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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Dec 01. 2020

시민력은 공유지다

[시민력을 찾아서⑧] 마포청년들 ㅁㅁㅁ를 만나다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어 갑니다. 국가와 자본에 동원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변화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힘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시민들은 언제나 자기 삶의 가치를 표현하고 소통하며, 사회적 감각을 진화시키고 갈등을 해결할 잠재적인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시민자치문화센터는 <시민력을 찾아서> 프로젝트를 통해서 시민력을 위해 활동하고 협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마포청년들 ㅁㅁㅁ는 서울 마포 지역에서 어떻게 하면 오래 거주하고 생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청년들이 2018년에 중순에 결성한 청년 단체다. ㅁㅁㅁ는 “먹고 마시고 모이자” 혹은 ‘마포에서 먹고 마시자’라는 뜻인데, 놀랍게도 고유번호증에 공식적으로 기재된 이름이다.


마을의 공유지 역할을 하는 당인리교회에서 ㅁㅁㅁ의 운영위원 3인을 만났다. 이들이 마포에서 마음편히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넓히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지역'과 ‘청년'을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왼쪽부터 마포청년들 ㅁㅁㅁ 운영위원 스카,미어캣, 치리



각자 마포청년들 ㅁㅁㅁ 안과 밖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시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스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당인리교회에서 담임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고, 독립연구자다. 생계를 위해 세네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다. ㅁㅁㅁ에선 재능나눔팀, 포틀럭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역 내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을 위한 시민패널단을 비롯해 녹색당 활동을 하고 있다.


미어캣  ㅁㅁㅁ에서 재능나눔팀, 체육대회팀, 미디어팀에 속해있고,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밖에선 다양한 단체에서 환경, 페미니즘, 커먼즈 등을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


치리  체육대회팀에서 주로 활동했고, 미디어팀에도 속해있으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하고 있고, 옆의 두 분과 함께 마포녹색당 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2018년에 마포청년들 ㅁㅁㅁ가 결성하게 된 이후, 서로 다른 시점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각자 어떤 계기로 합류하게 되었나?

스카  평소 알고 지내던 ㅁㅁㅁ의 대표 우야가 합류를 제안했다. 나는 이 지역 토박이로, 30년 넘게 이 동네 살다가 대학 때 잠깐 타 지역에 살았다. 월세와 전세가 싼 곳으로 밀려나던 와중, 밀려나는 삶을 그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래 정착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뿌리내리고 살고 싶다는 생각에, 3년 전부터 본가가 있는 마포로 돌아와 살고 있다. 돌아와 보니 어릴 때의 마을공동체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박살이 나 있더라.


치리  나 역시 다른 멤버들처럼, 우야의 초대로 함께 하게 되었다. 평소 지역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기에, 바로 수락했다.


미어캣  경의선공유지에서 활동을 하던 와중, 치리의 권유로 함께하게 되었다. 처음엔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고 있다(웃음). 4년 동안 경의선 공유지 활동을 해오다 공유지가 철거되어 활동 공간이 사라지고선 돌아보니, 그간 공유지 안에만 있었고 지역활동은 전혀 안 했구나 싶더라.




디자이너, 사업가, 자영업자, 유튜버, 예술가, 환경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

미어캣  마포 지역이 문화적 다양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홍대를 중심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이들 거주하고 있다.


스카  ㅁㅁㅁ 구성원 역시 활동가, 예술가, 프리랜서 직군이 많다. 한편, 이 지역을 단순한 베드타운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살아갈 곳이라고 생각을 하기 시작한 청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점이 바뀌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3년 전에 비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이야기모임, 운동회, 바자회, 소셜다이닝 등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스카  다들 본인이 소속된 단체에서 기획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웃음).



올해로 벌써 3회째를 맞이한 마포구민체육대회 포스터



하나의 아이디어가 실제 실행되기까지, 어떤 의사결정 구조를 거치는지 궁금하다.

미어캣  누군가의 최종 승인은 없다. 최근 진행한 체육대회 역시 체육대회 팀이 결정하고, 운영위 방에 내용을 공유했다. 


스카  누가 무얼 하자고 제안하면, 나도 할래라며 사람들이 합류하며 금방 유닛이 만들어진다.


치리  이런 식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이유를 나중에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웃음). 체육대회 역시 그랬는데 예산이 필요하다 보니 지역 단체에 함께하자고 연락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처음에 의도하지 않았던 마포지역 내 네트워킹이란 이유가 생겼다.




따로 운영이나 회계를 전담하는 상근활동가 없이, 각자 별도로 생계를 해결하며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 오는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가?

스카  자원활동만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라면 비슷하겠지만, 지역활동과 생계가 부딪혔을 때 지역활동이 뒤로 밀리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상근활동가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꾸준히 일이 진행되었을 텐데, 계획은 했지만 못 모이게 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우리도 조직화와 규모화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다른 데처럼 법인도 만들고 상근활동가도 두며 어떤 공간을 위탁을 받아 운영을 하게 된다면, 불안정한 프리랜서들의 삶에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하지만 그런데 지금처럼 느슨하고 자유롭게, 재미를 위한 일로서 지역 활동이 남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더 크다. 


