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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Feb 24. 2021

'영화 저작권'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내가 만들고 참여했으나 나의 권리는 없다?


영화 저작권 문제는 사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영화계 내에서는 모르겠으나, 아직 사회적으로 영화 저작권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OTT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콘텐츠 제공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영화 저작권과 관련한 ‘공정한 계약’ 및 ‘추가보상 청구권’ 측면에서의 논의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영화 제작 시 일체의 저작권이 제작자에게 귀속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시작된 것이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저작권 문제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다시금 불거진 것은, 그림책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2020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2004년 출간한 <구름빵>이 전세계적으로 40만 권 정도의 판매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백희나 작가에게는 작품에 대한 권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행으로 여겨지던 계약, 저작권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당시 저작권 행사 없는 일종의 하청 제작방식인 ‘매절계약’을 통해 <구름빵>이 만들어졌기 때문인데, 백희나 작가는 저작권을 찾아오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였으나 2020년 6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이 났다.


# 그렇다면, 영화는? 영화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영화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 감독? 작가? 배우? 정답은 제작자 혹은 투자자다. 현재 계약체계로는 영화를 만든 감독, 시나리오를 쓴 작가, 출연한 배우에게는 영화에 대한 권리가 전혀 없다. 현행 저작권법 제100조는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제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이른바 양도추정의 원칙을 통해 저작권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제작자의 것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제작사와 체결하는 영화의 제작 계약에는 영화제작사에 저작권을 전부 양도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고, 많은 경우 영화제작사는 저작권의 일부 혹은 전부를 다시 투자배급사에 양도하는 경우 또한 관행이다.


그렇다보니, 이른바 ‘웃픈 상황’이 여기저기서 연출된다. “TV 채널을 돌리다보면, 종종 내가 만든/출연한 영화가 상영된다. ‘어? 저 영화는 누구랑 얘기해서 트는 거지? 제작사는 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출연한 뮤직비디오를 음악영상물제작업자가 허락 없이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이 경우 저작인접권 침해에 해당하나요? 정답은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한국저작권위원회 상담시스템)” 등등.


“영화 안 찍을 때는 백수지요, 뭐”라는 영화인들의 너스레를 더 이상 너스레로 보아서는 안 된다. 거액의 연출료, 출연료를 받는 소수의 영화인들의 예를 들며 현 체계의 불가피성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영화인들에게 공정한 수익 분배의 문제는 생존의 문제다. 2020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연봉으로 환산한 연출료가 1,000만원 미만인 영화감독의 비율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저작권 문제는 당연히, 모든 영화인에 공통되는 권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음악의 경우, 수익의 분배에 있어 음원사이트나 제작사의 비중이 높고 심지어 유통사의 수익분보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 등 저작권자와 가수 등 실연자에게도 수익을 나누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반해 영화의 경우 그렇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은 영상저작자들에게 ‘포기할 수 없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영상저작물이 활용되는 시장이 갈수록 길고 복잡해지는 가운데 정작 영상저작자들이 계약상 이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CISAC는 전 세계의 현행법을 대상으로 영상저작자들의 정당한 보상을 위하 포기와 양도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보상 권리를 명문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김혜은,2020).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은 법률로써 이를 보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03년 법 개정을 통해 작가, 감독, 작곡가 등을 영화에 기여한 사람으로 명시하여 이들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였으며, 이들은 관리단체를 통해 수익을 배분받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그러한데, 2020년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는 프랑스에서 상영한 한국영화에 대한 감독의 수익을 배분받아 전달하기도 하였다.


# <저작권법 전면개정안>과 '영화 저작권' 논의의 필요성

정부에서도 <구름빵>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작권법 전면개정안>을 도종환 의원실을 통해 발의하여 국회에 상정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특히 영화저작권의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지식연구소 공방’과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에서 2021년 1월 제출한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의 내용 중 영화 저작권 관련 내용을 보면 한계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첫째, ‘저작권 계약자유의 원칙’의 폐해가 심각한 만큼 이를 ‘계약 공정의 원칙’으로 갱신할 필요가 있는데, 개정안은 ‘대가와 수익 간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에만 추가보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어 정작 ‘현저한 불균형’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의 소지만 만들었을 뿐 실질적인 보상은 어렵게 하고 있다.


둘째, 개정안 제61조에서는 영상저작물의 경우 아예 추가보상청구권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영상저작물에 관여한 창작자가 너무 많다는 논리인데, 이는 명백한 평등권 침해일 뿐이다. 창작자가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면, 불리한 입장의 창작자를 더 많이 더 두텁게 포괄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개정안은 거꾸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와 관련한 현재의 관행은 더 이상 존속되기 힘들다. 평등권 침해라는 법률적 정의의 측면에서도 그러하고, 전세계적인 추세 또한 그러하다. 아니 ‘상식’의 차원에서 또한 그렇다. 아마 영화를 보고, 즐기는 이용자들 또한 자신이 지불한 비용이 창작자에게 정당하게 돌아가기를 바랄 것이다. 사회문화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저작권법 전면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는 지금이야말로 보다 더 집중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화 저작권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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