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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Oct 21. 2020

시민력은 지속이다

[시민력을 찾아서⑦]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변혜진을 만나다

시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어 갑니다. 국가와 자본에 동원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변화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힘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시민들은 언제나 자기 삶의 가치를 표현하고 소통하며, 사회적 감각을 진화시키고 갈등을 해결할 잠재적인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시민자치문화센터는 <시민력을 찾아서> 프로젝트를 통해서 시민력을 위해 활동하고 협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시민력을 찾아서> 일곱 번째 인터뷰이로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이하 건강과대안)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을 만났다. 건강과대안은 건강권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단체로, 의사나 약사 등 전문의료인이 아니라 연구자와 활동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코로나19와 의사 폐파업으로 인해 사회적 건강권과 의료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건강에 대해 이야기나누어보았다.



건강과 대안

단체 이름만 들으면 의사나 보건의료 관련된 연구자들의 모임 같아보이는데, 인류학이나, 정치학 연구자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건강과대안 소개를 부탁한다.

건강과대안은 2008년에 만들어졌다. 계기가되었던 건 한미FTA 반대 운동이었는데, 보건의료운동을 오래하던 단위들에 우리가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고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광우병이라고 일컬어진 식품위생협정을 비롯하여, 미국 대형차를 더 판매하기 위한 배기가스 규제 완화 등이 이슈였다. 지금이야 가습기살균제 등으로 이슈화가 되었지만, 건강을 결정하는 여러가지 제반 문제들을 포괄하는 게 한미FTA문제였다. 기존 보건의료운동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들이 많았다. 농업, 문화, 건강 등 나누어졌던 영역 사이의 의제 즉 ‘간의제'라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운동을 하잔 생각으로 출범에 준하는 발족식을 가졌었다.

이러한 의제를 다루기 위해 건강을 주된 고민으로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묶어낼 운동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건강을 정의내렸던 사람들이 협업하며 의제를 정식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연구공동체라는 정체성을 갖고 시작했다. 처음에 단체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잡지 이름 같다고들 했지만, 자꾸 부르면 익숙해질 거라 생각했다(웃음).


건강과대안 소개를 보면 주요사업이 정말 광범위하다. 낙태죄 등 여성과 관련된 사업부터 기후위기, 빅데이터 등 정말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가장 중점을 둔 사업은 무엇인가?

우리는 애뉴얼리포트를 매해 발행하고 있다. 

연구가 중심이라, 매해 많은 변화가 있진 않다. 한 연구가 적어도 2년 주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애뉴얼리포트를 처음 낸 해엔 낙태죄를 다루었는데, 요즘 낙태죄가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게 건강해지는 길이라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많은 여성단체 및 사회단체가 결합하여 확대되기 시작하는 시점 즈음에, 시민력의 주체가 여성 당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연구자들은 누군가를 대리하고 싶진 않아한다. 방향이 만들어지는 데엔 일부 지식인과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탁 튀어오르는 시점엔 주체가 나타나야 운동이 지속가능해진다. 현재 우선순위는 아니다.

최근에 관심을 갖는 사업은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를 연구한지 3년차 즈음 되어간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하여 문제가 많다. 정부가 개인이 바로 드러나지 않은 가명정보를 기업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조치해두었다. 그런데 유전 및 생체와 관련된 보건의료정보는 다른 데이터 하나와만 결합되어도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특정성이 있다. 한편, 빅데이터를 산업화하자고 하는 세력들이 돈이 된다고 느끼는 정보가 바로 보건의료정보다. 기존의 범의료민영화반대 운동에서 주로 반대한 점은 의료보험사가 이 정보를 가져가거나, 병원이 다른 곳에 팔아서 수익을 내는 등의 일이었다. 건강과대안은 보다 근본적으로, 개인이 취약한 상태에 있을 때 노출되는 정보가 가명처리한다고 해도 거래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었다. 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 연구의 속도보다 규제 완화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힘들다.

기후위기는 건강에 있어 핵심적 문제가 될 것이다. 기후위기 때문에 홍수나 가뭄 등으로 직접적으로 사망할 수도 있지만, 간접적 효과도 무척 크다. 농업생산량 감소나 감염병 문제, 기후위기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난민들이 사회보장제도에서 탈락하는 문제, 기후비탄이라 불리는 우울증 등 문제가 산적해있다. 기후 운동이 촉발되고 있기에 이 운동을 쟁점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고 있다.

