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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Mar 31. 2021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도>의‘가려진’,‘다양한’쟁점

-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법제도 수립만이 능사일까?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도>(이하 ‘물납제’)는 문화재와 미술품으로 상속세, 재산세 등을 납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문화재와 미술품 관련 조세 제도는 1990년 미술품 양도소득세 논쟁부터 오늘날 ‘물납제’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세 가지 상황을 통해 ‘물납제’가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 5월 간송미술관이 재정난 해소와 거액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지정 보물 2점을 경매에 내놓게 되었다는 배경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다른 하나는, 올해 3월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 시한과 맞물려 ‘이건희 회장 컬렉션’의 감정 의뢰 소식이 전해지며 예술품의 매각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통해서다. 마지막으로는 ‘물납제’관련 법률의 개정안에 의해서다. 위 세 가지 상황에 의해 언론을 통해 ‘드러난’ 물납제 자체의 쟁점들과, 드러난 쟁점만큼이나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가려진’, ‘다양한’ 현실적 쟁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드러난 쟁점_‘물납제’ 도입의 필요성과 효과

‘물납제’에 대한 대중화 된 쟁점은 크게 필요성과 효과 측면이다. 필요성의 지배적인 입장은 개인 소장 문화재와 미술품이 상속의 과정에서 처분되고 일부는 해외로 유출되는 등 문화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에, 물납제를 통해 국가가 다량의 작품을 확보하여 문화유산의 해외 이·반출을 방지하고 보존하자는 데 있다. 이에 대한 유보적 입장도 존재한다. 세금을 내지 않고 문화자산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와 실제 가치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문화재와 미술품의 공공적 필요성과 고려사항이 언급되는 가운데 ‘물납제’가 (1)시장에 미칠 영향과 (2)국민 문화향유 증진이라는 효과 측면의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효과 측면의 두 경우는 ‘물납제’를 접근하는 관점이 상이하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시장 즉 화랑·옥션·투자자 등의 경우 ‘물납 대상(문화재와 미술품)이 시장에서 거래될 것이라는 전제와 현금화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현금화 가능성이 존재하는 물납 대상은 대부분 고가일 확률이 높은데 (1)조세 차원의 관점에서 이와 같은 가격의 평가는 가치의 평가와 동일시 될 수밖에 없는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물납 대상의 보호 및 국민 문화향유 증진의 경우에서 본다면, 물납 과정에서 ‘물납 대상의 선정과 물납 이후 처분 방법’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 결정 사항의 전제는 ‘문화재의 보호와 문화향유 증진의 가치가 공익적 가치에 기반’ 한다는 것이고 이는 (2)공공재와 공유재 중심의 관점에서 물납의 대상을 문화유산으로서 국가가 확보해야한다는 취지로 귀결된다.


#가려진 쟁점_‘물납제’에 앞서 고려가 필요한 지점들

앞서 쟁점들만큼이나, ‘물납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현실적 쟁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와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첫 번째, 과세를 물납으로 납부하는 만큼 물납 대상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가치 평가 시스템이 마련 돼야 한다. 문화재와 미술품은 목적과 성격, 의도 등 문화적·역사적·학술적 가치에 따라 달라지는데 사실상 정부 체계 안에 이를 고려한 가치 평가 시스템이 미비하다. 물납 대상은 공공재와 공유재 중심의 관점에서 공익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전제하에, 시장 가격(시세) 중심의 가격 평가만을 물납 대상의 가치 평가 방법이라고 한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물납 대상의 (가격 중심의 가치가 아닌)가치에 대한 제고와 이를 뒷받침해줄 평가 시스템이 마련 돼야 한다. 또한 미술품 유통 및 거래 등과 같이 ‘물납제’와 유관한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유통 및 거래의 맥락에서는 평가 시스템 못지않게, 해당 문화재와 미술품이 어떤 이력과 경로를 통해 현재 위치에 놓이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이력현황’을 관리하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두 번째, ‘물납제’를 통해 공익적 자산이 된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관리·운영 체계 마련 및 계획이 필요하다. 세금으로 납부한 문화재와 미술품이 또 다시 판매되거나 처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같이 문화유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귀속 시키는 등. 납부 이후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의 소장품 보존 및 관리’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명문화 되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결국 ‘물납제’가 제도화되어 시행될 경우, 물납 대상들은 앞서 언급한대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국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한정하여 소장·보관·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문화재와 미술품 자체의 기본 관리를 포함하여, 관리를 수행하는 전문 인력(레지스트라_소장품 관리원 등)의 양성과 현장 투입 그리고 구체적인 관리·운영 계획에 부합하는 예산 배정까지의 전반에 대한 점검과 체계, 운영 계획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박물관 및 미술관 운영 전반의 점검이나 전문 인력 부족 등과 같은 현실적 문제의 검토는 뒤로한 채 문화 향유권 확대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박물관과 미술관을 설립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설립 자체도 필요할 수 있겠지만 설립과 함께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관리·운영 계획’ 그리고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관리·운영 계획’ 과도 연동해야 한다. (시설이나 소장품 관리·운영 차원에서 수장고 활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오늘날 박물관 및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의 확장성 맥락에서, 수장고에 대한 개념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이브 형태의 수집·보존의 영역을 넘어, 소장품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는 방식의 개방과 공유 관점에서 수장고 활용안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쟁점_‘물납제’를 둘러싼 다층적인 현안

