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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May 26. 2021

시민력은 빙글빙글

[시민력을 찾아서 9] 성미산마을회관 뮁을 만나다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어 갑니다. 국가와 자본에 동원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변화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힘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시민들은 언제나 자기 삶의 가치를 표현하고 소통하며, 사회적 감각을 진화시키고 갈등을 해결할 잠재적인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시민자치문화센터는 <시민력을 찾아서> 프로젝트를 통해서 시민력을 위해 활동하고 협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성미산마을회관은 성미산 마을활동과 모임의 터가 되어온 공간이다. 오랫동안 성미산마을과 함께 해온 작은나무 카페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며 2018년에 새로이 자리잡은 이래, 운동회, 마을축제, 신년회 등 다양한 모임을 꾸려왔다. 

뮁은 성미산마을회관에서 올해 초부터 청년사업팀장으로 활동을 시작한 신입 활동가이자, 성미산학교를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다녔던 성미산마을의 오랜 주민이기도 하다. 뮁의 발은 성미산마을을 넘어까지 뻗친다. 마포청년들 ㅁㅁㅁ, 시셰퍼드코리아 등 여러 환경 단체나 청년 모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늘 밝은 미소로 환대해주는 뮁을 만나 시민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한아름 커피 가루를 들고 있는 활동가 뮁


성미산마을 주민, 활동가가 되다


활동가로서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동네에서 여러 활동들을 만들어왔다고 들었어요. 어디서 활동의 재미를 느끼나요?

기획 단계에서 많은 재미를 느껴왔어요. 성미산학교 다닐 때엔 무언갈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같이 할 친구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혼자서는 제 마음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예를 들어 저만의 가게를 만들고 싶어서 플리 마켓에 참여하거나, 점심시간에 쿠키나 초코우유를 만들어 판다거나, 마을우체국을 만든다거나, 공연을 만들기도 했지요. ‘같이하는 의미가 뭐가 있지, 혼자서 조그맣게 다 할 수 있는데’라며 세상 혼자 사는 듯한 느낌으로 살았달까요.

그런데 활동을 하다보니 같이 할 때 비록 시행착오도 있고 안 맞는 게 있을 수 있지만, 힘이 떨어졌을 때 서로 응원을 해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한편, 잘 안 되면 잘 안 되는 대로 같이하는 재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자발적으로 모임에 참여하고 꾸려왔는데, 이것들을 일로 하게 되었을 때 달라지는 점들이 있나요?

책임감과 돈, 두 가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일로 하게 되면 도망칠 수 없게 되죠(웃음). 원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가수하라거나 앨범을 내라는 권유를 종종 받았는데, 일로 가져갔을 때 재미가 없어질까봐 무서워서 취미로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노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하면 되는 건데, 환경을 지킨다거나 축제를 진행하는 것들은 아무래도 저로 시작해 저로 끝나는 일이 별로 없어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좋아한다는 말로만 끝났을 때 부족한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성미산마을회관에 터를 잡고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일로 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같이 하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쉬워질거란 기대도 있었기에, 큰 고민 없이 선택을 할 수 있었죠. 


성미산 마을회관에서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계신데요. ‘온동네 순환거점’에 대해 더 이야기 듣고 싶어요.

전환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세 가지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해요. 전환마을 모임 꾸리기, 전환마을 관련 강좌 및 워크숍, 그리고 온동네 순환거점 꾸리기예요. 생활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에 초점을 맞추려 하는데요. 분리배출을 해도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잖아요? 플라스틱 뚜껑, 우유팩, 아이스팩, 양파망, 크레파스 등 재활용 가능한 소재들이 순환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마을 곳곳의 방과후교실, 책방, 생협 등에서 공간을 내어 재활용 자원들을 함께 모으고 있죠.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동네에 쓰레기가 분리배출되지 않는 게 눈에 밟혀서 플라스틱 뚜껑을 주워모아, 집에서 씻고 말려서 알맹상점에 가져다주곤 했어요. 이걸 동네에서 혼자하다가 힘에 부칠 때쯤, 함박눈이라는 분이 '우유팩을 같이 모을 사람을 모집합니다'라고 공지해둔 걸 보고 함께 화목일프로젝트라는 걸 만들었어요. 마을회관에 들어와서 일을 하다보니, 전환마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길래 화목일프로젝트와 연결해서 온동네 순환거점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직업으로서의 활동가, 정체성으로서의 활동가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어떻게 살고 싶다는 건 분명한데, 어떤 걸 하고 싶다는 건 분명하지 않아요. 예컨대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살고 싶다거나, 영웅이 될 순 없지만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이들을 지키며 살 수 있다면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데에 적합한 게 활동가잖아요? 저는 재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운이 좋게 지키고 싶다거나 하고 싶다고 하는 것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 연결이 되어요. 그래서 활동가라는 직업으로 계속 살지 않을까 해요.