한편, 먹거리 문제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건강을 주요하게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로 많은 연구를 통해 드러났는데, 가난한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먹지 못한다. 노동시간과 가격, 신선한 식품에의 접근권 등 여러 이유 때문이다. 1인가구 증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정보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으며, 정작 주요 정보는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건강권 활동가

사회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보건의료 관련 단체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학부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웃음).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여러 사회운동을 하다가, 문학에 꿈이 있어 국문과 대학원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IMF가 들이닥쳤는데, 한 선배가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이라도 벌어라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를 소개해주었다.

당시 아버지가 실직하면 의료보험이 상실되어, 아이도 병원에 못가는 일이 태반이었다. 내 생각엔 의사들이 병원도 갖고 있는데 아픈 사람을 왜 못봐주지하며 단순하게 생각해 무료진료하자고 제안을 했더니, 법적으로 되게 어렵다더라. 우리나라 법상, 무료로 진료행위를 한다고 알리면 환자 유인 알선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의원이 아니라 거리에서 하면 어떨까 싶어, 메이데이에 서울역에 진료기와 약을 들고 무료진료소를 차리자고 설득했다. 너무 많은 노숙자들이 줄을 섰다.

한편 실직자진료비 감면사업은 동네 의원의 동의를 받아 진행하면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여, 진행하였다. 실업을 증명하면 의원들을 소개해주겠다고 한겨레신문 하단에 광고도 냈었다. 자기 실직을 증명하러 사람들이 우리 사무실까지 고생해서 올까 생각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왔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 생에 한 번도 생각해본적 일이 었는데 활동이 너무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눌러앉게 되었다(웃음).


전문가 집단에서 비전공자로서 일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회의시간에 다들 영어 진단명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당장 공부부터 많이 해야했다. 원진레이온 투쟁 당시 만난 분들과도 공부를 

인의협을 그만둔 건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의약분업 때문에 의사파업이 있었다. 의약분업은 제약회사의 약 값을 잡아 국민의 보험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행하려 했는데, 지금은 의약분업이 너무 당연해보이지만 당시엔 모두가 반대했다.

당시 개원의부터 시작해 의대 교수와 학생까지 파업을 했다. 전공의들이 응급실 앞에서 바리케이트를 치기도 했다. 결국 김대중 정부는 밀실 협상을 통해 의사들의 건강보험 수가를 다섯차례나 인상해주었다. 나는 이러한 수가 인상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칼럼을 썼었다. 제약회사의 부당 이득을 통해 국민 부담을 줄이려 하는데 그만큼 수가가 인상한다면 결국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의에서 의사에 반하는 이해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의사 집단을 대변하는 데엔 동의하기 힘들었다. 한편 의사파업 기간 동안 정말 많은 항의전화를 받아서 지치기도 했다. 성희롱 수준까지 이르자, 전화받는 귀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의사에겐 솜방망이, 노동자에겐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정말 말 그대로 쇠몽둥이를 마구 휘둘러 치아가 부러지거나 머리가 찢어진 노동자들이 많았다. 장비를 내려두면 헬리콥터가 떠서 바람이 너무 날려 여기가 야전병원인가 싶을 정도였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다양한 단체 사이의 갈등이 있지만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전문가 집단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 결성되었다.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아, 운동의 2기가 시작되었다. 이 시기부터 연대운동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아무쪼록 앞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전공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우리에게 보건의료란 무엇인가 본질적인 문제를 질문하는 데에, 사회학이나 정치경제학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굉장히 오랫동안 보건의료 관련 단체에서 활동해 왔는데, 본인의 활동에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영화를 봐도 남들보다 더 눈물을 흘리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공감, 혹은 넘치는 오지랖 때문이 아닐까? 건강하지 않으면 슬프고 힘들어진다. 그리고 나는 슬픈 사람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걸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이 운동을 하는 게 아닐까한다. 특히 요즘 아이를 키우며 아이의 작고 약한 모습들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사실 20년 이상 활동한 사람들에게 나도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곤 한다. “어떻게 버텨요?” 오랜 기간 노동조합에서 활동하신 분들은 현장이 답이라고 얘기한다. 자기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 사람들 삶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처럼 제도 개선과 연구를 주로 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런 게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건강권 관련해선 눈으로 나아지는 점들을 당장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다.



