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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Mar 01. 2023

가리왕산에서 베어진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스포츠 티키타카 #1

스포츠 티키타카

우리 모두 알고 있죠. 그런데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번번이 굳이 자세하게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사이 우리 사회는 그 대가를 치르고 말죠. 스포츠 말입니다. 스포츠는 지금 건강 할까요? 우리는 충분히 스포츠를 잘 살피고 있을까요? 한번 얘기 나눠보죠. 생각이 확 깰 수 있을 겁니다.



가리왕산에서 베어진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기억하나요? 며칠 간의 올림픽을 위해 그 누구도 함부로 손대지 못하던 가리왕산 숲이 단칼에 베어진 사실을? 궁금해요. 그때 베어진 그 많은 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지요. 올림픽이 열리고 나서 한참 지나 강릉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강릉에 사시는 분께 여쭈어봤더니, 평창올림픽으로 고속철도 뚫리고 그 지역의 땅값도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진정한 올림픽의 영향이자 효과입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관련된 많은 사람이 어영부영 기분 좋아지는 듯한, 그런.


올림픽은 짜릿하게 승부를 가르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가끔은 가슴 뭉클하게 나를 국뽕으로 만드는 괴력을 가지고도 있고요. 그런데 많은 나와는 달리, 어떤 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강렬한 짜릿함과 뭉클함에 감격하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평소 같으면 절대 불가능한 것들이 올림픽으로써 모두 가능해지니까요.


올림픽은 유치와 함께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한시적 법은 실제로 현존하는 거의 모든 법 위에 군림할 수 있죠. 그 무섭다는 환경보존 관련 법이나 문화재 보호 관련 법도 올림픽을 위한 특별법 앞에서는 맥을 못 춥니다. 특별법이 돌려까기 하거나 한판 누르기를 하니까요. 


특별법의 최대 수혜자는 토건 업계입니다. 실제로 평창올림픽을 치르는데 공식적으로 들어간 국비만 13조 이상이었고, 여기서 경기장 건설을 위한 비용은 3조를 훨씬 못 미쳤으니까, 나머지 돈은 모두 사회간접자본 SOC 사업, 그러니까 서울 양양 간 고속도로나 KTX와 같은 건설에 투입된 것이죠. 돈만으로 보면 올림픽은 선수나 경기장이 아닌 강원도의 기반 시설 확보에 더 방점이 찍혀있는 행사일 수 있습니다. 강원도가 3수를 무릅쓰고 올림픽을 유치하고자 한 이유이기도 하겠고요. 그러니 나무좀 자르고 산맥을 가로질러 구멍을 하염없이 뚫은들 누가 뭐라 할까요? 올림픽 유치와 가리왕산 벌목을 극렬히 반대한 시민단체들도 너무 많은 과녁 덕에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죠. 


올림픽과 같은 국제 메가스포츠 이벤트는 기회의 행사입니다. 불행하게도 이 기회는 한정된, 정해진 누구에게만 행운으로 다가오죠. 그사이 다른 누구에게는 깊고 오래가는 멍으로 남습니다. 한 번의 행사가 많은 이들을 집단으로 홀리고, 전체를 흥분시킨 다음 사라집니다. 남은 것은 파헤쳐진 산하와 빈 경기장뿐이죠.


올림픽 유치는 여전히 관심의 대상입니다. 정치권과 건설업계는 물론 지역사회도 잊을만하면 이 물건을 꺼내죠. 체육계는 뒷배가 있는 한 대회를 만들어 준다면 못 먹어도 고입니다. 어쩌면 올림픽에 대한 우리의 흥분과 미숙한 현실 인식 때문에, 이들이 더 쉽고 빠르게 자신들의 목적과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또 다른 올림픽과 국제스포츠 이벤트는 줄 서서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그나저나 수백 년 된 가리왕산의 베어진 나무들은 누가 챙겨갔을까?



이대택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기본적으로 인간사회의 거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간의 몸과 스포츠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에, 여기에 대해선 특별히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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