치리  ㅁㅁㅁ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주로 활동가이다 보니 생기는 특징도 있다. 활동가의 일이라는 게, 때에 따라 엄청나게 몰리지 않나? 그런 시기엔 활동이 주춤하다. 한편, 기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역시 선수들이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일들을 잘한다는 장점이 있다. 회의하다 보면, 이미 한 명은 포스터를 만들고 있을 정도니(웃음).




당인리 교회 이외에,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다면 소개하달라.

스카  예전에 마포 지역에 청년 공간들을 조사한 바 있다. 성미산마을 공간을 비롯해, 홍우주사회협동조합 등 20개 정도 되더라. 그 중엔 관에서 조성한 청년공간들도 있다. 각 방마다 유튜브 촬영을 위한 촬영 장비나 재봉틀, IT 관련 집기 등 비싼 집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왠지 잘 안 가게 된다.


치리  청년공간들 역시 청년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만들었을 텐데… 예전엔 경의선공유지가 맘 편히 찾을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사라져서 아쉽다.


미어캣  사실 맘 편히 갈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손과 얼굴이 대표적이다. 문화예술인이 자주 가는 펍인데, ㅁㅁㅁ 운영위원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지하소문이라는 공간도 자주 간다. 모임 대관도 해주고,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포지역 시민사회에서 마포청년들 ㅁㅁㅁ는 어떤 기대를 받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미어캣  젊은 피!


스카 지난 몇 년간 마포 시민사회의 활력이었다(웃음). 오래 지역활동하던 활동가를 만나면 그런 소리를 자주 들었다. 한편,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여러 장소에 초대받는다거나 지원서를 작성하다보면, 가끔 ‘청년스러움’을 요구받는다는 기분이다. 지역활동에서도 청년에게 할당된 사회적 자원이 한정적이라, 이를 쓰기 위해 그들의 언어로 맞추어야할 때가 있다.


이럴때마다 우리는 어떻게하면 정체성의 침해를 받지 않고, 전략적으로 우리의 공간과 네트워크를 만들어갈지 고민하게 된다. 공유성북원탁회의 등 성북에서도 공유지를 만들려는 시도들이 활발하다. 마포에서도 시민자산화하는 팀이 있다. 최근 돈을 모아 빌딩을 하나 샀다. 내년엔 마포구 안에 공유지를 조성하는 일에 힘쓰려 한다. 


치리  가끔 ㅁㅁㅁ가 기존 시민사회네트워크에 속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올해 우야가 모두마포의 운영위원장이 되며,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마포청년들 ㅁㅁㅁ는 지역활동과 지역정치에도 힘쓰고 있다


ㅁㅁㅁ에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리더쉽은 무엇인가?

치리  많은 분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동안 대표의 역할이 컸다. 어떻게 하면 이 역할을 분산하여 함께 놀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단순히 체계를 잡자고 말하긴 힘들다. 다른 청년단체에서도 넥스트 리더쉽에 대해 고민하고 있더라.


스카  특히 동네의 청년 네트워크에서, 안 바쁜 리더를 보고 싶다. 다들 내가 힘들 때 연락해서 같이 밥 먹고 술 한잔하며 이야기나눌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다들 너무 바빠서, 행사가 있어야 만날 수 있다. 보고 싶은 그 순간에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사실 리더 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가도 상호돌봄에 시간을 더 쓸 수 있어야 한다.


미어캣  이상적인 얘기 같다. 리더는 그만큼 열정이 있고 욕심이 있기 때문에 바쁠 수 밖에 없다. 나는 여러 명이 리더쉽을 나누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리더쉽을 갖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조직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치리  맞다, 청년들은 바쁠 수 밖에 없다. 불안하니까, 불안함을 바쁨으로 채우고 있다. 한편, 내게 ㅁㅁㅁ는 지역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ㅁㅁㅁ가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 각자 활동의 이유를 찾아주는 리더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포청년들 ㅁㅁㅁ의 로고. 자음 ㅁ 모양이자, 열린 문처럼 생겼다.



마지막으로, 마포청년들 ㅁㅁㅁ에게 시민력이란 무엇인가?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

치리  내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재미다. ㅁㅁㅁ에서 체육대회 역시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지, 의미를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민력이란 존잼이다고 생각한다.


미어캣  시민력은 나로 존재하게 하는 힘이다. 시민력이 없는 세상에선 국가가 시키는 일 만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시민력이란 국가와 싸우기도 하고 협력하기도하고 말하게 하는 힘이지 않을까 한다.


스카  시민력은 공유지다. 공유지를 넓혀가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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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3. 박이현∙이두찬. 시민자치문화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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