화목일프로젝트에서 동네의 쓰레기를 모으는 뮁과 참여자




활동가, 성미산마을을 말하다


저는 서울 지역 출신이 아니라 그런지, 주민으로서 정체성을 가져본 적이 많지 않아요. 제가 사는 지역이란 잠을 자는 공간이었지 동네 친구들을 만나는 공간은 아니었어요. 뮁님의 경우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이 활동에서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점에서 주민으로서 정체성을 더 가지게 되셨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름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사는 동네도 성미산 마을이란 이름이 있는 공간이 있고, 거기에 있는 성미산학교라는 이름이 붙여진 학교를 다니고, 거기에 있는 사람들과 아는 사이다 보니까 공동체성이나 주민성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듭니다.

성미산학교를 졸업하며 동네에 아는 얼굴이 많았던 게 시작인 것 같아요. 대안학교의 주입식 교육일 수도 있지만(웃음), 마을이 학교다는 게 성미산학교의 모토였는데 실제로 그렇게 동네에서 살아왔어요. 동네에서 기타를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마을 음악 선생님이기도 했는데, 그 선생님이 활동하는 공간 릴라와 함께 작은나무 앞에서 버스킹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동네에서 산다는 느낌을 항상 갖게 되었어요.



성미산마을이 공동체성을 잃지 않고 계속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내고 있기에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되살림 가게만 해도 자원활동으로 운영되고, 돈을 받는 분들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돈을 받으면서 해야하는 일이라 돈을 받지 못하는 게 불만스럽다가도, 지금까지 성미산 마을이 굴러올 수 있었던 건 그렇게 마음을 내고 함께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데 이렇게만 유지되면 굶어죽겠죠(웃음).



'성미산스러움'이란 말이 있다고 들었어요. 공동체성, 시민성 등 좋은 의미를 비롯해 무언가 바깥 사람에게 턱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성미산스러움이 무엇인지 설명하긴 힘들지만, 무언가 분명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성미산마을 사람들 말고도 주변에 사는 청년들이 함께 하거나 비슷한 생각이 있으면 열려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턱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저는 운이 좋게 성미산마을에 잘 맞는 사람인 거 같아요. 그래서 성미산학교를 졸업하고 마을에 살고 있지만, 많은 청년들이 졸업 후 대학에 가거나 다른 곳에서 길을 찾으며 모험을 하고 있어요. 성미산마을에는 공동육아와 교육에 관심이 있어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 아이들이 자라서 지금 청년이 되었지만 그들은 마을에서의 역할이나 공간이 마땅하지 않아요. 

학교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졸업 후 대안대학을 다니며 떨어져서 보니 마을을 새로운 시야로 보게 되었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성미산마을이 완벽하거나 맞지는 않을 거에요. 그래도 저는 마을에서 계속 지내고 싶어요. 왜냐하면 성미산마을은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시도 할 수 있는곳이고, 제가 어떠한 시도를 하거나 활동을 할 때 함께하고 응원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성미산마을 주변에도 다양한 청년들이 있어요. 그들에게도 마을이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고 싶어요.




성미산 안과 밖의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먼저 청년축제를 준비하고 있어요. 청년축제는 컨셉으로 올해 3회차가 되었어요. 마을회관에서 1,2회 청년축제를 진행할 때 기획팀에 들어가 준비를 함께 했어요. 마음과 시간을 내서 진행했었고, 저한텐 보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기 때문에 마을회관에 들어올 때도 기대가 컸어요. 올해는 '청년예술축제'를 준비 중이에요. 

그리고 소소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다음주에 2회차가 되는데, 각자 취미와 고민을 나누는 청년네트워크 모임입니다. 예전에도 마을회관에서 소소모임, 소소식탁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벽을 느끼지 않고 성미산 마을에 들어와서 참여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마을성을 띄거나 성미산마을 같은 것 말고,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게 제 목표였어요. 1회차엔 ‘꽃을 보긴 했는데’라는 주제로 봄에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나누었어요. 이번엔 이끼모임이라고, 이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끼에 대해 이야기나눌 거 같아요.

그리고 성인식이 있어요. 아이들이 성인이 된 것을 환영하고 축하하는 자리로 만들었었는데 이를 거쳐온 제 입장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성인이 되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볼 수 있어서 좋지만요, 대안학교를 졸업한 성미산 학교 학생 대다수는 대학을 가야하는지 다른 길을 찾아야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선배들의 사례도 많지도 않아 힘들었어요. 내가 이 길을 선택하는 게 괜찮을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요, 이번 성인식에서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부모님 세대 말고 청년들의 경험이나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참, 골목정원 가꾸기, 운동회, 마을아카데미 등도 준비하고 있어요. 마을에 대해 알아가는 마을 강좌, 몸이나 건강 등 마을 사람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작은 강좌, 그리고 청년 대상으로 하는 청년 강좌 등을 진행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뮁에게 시민력은 무엇인가요?

시민력이라는 단어를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가, 이번 인터뷰 제안을 받고 시민력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시민력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제일 먼저 떠올렸던 건, 도덕성이었어요. 재미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인권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있는 이유가 도덕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의 만족감이 저를 움직이게 해요.


제게 시민력이란 빙글빙글입니다. 남에게 이롭거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이를 먹고 제가 자라고 제게도 도움이 되고 이들이 반복되잖아요. 그래서 시민력은 빙글빙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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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6. 박이현, 시민자치문화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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