉴스. 2022.11.25. 

6. <K팝은 훨훨 나는데...연습생 인권 사각지대 ‘여전’[MK초점]> 내에 등록된 연예기획사는 1700여개, 연예인 지망생은 100만여명으로 추산(2022년 기준). 스타투데이 2022.08.24.

7. 아이돌 연습생의 땀과 눈물 - 아이돌 성공신화와 연습생의 딜레마 : 3부 신기루 같은 연습생 생활 본문 인용  | 마이너리티 리포트 3.  이종임 (지은이) 서울연구원2018-07-16

8. <"데뷔 후 3년 동안 20만원 정산"…연습생에 드는 돈 얼마길래>  한경라이프. 2021. 04. 17.  

9. <이상준의 일, 삶, 배움_ 한류 열풍에 가리워진 아이돌 노동인권> 이투데이. 2020. 11. 19





이제는 아이돌의 인권에 주목할 때



더이상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돌 연습생 및 가수의 인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대중문화산업발전법에 따라 대중문화예술산업 및 대중문화예술산업 종사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21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 등록된 업체 중 매니지먼트를 주로 하는 기획사가 1,426개이고, 기획사에 소속된 가수는 4,243명, 연습생은 1,895명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기획사나 개인 매니저 형태까지 고려하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 종사하는 업체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습생의 경우도 기획사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준비하는 연습생들과 아이돌 지망생들까지 고려하면, 혹자는 100만 명이 넘을 거라는 추산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에 대한 정확한 자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실태조사가 필요합니다.


또한, 아이돌 연습생 및 가수의 권리 보호를 위한 상담창구 확대와 교육 프로그램 강화도 필요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예술인 대상 상담창구나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고센터 등이 있으나, 규모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입니다. 특히, 많은 연습생들이 이러한 제도적 접근이 익숙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이 많다는 점에서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정책적 설계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연간 1회 이상의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이돌 연습생과 가수에게 정작 필요한 현장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처 방안과 같은 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지 않을 경우 해당 기획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마저도 과태료 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육의 실효성도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돌 산업은 특성상 매우 소수의 인원만 성공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연습생이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이고, 설령 데뷔를 한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을 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을 꿈꾸는 수많은 이들이 성공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경우, 이후의 삶에 대한 방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연습생 기간 동안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버는 경우가 많고, 과도한 경쟁 구도 속에서 오랜 기간 오로지 아이돌이 되기 위한 훈련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다른 분야로 옮겨가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이돌로 성공하지 못한 절대다수의 연습생과 지망생들을 위한 학습권 보장이나 재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과 같은 정책적 관리 체계도 시급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돌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인식도 변해야 합니다. 소수의 성공한 아이돌로 대표되는 화려함 때문에, 아이돌 연습생이나 가수들이 겪는 어려움과 한계들, 그에 따른 고통은 온전히 스스로 감내해야 할 것으로 치부해왔습니다. 또한 케이팝의 성공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와 국가적 홍보 효과에 취한 나머지, 그 이면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해왔습니다. 소속사의 과도한 통제와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대중의 반응, 개인의 일상조차 관리되는 활동 방식은 이들을 더욱 힘든 나락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케이팝이 성공적인 대중음악의 한 갈래로 발전하길 원한다면, 앞으로도 세계 속에서 사랑받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길 원한다면 이제는 더 이상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됩니다.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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