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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Jun 30. 2021

뻔뻔한 흥국생명 배구단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선수등록 소식에 부쳐

사과와 반성이 먼저고, 용서와 합의가 출발선이다
흥국생명과 한국배구연맹은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선수등록 이전에
스포츠폭력의 구조적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노력하라!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의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별다른 사과와 반성 없이 그냥 코트에 복귀할 것인가. 오늘(2021.6.30.) 선수등록을 예고한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은, 이보다 앞선 6월 28일에는 예정했던 입장 발표를 미루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등록은 하되, 코트 복귀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준비했을 터. 하지만 두 자매의 선수등록, 코트 복귀, 해외 이적 등 거취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곧바로 배구팬들의 트럭시위가 이루어졌고, 언론 등을 통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인되었다. 현재 구단은 잠시 주춤한 모양새지만, ‘입장 철회’는 아닌 상황이기에 선수 등록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응을 주도했더라면 모를까,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징계를 발표한 것 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구단의 입장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더라면, ‘선수 복귀가 아니라 보류권 행사 차원에서의 등록일 뿐’이라는 구단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들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동안 흥국생명 여자배구단과 두 가해자의 노력은 전혀 확인된 바 없었기에, 이른바 ‘무기한 출전정지’가 별다른 사과와 반성도 없이 4개월 만에 끝날 가능성이 확인되자마자 배구팬들과 언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스포츠계의 폭력은 구조적으로 행사된다. 물론 개인의 잘못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성적 중심의 권력구조, ‘지도’라는 명분 아래 자행되는 폭력과 이에 대한 묵인, 선수들 간의 폭력에 대해 모른 척 넘어가는 지도자와 처벌하지 않는 학교와 기관 등이 있었기 때문에 폭력과 인권 침해는 대물림되어 왔다. 성적이 곧 권력이 되고, 폭력의 명분과 정당성이 되는 구조에 눌려 오히려 피해자들이 운동 현장을 떠나고, 가해자들은 운동을 계속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계속되어 온 것이다. 


‘무기한 출장정지’ 발표 말고는 어떤 적극적인 노력도 확인되지 않는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이 보여준 바로 그 태도, 이제는 사라져버린 사과문 한 장 말고는 사과와 반성의 노력을 찾아볼 수 없는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그 태도가 구조화된 스포츠 폭력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구단 홈페이지의 유니폼 소개에 남아 있는 ‘등번호 17번 이재영’의 이름을 보면서 피해자가 느꼈을 상실감과 분노를 과연 그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출처 : 흥국생명 여자배구단 홈페이지 


‘보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FA로 선수가 풀릴 수 있다’는 항변도 접할 수 있다. 언론을 통해 확인된 김여일 흥국생명 배구단장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선수 등록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다른 팀으로 마음대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 ‘흥국생명 울타리 안에서 자숙하고 반성을 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피해자를 경찰에 고소하기까지 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두 선수를 배구연맹에 등록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라는 김 단장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구단은 자신의 권한과 이익을 지키겠다는 결정 이전에, 이 사건을 지켜보는 시민과 배구팬들의 신뢰를 얻었어야 했다. 


흥국생명의 이재영, 이다영 자매에 대한 선수등록과 한국배구연맹의 묵인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스포츠폭력 가해자에게 여전히 ‘폭력은 큰 문제가 아니고, 시간만 좀 흐르면 아무 일도 아니게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또한 이는 흥국생명과 한국배구연맹이 구조적인 스포츠폭력의 결정적인 행위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가 없네’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격하게 벌하고 관리하면 이런 문제는 사라질 것이다”라는 인터뷰가 그 동안 수없이 반복되기만 했던 ‘입장’으로만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조치와 노력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구단홈페이지 유니폼 소개에 선명한 ‘17 이재영’의 문구와 가해자에 대한 고소, 구단의 해외이적 추진 등에 이은 선수등록 시도는 정말로 아니다.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 피해자의 용서와 합의가 출발선이라고 할 때, 아직 출발선에조차 서지 않은 이재영, 이다영 자매에 대한 등록, 복귀 논의는 흥국생명 배구단에 대한 대규모의 보이콧, 리그 퇴출운동 등 시민과 배구팬들의 직접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흥국생명과 한국배구연맹은 선수등록 이전에 자신들의 책임과 노력을 다해야 한다.   


사과와 반성이 먼저고, 용서와 합의가 출발선이다! 

흥국생명과 한국배구연맹은 스포츠폭력과 절연하라! 

흥국생명과 한국배구연맹은 체육계 구조적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노력하라!  



2021년 6월 30일 수요일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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