건강과 의료 공공성

의대생 국시 거부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지만, 올 중순부터 이어진 의료파업 등 의료대란은 일단락된 것 같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봐라봐야 하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의사폐파업이다. 개원의들이 문을 닫은 건 폐업이니까. 올해엔 시민사회단체가 폐파업이라 표현하지 않고 진료거부라고 표현하더라.

이번엔 2000년도 의약분업 폐파업 당시와 다르게 개원의의 폐업은 많지 않았고, 전공의의 파업 중심이었다. 우리는 정부의 안이 공공의료강화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의사들은 이러한 취지로 파업을 한 게 아니라, 공공의료를 아예 없애는 완전한 시장화와 의사 만의 자율권을 달라는 방향을 갖고 있다. 병원협회와 병원 경영자들의 대리전을 하고 있는 셈인 것 같아 안타깝다.

의대생, 교수, 개원의 사이에 계층적 지반은 차이가 있지 않나. 의대생이 자신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싸워야할 대상은 분명한데, 병원 경영진을 등에 업고 국민의 건강권을 대상으로 싸우고 있다. 공공의대가 생기면 본인들의 영업 이익이 침해받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데, 답답하다.

노무현 정부 때도 도시형 보건지소 설립을 통해 공공의료 비율을 30%까지 늘리려 했는데, 개원의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번 안에 반대가 있을 거란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찔끔찔끔 내놓으니 더 반대가 심했다.

인천국제공항 사태와 더불어, 20대가 갖고 있는 공정성이란 것이 오로지 시험을 잘 보는 데에 있지 않나 싶어 안타깝다. 한국 사회에서 의사가 된다는 건,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야하는 일이다.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의사가 되게끔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있어야지, 지금처럼 오로지 돈과 사회적 지위를 위해 만들어내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이번 폐파업에서 ‘의사는 공공재가 아니다'라는 슬로건도 등장해 충격이었다.

공공재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실은 20대에게 공공재라 말할 만한 제도적 경험이 없지 않나? 세금을 내면 국가가 관리하고 이를 위해 고용된 노동자들도 안정적이었던 시절을 살았단 사람들과 IMF 이후 민영화를 겪은 지금 세대는 다르다. 당사자 입장에선 의료가 공공이 아닌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보고 공공재가 되어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고 인식할 것이다.

연구자들이 흔히 말하듯 교육을 통해 신자유주의화된 인간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인데, 의대생들은 그 세계에서 24시간을 보낸 이들이다. 공공재란 가치가 하향평준화된 것이라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건강과 사회

건강과 관련하여 너무도 혼란스러웠던 2020년이다. 코로나와 전공의 문제 등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이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단순히 시민들이 아프지 않을 권리를 넘어 사회적 건강권 등 더 넓은 의미에서 시민들에게 건강, 건강권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올해만큼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생각한 해는 없을 것이다. ‘건강은 권리다'라는 말이 이제는 많이 와닿을 것이다. 내가 건강하기 위해선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의 건강 역시 중요하다는 걸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거꾸로, 건강은 권리이자 역능이기도 하다. 다른 일을 하기 위해, 하다못해 잠을 자기 위해서나 쉬기위해서도 건강해야 한다. 아프면 제대로 쉴 수 없지 않나. 이런 의미에서 건강은 모든 것의 출발점이자 모든 것을 바꿔낼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한편, 건강이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이나 살고 있는 지역, 국가 혹은 사회제도에 의해 불균등한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사회적 건강권이다. 한편, 자신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정신 건강을 비롯해, 사회적 관계속에서 한 인간이 온전해지는 상태가 하도록 하는 것 역시 사회적 건강권에 해당한다.

재화의 균등한 분배 뿐만 아니라, 아프면 충분히 쉴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다. 노동자들끼리도 충분히 쉴 권리에 대해 공감하기 힘든 현실이다. 한 사람이 쉬면 다른 사람이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쉬어도 인사고과에 영향을 받거나 다른 사람이 더 노동해야만 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가 갖춰지면 사회적인 시스템을 더욱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지난 4월,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이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 이후로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다. 어떤 활동가는 ‘질병관리본부발 문화혁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웃음). 

