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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Apr 28. 2023

흔들이슈 No.13 _ 동물을 학대하는 축제

동물을 학대하는 축제, 당신은 즐길 수 있습니까?

흔들리는 정세 속에서 문화사회를 상상하는 활동가들이 주목하는 이달의 이슈브리핑

2023년 3월 호


<동물을 학대하는 축제, 당신은 즐길 수 있습니까?>




[목차]

1. 싸움소를 아시나요? 

2. 소싸움의 정당성에 대한 반론 

3. 소싸움 축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4. 소싸움 축제, 이제는… 



싸움소를 아시나요?


싸움소는 소싸움을 위해 전문적으로 길러지는 소들을 말합니다. 싸움소는 평소 ‘훈련’이라는 명목 아래 폐타이어 끌거나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게 하는 등의 ‘학대’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싸움소는 소싸움에 출전하기 전에 풀을 날카롭게 갈기 때문에 시합 도중에 상대방 소의 뿔에 찔려서 피를 흘리거나 살가죽이 찢어지기도 합니다.


소는 본래 온순하고 공격성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싸움을 붙이기 위해 소를 억지로 자극하고, 체력과 공격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초식을 주로 하는 소에게 미꾸라지, 뱀탕, 개소주를 먹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싸움이 동물학대라는 논란과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제8조)에 의하면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투견, 투계 등과 같이 인간의 유희를 위해서 동물을 싸우게 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유독 소싸움만은 동물 학대가 아닌 합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동물보호법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소싸움)는 동물학대에서 제외하도록 예외 규정을 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소싸움만 예외로 두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소싸움이 과거부터 이어오는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로 보는 해석 때문입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열악한 농촌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소싸움을 지지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어디까지나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설명일 뿐, 싸움소들의 입장이나 권리라는 측면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 소싸움이 다른 종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잔인하고,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학대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상대적인 근거일 뿐이고, 실제 경기에서는 시합이 길어질 경우 1시간 이상 싸우거나 상대방의 공격으로 인해 선혈이 낭자하는 경우도 있으며, 극도로 흥분한 소가 좁을 통로 안에서 벽을 들이받는 등의 소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소싸움의 정당성에 대한 반론


결국, 아무리 긍정적으로 해석을 해도 소싸움이 동물 학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소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의 오락과 유흥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들의 권리만큼이나 인간의 권리도 중요한 것이 아니냐? 또는 소들에 대한 착취는 인정하지만, 전통문화의 계승과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같은 소싸움의 긍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1) 소싸움은 우리의 전통문화이다?


소싸움의 기원에 대한 확실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신라시대나 고려시대 때를 기원으로 보는 설들은 존재합니다. 우리 민족은 과거부터 오랜 시간 농경 생활을 해왔고, 소가 농경에 중요한 가축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싸움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그리 억지스러운 주장은 아닙니다. 소싸움은 근대에 들어 점차 확대되어오다 대중이 모이는 것을 꺼리는 일제의 탄압을 받아 중단되었고, 명맥만 유지하던 소싸움은 90년대에 들어서 다시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싸움은 전통문화로 보는 것이 맞을까요? 전통문화란 사전적 의미는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뜻하지만, 우리가 지키고 이어 나가야 할 문화라는 의미로서는 각 시대의 환경 속에서 만들어낸 문화적 가치와 규범, 문화적 역량과 자산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전통문화는 당대와 소통하며 의미와 가치를 발전시켜나가는 자기 전개 과정으로 존재할 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과거에 있었다가 아니라 그것이 존재했던 이유와 그것이 지금 시대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과거 소싸움이 행해졌던 농경문화라는 사회적 배경과 그 과정에서 있었던 마을 단위의 공동체 문화가 중요한 전통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싸움은 단순한 오락거리에 불과하며 승부에 배팅을 하는 사행산업이라는 점에서, 어떠한 전통적 가치나 의미를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소싸움대회는 사행성 게임처럼 변질돼 농경사회의 결속이라는 본래 소싸움의 가치를 잃어버렸다”라는 설명을 통해 현재 소싸움을 전통문화로 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치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전통을 ‘보존’하는 것에 대한 의미도 있다고 반론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행해지는 소싸움에서 과거의 문화적 원형은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격투 경기나 다른 사행산업과 형태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소싸움이라는 방식 외에는 전통과의 연결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동물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소싸움은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지 못한 과거의 유산 정도가 적당한 평가일 것입니다.