상술한 바와 같이 ‘물납제’는 도입 여부를 찬성과 반대로 이분화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물납제’가 세금 납부의 편의를 위해서인지, 국민의 문화적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지, 문화유산의 공적인 확보인지 등에 따라 현실 조건을 고려하여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 과정이 달라야 한다. 이를테면, ‘물납제’와 관련하여 현재 2개의 법률안이 제안된 상태인데 하나는 <문화재보호법>차원의 일부개정 법률안이고 다른 하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차원의 일부개정 법률안이다. 두 개정안이 근간하는 법은 다르지만, 국가적으로 미술품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함이라는 유사한 개정 배경이 존재함에 따라 어떤 법안이 ‘물납제’ 시행에 있어 실효성이 있는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제도화는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킨다. 특정 집단이나 이해 당사자들 중심의 논의를 포함하여 ‘물납제’가 가지는 사회적 의의와 기대효과에 대해 지금보다 심도 있는 내용을 도출해야 한다. ‘물납제’가 법적, 윤리적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실질적인 시장 논리 반영도 이뤄낸다면 효용성은 배가될 것이다.


그 외에도 ‘물납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쟁점을 등장시킬 수 있다. 예컨데, 물납 문화재와 미술품이라는 것은 결국 인지도와 유명세를 전제하게 된다. 그렇기에 문화·예술계 진입 기간이 짧은 젊은 문화·예술인이나 신진 문화·예술인의 작품의 물납 가능성은 낮을 수 있으며 이는 곧, 문화·예술인의 창작 및 생활환경 실태와도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문화재와 미술품 ‘컬렉션’의 개념 및 성격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이해도와 관심은 어떠한지 살펴봐야 한다. ‘컬렉션’에 대해 크게는 사적 소유를 통한 부의 재생산 측면이라는 소위 재테크 수단으로의 관점과 다른 한편으론, 개인에 의해 보존된 문화유산이라는 문화재 측면 등으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컬렉션’ 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치재에 대한 공공성과 공공재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공공자산·공공유산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가도 주요 쟁점 중 하나 일 것이다. 이어서 수집한 물납품이 국외 작품이냐 국내 작품이냐에 따라서 국가적 차원의 보존과 지원 여부가 달라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하며 마지막으로 금융재산이 충분한 납세자가 과세로 물납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존재한다.



이처럼 ‘물납제’ 하나를 두고도 다양한 쟁점이 존재하는데, 오히려 이와 같이 다양한 쟁점이 존재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물납제’를, 문화재와 미술품의 가치를 단순 현금화하는 조세 정책을 위한 방편으로서 접근하면 문제적이라는 것이다. 작가와 작품 자체의 가치는 삭제된 상태에서, ‘유명 작가’라는 수사를 시작으로 ‘수십억, 수백억에 낙찰’됐다는 결론에만 이목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문화재와 미술품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본질적 토론과 논의가 부재함을 직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에서 “물납제가 왜 도입돼야 하는지 근본적인 출발지점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하며, 졸속 추진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논의와 연구를 병행하여 실효성 있는 제도가 수립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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