이렇게 쉴 권리를 위해 싸우는 건 자본의 부당한 이윤에 대한 싸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유급병가나 상병수당 등 제도가 마련되기 힘든 건, 기업측에서 단칼에 거절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이 노동하지 않고 쉬면, 이윤에 손실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과 시민력

제도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면, 특히 먹거리와 관련되어 건강권과 관련한 실천들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최근 기후를 고려한 건강한 먹거리가 발표된 바 있다. 기후도 안정화되고, 인간 몸에도 좋은 식단에 대한 표가 발표되었다. 특히 견과류가 주목받았다. 아쉽게도 한국엔 잘 소개가 안 되었다. 국가가 의지만 있으면 공공기관이나 학교의 식단을 바뀔 뿐만 아니라, 농업이 바뀌는 등 연계 효과가 크다. 먹을 거리야 말로 나를 구성하는 전반적인 것이지만, 아주 개인화되어있고 상업화되어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나트륨에 대한 규제는 해도 설탕에 대해선 규제를 거의 안 하고 있다. 식약청에서 설탕을 줄이는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홍보대사로 백종원 씨를 섭외했다(웃음). 나중에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설탕의 위험성을 인지하게 되었다고 하고,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설탕을 많이 안 넣기 시작했다.

영국의 유명한 요리사는 제이미 올리버는 학교의 공공급식을 바꾸겠다고, 비영리 기구와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영국 공공급식은 매우 질이 낮았다. 그리고 영국은 아동비만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이미 올리버는 공공학교에 가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었는데, 인스턴트에 익숙한 아이들은 처음엔 잘 먹지 않다가 나중엔 바뀐다. 이후 영국에선 설탕세가 도입되는 성과가 있었다. 의사들도 과당음료 대신 물을 마셔라고 권하기 시작했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사회운동이 시급하게 개입하여 공공재로 만들어내어야 한다.


생활에서 건강권과 관련해서 실천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저는 아파트에 사는데, 아파트 단지 내에 많은 소독약을 뿌려가며 관조용 식물을 심는지 모르겠다. 관리비의 일부를 써서 살충제 대신 유기농 텃밭을 운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전문가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보건의료운동에 함께 하기 위해 무엇이 중요할까?

저는 ‘문제를 잘 만들면 답은 나온다'고 생각한다. 무엇에 대해 반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선 좋은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건강불평등 관련 연구에선, 아버지의 직업군이나 교육수준에 따라 유아 사망률이 무척 차이가 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와 비슷한 연구가 무척 많다. 그런데 아버지가 교육수준이 낮으면, 그 아이는 죽어도 되냐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좋은 질문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건강권을 고민하게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보건의료운동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코로나19로 인해 의료가 공공영역이라는 데에 사회 전체가 공감하고 있고, 이 위기의 경험을 경험삼아 보건의료운동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의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지 않으면 또다른 팬데믹이 닥쳤을 때 커다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팬데믹 시기 감염환자 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들에게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확충이 필요하다.

방역의 시기를 지나 나중에 일상의 시기로 돌아왔을 때 지금을 돌이켜보자면, 내 건강과 안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많았구나 싶을 듯 하다. 방역 담당자와 의료 인력 뿐만 아니라 배송노동자 등 많은 사람들로 인해 이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걸 다들 느끼고 있다. 이들의 안전이 우리의 안전과 연결되었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나와 연결된 사람들, 사회제도는 어때야할까? 적당한 노동조건 즉 밀집도는 얼마가 적당하며 환기는 얼마나 자주해야할까? 이런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한편, 이면엔 우리가 방역이란 이름으로 행했던 감시의 문제도 있다.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되고 삭제되지 않은 채 데이터화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지만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가 실형을 받은 인천 강사 사례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는 토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혜진에게 시민력이란 무엇인가?

시민력은 지속이다. 어떤 일이건 끊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운동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이 바뀌겠냐 싶지만, 역사를 크게 보자면 바뀌어 나간다. 우리나라에도 없던 의료보험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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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1. 이두찬∙박이현. 시민자치문화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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