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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May 15. 2023

파견라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희망텐트촌의 추운겨울!

<쌍용자동차>는 이제 사라진 이름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22년 8월 KG그룹이 인수하면서 <KG모빌리티>로 이름을 변경했다. 우리는 긴 시간 투쟁과 동지의 죽음을 가슴에 담고 공장으로 돌아간 쌍용자동차 동지들을 기억한다. 누군가는 트라우마와 싸우고 또 누군가는 정년이 지나버렸다. 그리고 투쟁은 끝나도 끝난것이 아니었다. 쌍용자동차 동지들은 지금도 국가손배라는 어이없는 가압류와 싸우고 있다.


동지들의 투쟁속에 문화활동가의 역할로 함께했던 기억을 소환하여 총5회의 연재글을 매주 나누어 올리려고한다. 


파견라떼 쌍용차이야기 시작!

              

눈이 참 많은 겨울이었다. 한진중공업으로 달리던 희망버스는 309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정비 중이었다. 2009년 무더운 여름 옥쇄파업을 시작으로 투쟁을 이어가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간절했다. 공장 옥상에서 굴뚝 위에서 흠씬 두드려 맞고 짓눌려져 땅으로 내려온 지 벌써 3년이 다됐다. 희망버스가 처음 출발할 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말했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연대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1년여 동안 희망버스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뿐 아니라 이 땅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작은 불씨가 되었다. 이 불씨를 지피기 위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희망텐트촌을 만들고 평택공장 앞 무기한 텐트 농성을 하기로 했다.   

   

2011년 12월 23일 죽음의 공장을 희망의 공장으로 쌍용차 공장을 포위하자는 구호아래 희망텐트촌 1차 포위의 날을 선포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이었다. 필자는 여러 가지 기획으로 바빴고 파견미술팀과 함께 텐트에 그림 그리는 것과 공장 앞으로 연대와 줄 사람들을 위한 상징물을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민이 많았다. 크리스마스... 그럼 트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반적이지 않으면서 우리 주장을 보여줄 수 있는 ‘희망트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하고 그동안 기억을 바탕으로 트리의 형태와 재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지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트리가 보였다. 홍대 거리에 설치되었다는 멋진 트리. 재활용병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나왔다. 누가 만들었지? 바로 이건데. 설치 작가를 찾아봤다. 신주욱. 아 다행이다. 아는 작가였다.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신주욱은 2009년 용산참사 현장 레아갤러리 전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했고 홍대 쪽에 설치된 작품과 같은 작품으로 평택공장 앞에 만들어 줄 수 있는지도 물어봤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흔쾌히 만들어 보겠다고 했고 혼자는 어려우니 노동자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동자들과 함께라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늘 현장에서 원하던 방식이다.    

 

그리고 준비물이 필요했다. 녹색 막걸리 빈병을 모아야했다. 1000개 정도 모았던 거 같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동네 재활용센터에 연락하고, 고물상도 돌아다녔지만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날부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막걸리만 마셨다고 한다. 막걸리 병을 모은 뒤 라벨을 떼어내고 깨끗하게 물로 목욕을 시키는 일은 한겨울 손이 갈라지고 얼어 터져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무를 자르고 틀을 만들고 녹색 망사 천으로 둘러 빈병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고 중앙 빈 공간에 천을 붙인 뒤 “함께 살자” 라고 썼다. 신주욱의 귀여운 글씨가 멋지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크리스마스트리답게 꼬마전구를 달아 점등했다. 이제 희망텐트촌에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 기분이었다.   

 

                                

12월 23일 흰 눈이 펑펑 내린다. 공장 앞 도로에는 무대가 만들어졌고 그 주변으로 작은 텐트들이 펼쳐진다. 이윤엽 판화가는 꽁꽁 언 물감을 녹이고 있다. 붓질 한 번에 바로 물감이 얼어 버린다. 다시 칠하고 또 칠한다. 텐트 한 동 한 동 숫자를 쓰고 텐트별로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다. 공장으로 돌아가자. 비정규직 없는 세상.  


                

1차 포위의 날 <와락 크리스마스>의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무대 위에는 산타 복장을 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노래를 한다.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어주길 바란다. 산타의 선물이 모두의 마음에 다가오는 밤이었다. 침낭을 들고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안경에 서리가 찬다. 코에서는 하얀 바람이 나온다. 밤사이 얼어 죽지는 않겠지. 걱정이다. 아침이 밝았다. 누군가 소주병으로 만든 앙증맞은 눈사람이 보인다.     


2012년 1월 13일 2차 포위의 날, 우리는 폭죽을 터트렸다. 벌꿀이 되어 연대한 이들에게 꿀을 모아 달라고 외쳤다. 곧 다가올 투쟁 1000일. 1000일간의 싸움 속에 무수히도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다. 19명의 죽음이후 더 이상의 죽음은 없어야한다. 공장으로 꼭 돌아가자!    


  

희망텐트촌이후 노동자들은 힘을 모아보기로 했다. 거리에서 투쟁하는 모두 함께 서로가 서로를 연대하는 길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희망발걸음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노동자들은 뚜벅이가 되어 2012년 1월 28일 재능교육 1,500일을 함께하고, 1월 30일부터 2월 11일까지 재능에서 쌍용자동차까지 정리해고 비정규직 사업장이 함께 걷는 일정이다. 2월15일은 쌍용자동차 투쟁 1000일이 되는 날이다.      


희망발걸음은 두 팀으로 나누어 움직였다. 한 팀은 희망 뚜벅이 팀, 다른 한 팀은 희망의 소금꽃 나무열매팀이다. 나무열매팀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전국을 돌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고 소원종이에 글을 받아오기로 했다. 받아온 소원지는 희망열매라는 바구니에 담아 나무에 걸고 희망발걸음 마지막 날 열매를 터트려 전국의 노동자들이 보내온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상징의식을 하기로 했다. 파견미술팀이 할 일이 많아졌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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