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인권을 위한 실효성 있고 책임감 있는 한 걸음을 향해
스포츠계 인권 침해로 야기되는 성폭력·폭력 사태가 지속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해당 사태는 단순히 가해자, 개인만의 행태가 아니라 ‘성과 중심적 문화’, ‘성적 지상주의’, ‘승리 지상주의’, ‘엘리트 중심주의’라는 스포츠계의 근본적인 구조 문제와 연결된다. 종목이나 연령, 성별, 분야를 막론하고 수십 년 동안 지속 반복되고 있는 스포계의 인권유린은 ‘메달 따기’라는 성적의 명분에 가려져 있다. 성적을 위함이라는 채찍질은 지도자와 상급자, 성적이 우수한 선수 등의 권력을 강화하여 성폭력과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력으로 이어진다. 이를 용인하게 만드는 스포츠계의 위계적이고 복종적인 문화는 피해 상황을 은폐하고 축소하는데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국가인원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에서 2019년에 실시한 스포츠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5,274개 초·중·고 선수 5만 7,557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2,221명(3.8%)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그 중 초등선수는 438명이었고 중학생 선수는 1,701명, 고등학생 선수는 703명이었다고 한다. 또한 초·중·고 선수 중 언어폭력을 당한 선수는 9,035명(15.7%), 신체폭력은 8,440명(14.7%)에 달한다고 한다. 이어서 대학생 선수 4,924명의 인권실태 조사결과에서도 1,514명(31%)은 언어폭력을, 1,613명(33%)은 신체폭력을, 473명(9.6%)은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실업팀 선수도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25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언어폭력 424명(33.9%), 신체폭력 192명(15.3%), 성폭력 143명(11.4%)이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스포츠계 인권 침해 문제를 전담하는 대표적인 제도적 기구로,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스포츠윤리센터(이하 스포츠윤리센터)’가 존재하지만, 두 기구 모두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스포츠계 인권침해 및 비리를 조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 인권 전담 기관이다. 2021년 2월, 스포츠 인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차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이른바 최숙현법이 시행되면서 출석 요구, 진술 청취, 자료 등의 제출 요구권과 직권 조사권, 수사기관 신고·고발권, 공무원 파견 요청권, 피해자 임시보호시설 설치와 같은 권한과 기능이 대폭 강화되기도 하는 등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출범 직후부터 센터 내부 문제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마디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대한체육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2005년부터 스포츠계 성폭력·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선수보호위원회를 구성하고 선수고충처리센터를 개설하면서 인권 보호에 집중하는 듯 했으나, 당시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관련 예산도 적었고 실적 쌓기 업무에 급급했다. 그로부터 2021년까지 약 16년 동안 선수촌 내 상담실 개설, 온라인 스포츠인권교육, 스포츠인권 전문 인력풀 구성, 스포츠 성폭력·폭력 관련 연구 용역 등을 실시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의 인권 침해는 만연하다.(상기 국가인원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통해 충분히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스포츠계 인권 침해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사과했지만 공염불에 그쳤기 때문에 문제의 반복이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대한체육회가 사무총장 직속 정식기구로 스포츠인권실을 신설했다는 내용(2021.05.)이 언론을 통해 발표됐으나, 신설보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계 인권 보장을 위해 공공기관으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이다.
인권 침해로 인한 피해와 죽음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계 인권 침해가 정당화되는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엘리트 체육 중심의 성적(성과) 지상주의’ 시스템 근절이 필수적이며, 이미 드러난 혹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존재하는 인권 침해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이를 위해, 스포츠계 인권 보장에 대한 기본권 차원의 법제도화를 위한 노력과 스포츠계 인권 관련 전담 실행 기관으로서 피해자와 생존자들의 희생과 죽음으로부터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의 운영 정상화가 절실하다. 더욱이 스포츠계의 악습의 서사를 쇄신하지 못한 대한체육회가, 무능에 대한 책임 있는 자기비판과 성찰, 반성을 통해 스포츠계 위계문화 청산에 힘을 보태야 한다.
스포츠 현실에서 잘하고 못함을 가리는 도구적 개념으로써 협소하게 해석하는 ‘윤리’의 의미를 ‘인권’의 개념으로 확장해야한다. 이를 통해, 스포츠계의 긴급한 문제나 복잡한 상황을 보편적으로 접근하여 통합적이고 포괄적 차원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 이처럼 스포츠계에서부터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 중요하며, 스포츠계 인권 실현을 위해 기관담당자의 인권 의식을 높이는 활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17개 시도체육회, 스포츠윤리센터 등 스포츠계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담당자들부터 스포츠인권의 보장을 위한 소임을 다해야 한다.
‘엘리트 체육 중심의 성적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위계문화를 개혁하기 위한 발걸음에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우리 모두의 스포츠’로서 스포츠계의 인권을 응원하고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