(2)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소싸움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성행 중입니다. 소싸움 축제는 봄 즈음해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11개의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잘 알려진 청도군의 경우에는 소싸움 축제 외에도 소싸움 전용 상설 경기장을 짓고, 2011년부터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소싸움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루 12경기씩 시합이 열리고 있으며, 올 한 해 동안 총 1248경기가 열릴 만큼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소싸움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청도 공영사업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싸움 경기를 통해 매출 296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관람객도 전년도(10만 명)보다 60%나 증가한 16만 5,000여 명으로 집계되었고, 코로나로 잠시 침체되었던 인기를 넘어 코로나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 기록이라고 합니다.  특히 청도 공영사업공사는 당초 배정받은 매출총량(247억 원)을 조기 달성하고, 사행산업감독위원회에 건의해 매출 총량을 53억 원 증액하기도 하였습니다.


*매출 총량(사행산업 매출 총량제) : 경마, 경정, 경륜, 소싸움과 같이 승부에 돈을 거는 사행산업의 경우, 사행산업의 과도한 확산을 방지하고 산업의 규모를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매출 총량을 관리하고 있음

지금까지 설명만 보면 소싸움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청도 소싸움의 경우 상설 경기를 시작한 2011년 이후로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오고 있고, 손실분은 지자체의 세금으로 메꾸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세금을 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싸움을 통한 수익은 대부분 승부 배팅을 통한 우권 발매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공공 예산을 사행산업에 과도하게 지출하는 것이 부적절해 보입니다. 그리고 입장료(무료입장)나 부대시설 이용을 통한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실제 지역 경제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소싸움 축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싸움 축제는 올해도 꾸준히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 3월,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청도, 의령, 창녕, 정읍에서 차례로 소싸움 축제의 일정이 나오고 있고, 소들은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원하지도 않는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역의 입장에서도 명분(전통문화 계승)과 실리(지역 경제 활성화)마저 허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소싸움 축제의 지속 여부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들 지역들은 재정이 열악한 농촌지역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축제 개최에 대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싸움 축제의 경우 평균 2~4억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이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이미지만 늘어날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지역민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으며, 이들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직접행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전국 소싸움 예산 삭감 운동인 ‘예산깎겠소’ 캠페인을 통해, 지역의 시민모임과 연대를 통해 예산 감시 및 불필요한 예산 삭감, 법개정 운동 등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부담스러웠는지 최근에는 ‘소싸움’을 ‘소힘겨루기’로 변경을 함으로써 소싸움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려 하거나, 소싸움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함으로써 소싸움의 정당성을 세우려는 시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에도 불구하고 소싸움이 동물 학대라는 것과 사행산업에 기반한 도박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소싸움이 가지고 있는 폭력적인 방식과 소의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러한 변화는 기만에 불과합니다.


스페인의 전통 스포츠로 유명한 투우도 이러한 동물 학대 논란으로 꾸준히 폐지 논의가 진행되어오고 있습니다. 2012년에서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서는 투우 금지법을 통과시켰고,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프랑스, 포르투갈, 콜롬비아 등의 일부 도시에서도 투우 경기를 금지하는 등 점차 투우 경기를 금지하는 지역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출처 : Oscar Del Pozo/AFP




소싸움 축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좋아하고 즐기지만, 축제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오해하거나 제한적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번번이 있습니다. 축제를 ‘관광효과를 통한 경제 활성화의 도구’로 생각하거나, ‘축제의 성과를 방문객 수와 매출액 중심으로 한정’한다거나, 축제를 ‘단순히 즐기고 소비만 하는 이벤트’로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는 축제가 가진 더 큰 의미와 가치, 가능성을 제한해 버리는 효과를 만듭니다. 축제의 본질은 ‘참여를 통한 공동체의 회복과 사회적 치유’에 있습니다. 축제를 통해 경험하는 강력한 일탈성은 사회나 개인의 갈등에 대한 정서적 치유 기제가 되며, 일상적 삶의 회복을 위한 동력이 됩니다. 또한 공통의 경험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일상을 변화시키며, 문화적 동질감을 통한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축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 축제를 통해 경험되는 행위에 대한 의미,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것들은 경제적 효과나 지역의 이미지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만약 축제의 경험이 누군가의 생명을 괴롭히고 착취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과 고통, 트라우마가 된다면? 축제의 철학이 생명, 평화와 같이 우리사회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과 부딪친다면? 이러한 축제는 중단되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소싸움 축제는 과거부터 이어져 오던 오랜 문화이며 전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전통은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닙니다. 전통은 현재 우리의 생각과 삶의 모습이 끊임없이 부딪치고 변화해나가는 살아있는 문화입니다. 


지난달에는 제주 지역의 오랜 전통 축제인 ‘제주 들불축제’에서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를 취소하였습니다. 산불 확대의 위험도 있었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시민의식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어쩌면 소싸움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소싸움 축제가 생명을 존중하고, 사행산업 중심이 아닌 지역주민의 삶이 우선되는 축제로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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