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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Jun 07. 2023

흔들이슈 No.15 _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무엇이



흔들리는 정세 속에서 문화사회를 상상하는 활동가들이 주목하는 이달의 이슈브리핑

2023년 5월 호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무엇이 문제인가?>


[목차]

1.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 발표

2.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어떻게 봐야 하나?

3. 서울은 공연장이 부족한 도시인가?

4. 제2세종문화회관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 발표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에서 서울 여의도공원에 들어설 제2세종문화회관의 모습 조감도(출처 : 서울시)



지난 3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오 시장은 여의도공원 재구조화 사업의 비전을 공유하며, “용산과 연계하여 국제금융·업무 중심지로 발돋움한 여의도의 위상 변화에 발맞춰 동·서로 단절되고 휴식·산책 등 단순 근린공원 기능에 머물던 여의도공원을 세계적인 도심문화공원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여의도 공원 내에  수변 문화랜드마크로서  ‘제2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2 세종문화회관은 원래 문래동에 위치한 20여 년간 방치된 4천평 규모의 옛 방림방적 공장 부지에 설립될 계획이었으나, 서울시의 이번 발표로 인해 여의도공원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서울시는 ▴구유지 무상사용의 문제 ▴협소한 규모의 문제 ▴지역을 위한 문화예술시설 부족 문제 등을 장소 변경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내의 넓은 시유지에 세종문화회관 명성에 맞는 장소를 찾던 중에 여의도 공원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기존 문래동 구유지의 대지가 협소했다는 점을 반영하여, 기존 계획 대비 약 1.8배 규모(연면적 기준)로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내부 시설을 살펴보면 2,0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400석 규모의 소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의도 공원 재구조화 기본계획 방향 배치도 (출처 : 서울시)


서울시는 “여의도 공원이 중심 지역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과 단절되어 공원 접근성이 부족한 상태로 동-서 여의도의 단절을 유발하여 여의도의 공간적 위상 저하를 초래하고 있어 도심문화공원으로의 재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제2세종문화회관을 한강 수변 측과 연결시킴으로써, 여의도를 상징하는 수변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어떻게 봐야 하나?



목적도 방향도 없는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서울시는 제2세종문화회관의 건립 이유로 여의도·영등포가 위치한 서남권 지역의 공연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의 3대 도심 중 서울 도심의 ‘세종문화회관’, 강남 도심의 ‘예술의전당’에 비해 여의도 도심을 상징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연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들임으로써 3도심에 균등하게 공연장이 위치하게 되어 문화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서울의 3대 도심이라는 개념이 이미 지역 간의 계층화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 균형과는 거리가 멉니다.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된 ‘3대 도심’은 미래성장거점으로 기존 중심지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이를 통해 도시경쟁력을 갖겠다는 개발주의적 방식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쉽사리 동의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3대 도심은 단순히 지역 간 계층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도심 간의 차별성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3도심에 비슷한 대형 공연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서울시 3대도심 전략 (출처 : 2040서울도시기본계획)



그렇다고 제2세종문화회관만의 특별한 방향성이나 특성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시가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함부르크의 하펜시티(Hafen City) 프로젝트와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도 제2세종문화회관의 사례와 잘 맞지 않습니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20세기 초 세워진 함부르크의 대규모 화물창고 단지인 슈파이셔슈타트(Spdichestadt) 지역에서 진행되는 대표적인 도시재생의 사례입니다. 엘프필하모니도 옛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 한 건물로 새로 건축을 해야 하는 제2세종문화회관과 다릅니다. 또한 여의도 지역은 낙후된 지역도 아니며, 강을 따라 공원이 있는 한강의 사례와도 맞지 않습니다. 


이렇게 맞지도 않는 해외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오세훈 시장의 스타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사실상 제2세종문화회관의 특징은 수변에 지어지는 랜드마크라는 것 외에는 전혀 없습니다. 여의도와 영등포 지역의 특징은 어떠한지, 지역주민들은 어떠한 문화시설을 원하는지, 공연장의 특징과 어떠한 장르를 전문적으로 다루게 될 것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일단 짓고 나서 활용방법을 계획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전시성 토건 사업,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또 하나의 문제점은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한강 수변 공간을 휴식과 문화예술 중심의 여가 공간으로 재편하는 개발계획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여가와 문화예술로 위장한 한강 일대의 토건 개발 사업에 가깝습니다. 사실상 오세훈 1,2기 시절 ‘한강 르네상스’의 재탕에 가깝습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실패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에 대해 오히려 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으며,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한강 르네상스와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미 실패가 예견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2세종문화회관 외에도 국제여객터미널 서울항, 초대형 관람차 서울링, 잠실 곤돌라, 수상 산책로와 보행교 등 하나같이 예산 낭비, 환경파괴, 난개발 등의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직 실체도 없는 제2세종문화회관이 어떠한 공공성과 문화적 가치, 친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내용들을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주요사업 (출처 : 연합뉴스)





여의도공원 위에 지어지는 제2세종문화회관


마지막 이유는 굳이 여의도공원 부지에 제2세종문화회관이 지어져야 하는가입니다. 이미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제2세종문화회관으로 인해 여의도공원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의도공원 내 5,000여 그루의 나무가 있는 ‘한국 전통의 숲’ 부지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서울처럼 녹지가 부족한 도시에 그나마 있는 녹지공간 마저 없애려는 이번 서울시의 행보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습니다.  


[서울환경연합 보도자료] “공원의 위기, 숙의에 기반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도심에서 숲과 공원은 많은 기능을 합니다. 미세먼지를 저감시킬 뿐 아니라 한여름 열대야를 줄이고, 소음을 감소시키며, 휴식과 심리적 안정을 함께 제공하며, 도심에서 서식하는 동물들이 살아가는 생태적 복합공간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의 도시숲(10년생)은 연간 평균 6.9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숲을 파괴하고 지어지는 문화시설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은 공연장이 부족한 도시인가?



그렇다면 서울시는 과연 공연장이 부족한 도시일까요?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는 총 1,336개의 공연장이 있으며 그중 438개가 서울에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2세종문화회관과 같이 대규모 공연장으로 분류되는 1,000석 이상의 공연장은 총 82개이며, 이 중 18개가 서울에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기준) 


출처 : 서울시 https://data.seoul.go.kr/dataList/164/S/2/datasetView.do



서울은 인구가 천만이 넘는 대도시이지만, 대규모 공연장이 18개가 된다는 것은 서울시가 결코 공연장이 부족한 도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서울연구원에서 2016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서울의 문화시설 증감률을 조사했는데, 공공도서관(104.5%) 다음으로 공연장(76.2%)의 증감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1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이후 개관한 공연장은 서울시 181개로 가장 많았고, 비율로 살펴봐도 53.2%로 서울이 가장 높았습니다. 즉, 서울은 공연장이 이미 충분한 도시고, 공연장의 증감 추세도 낮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공연장이 많으면 시민들이 문화향유를 더 잘 즐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연장 확충과 아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공연장과 공연 건수가 증가해왔음에도 서울시민의 예술 관람률은 감소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공연장의 수와 문화향유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울시 공연건수와 예술관람률




제2세종문화회관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합적인 문화시설 관리·운영 체계가 필요


이제는 단순히 공연장은 많으면 좋다는 식으로만 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공연장을 잘 짓는 것만큼이나 잘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크게 많이 짓는 것보다 적절하게 짓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빈 공간이 있어서’, ‘우리 집 근처에 공연장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와 같은 이유로 공연장을 짓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으며, 문화예술 생태계적 관점에서도 도시 성장의 관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화시설의 설치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문화시설의 확충은 그때그때 요구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충분한 조사와 검토가 없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시설이 중복되거나 비효율적 운영하게 되기도 합니다. 즉, 서울의 문화시설 현황과 여건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시민의 요구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통합적인 마스터플랜과 통합적 행정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문화시설 확충과 관리 기준을 제시하고, 서울시의 문화시설에 대한 정책적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시설 건립보다는 운영 체계와 콘텐츠가 우선


공연장과 같은 문화시설은 건립 과정만큼이나 운영하고 공연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과정에도 많은 노력과 예산이 필요합니다. 조명, 음향 등 설비 비용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꾸준히 필요합니다. 또한, 공연장 환경 및 인근 지역을 고려한 공연장 운영 계획에 이에 맞는 콘텐츠 전략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 드는 전문 인력의 육성 관리, 안정적 콘텐츠 제작을 위한 창작 지원 전략,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등도 문화시설 운영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하지만, 시설 건립 과정에 비해 이러한 운영 체계와 콘텐츠 전략에서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공공 공연장이 안정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콘텐츠 전략의 실패, 시설 노후화 등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게다가 민간 공연장이 늘게 되면서 무분별한 공공 공연장 건립은 공연 시장에 혼란을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생활권 문화시설의 확대에 집중 


이미 세계적으로도 거대한 문화시설보다는 도시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높이고 시민의 문화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생활권 단위의 문화시설이 주목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특히, 문화시설에 대한 역할도 기존의 창작과 발표(유통) 중심에서 지역주민과의 교류, 교육을 통한 시민의 문화적 역량 강화, 문화거버넌스의 현장으로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2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대규모 공연장보다는 다소 규모 면에서는 작더라도 지역과 시민의 특성에 맞는 문화공간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거대한 문화시설이 지역의 문화를 상징하고, 지역주민의 문화적 역량 증대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제는 문화시설의 건립 과정에 문화적, 지역적, 도시적 관점과 같은 다양한 맥락에서 검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3년의 서울시에게 과연 제2 세종문화회관은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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